“맨발로 뛰며 중동서 느낀 점 中企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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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맨발로 뛰며 중동서 느낀 점 中企에 전하고 싶다” 전시컨벤션·무역마케팅 전문기업 (주)넥스나인 김유림 대표

기사입력2016-01-20 00:00

중동이 다시 기회의 땅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어떻게 진출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가 적지 않다. 시장동향 뿐 아니라 그곳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수무책이다.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신규기업일수록 심각하다.

(주)넥스나인 김유림 대표

이럴 경우 먼저 박람회를 이용해 현지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주)넥스나인은 중동과 중국 등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박람회와 컨벤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알리고, 구매를 원하는 해외바이어가 있다면 연결도 해준다. 기업이 직접 진출할 때보다 위험과 비용부담이 적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에 넥스나인은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두바이 국영기업 알파제르 그룹과 한국기업의 UAE 진출 확대를 위한 교류협약을 체결했고,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카타르 민간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한국인 거짓말쟁이”…열악한 中企 상황 안타까워 시작

우리나라의 전시컨벤션 사업은 사실 그 역사가 짧은 편이다. 넥스나인의 김유림 대표는 90년대 초반 인도 배낭여행 경험을 살려 전시컨벤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중에 일본 오사카를 경유하게 됐고, 그곳에서 볼펜이나 지갑 등 인도 토산품을 판매해 차익을 남기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컨설팅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국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라는 중동 현지 바이어의 말 때문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왜 그러냐’ 했더니 한국에 가면 가격단가표라든지 관련 서류를 다시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막상 한국으로 돌아가 아예 답신이 안 온다는 겁니다. 답답한 마음에 그 회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자기도 정말 하고 싶은데 얼마의 가격을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고, 서류를 외국어로 작성할 수 있는 금전적·시간적 상황도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실이 안타까워 컨설팅 업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4월 두바이 국영기업 알파제르 그룹과 한국기업의 UAE 진출 확대를 위한 교류협약을 체결했다.<사진=(주)넥스나인>

또 정부 지원으로 진행된 해외박람회에 참가한 중소기업 사장들이 사후 계약을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진출한 시장에서 유망한 아이템을 찾아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데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중소기업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딜 자금도 인력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대기업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죠. 또 정보 예를 들면 이 시장에는 뭐가 필요한지를 담당직원이 분석해 제시해 줍니다. 중견·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잖아요”

문화의 특수성 이해하는 것이 사업의 첫걸음

중동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지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중동의 경우, 한국 기준으로 리드타임(제품의 기획에서 실제 생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라마단이나 이드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 때문에 그 기간 중에는 업무진행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아침부터 달이 뜨기 전까지 금식을 하거든요. 음료나 물도 못 마셔요. 그러다 보니까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거죠”

라마단은 무슬림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이슬람력에서 음력 9월을 말하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는 금식을 한다. 이드페스티벌은 라마단이 무사히 끝난 것을 감사하는 행사로 국가에서 며칠간 공휴일로 지정한다. 이 겨울에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름에 오기도 한다.

지난해 11월16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선전에서 열린 하이테크페어에 참가한 김유림 대표. 우수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주)넥스나인>

이와 함께 중동국가에서는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가장 중요한 ‘프라임 타임’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과 자금편성을 이 기간에 정한다. 따라서 그 전에 상품을 소개하고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또 너무 더운 7~8월에는 주요 직책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진행하기도 힘들다.

김 대표는 아울러 우리나라 히트상품이 중동에서 인기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종교적인 이유가 가장 큰데 예를 들어 카탈로그를 만들더라도 여성의 노출이 있으면 판매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여성 속옷을 수출하던 한 업체는 판촉행사를 할 때 곰 인형으로 착용방법을 알렸고,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샘플이나 데모킷도 중요하다.

양적지원 많지만…정부 지원에 한계 느낄 때 많아

김 대표는 “한국 정부가 양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준 것은 사실이다. 1년에 몇 백개의 박람회와 몇 백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양적지원만 늘렸지 내용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지원 정책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부처에서는 연초에 계획을 세워서 사업을 진행하고 여름에 결과를 내라는 등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국가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얘기다. 중동의 경우 라마단이 끼면 정상적으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지문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덧붙여 수많은 기업을 획일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고 유망한 회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등 회사별 수준과 상황에 맞는 정책마련도 제안했다.

김유림 대표 뒤에 보이는 것은 박람회에 실제 출품됐던 중소기업 제품이다.

이와 함께 해외행사의 자금집행 기준이 정부기관에 맞춰져 있는데 이 부분 또한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해외마케팅을 제안하는 경우 실제 100만원이 들더라도 코트라 단가가 50만원으로 책정돼 있으면 50만원으로 단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에 돌아오는 수익은 그만큼 낮아진다. 김 대표는 “적절한 단가를 정해야 민간기업들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며 기준 단가를 적정선에서 정해줄 것을 희망했다.

좋은 제품 가진 중소기업·스타트업, 세계에 알린다

중동에서 유망한 시장은 웰빙과 교육분야다. 저유가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고가의 사치품보다는 실용적인 제품의 시장 규모가 커졌다. 건강분야는 중동 기후의 특수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동은 너무 더워 운동을 하기가 힘든데다가, 음식도 기름져서 고지혈증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이 많아 건강식품시장이 유망하다. 또 강력한 햇빛과 자외선 때문에 피부암 환자도 적지않아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 원단의 수요도 높다. 교육의 경우 고갈되는 자원에 대한 대비책으로 급성장세다. 출산율은 높지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계층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홈스쿨링이나 IT제품을 이용한 교육도 인기다.

김대표는 “웰빙과 IT교육분야는 한국이 강세인 분야”라며 “영세규모 기업들의 제품도 충분히 중동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해외영업의 경우 영세규모 기업들에게는 버티기 힘든 싸움이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지 말고 자신을 믿고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대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개발도 못해보고 사장되는 제품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외 바이어들의 금융투자도 유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