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에만 전념하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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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기술개발에만 전념하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바이오·헬스케어 미래시장 바꿀 기술 찾는다…전문 엑셀러레이터

기사입력2016-05-27 13:2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TIPS 운영사는 어떤 곳 ⑤㈜액트너랩

㈜액트너랩은 하드웨어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엑셀러레이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하드웨어 허브이자 엑셀러레이터인 ‘Lab IX’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있다. 액트너랩의 조인제 대표는 10여년 전 미국 동부에서 헬스케어 시장을 경험하며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수준이면 세계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교육IT법인을 운영하며 실리콘밸리 IT업체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갔다. 그는 “미국식 창업문화를 우리나라에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2014년 지인의 추천으로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인 엑셀러레이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순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는 국내에서 액트너랩이 유일하다”고 조 대표는 소개한다.

현재의 엑셀러레이팅은 주로 3개월, 6개월에 걸친 정규과정으로 운영하고 있고 IT, 웹, 어플리케이션, 오투오(O2O) 서비스 등이 주를 이룬다. 이들 산업군은 반짝 아이디어와 집중투자로 단기간에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반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기본적으로 5년에서 10년의 기술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해당분야의 축적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창업팀이어야 엑셀러레이팅을 시도할 수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경험이 풍부한 전문 멘토단 구성

조 대표는 “액트너랩이 운영하는 TIPS팀은 기본적으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교수나 의사가 창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해당 산업에서 10년, 20년 이상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팀이 실리콘밸리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액트너랩>

액트너랩이 역삼동 팀스타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제품 공작소 메이커스빌.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창업팀을 선정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는 9명의 파트너들도 모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다. 조 대표의 쌍둥이 형제이기도 한 조훈제 파트너는 카이스트 화학과 박사과정 후 금오공대 겸임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했다. 유기LED, 유기반도체, 유기태양전지 등에서 풍부한 연구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세현 파트너는 전 SK텔레콤 사장 출신이며 현재 SK 상임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중국에서 SK텔레콤의 민간투자 VC 설립을 주도하는 등 30여년간 IT업계에서 활동했다. 이밖에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이며 다양한 분야의 의료기기 개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승호 파트너와 전 SK그룹 CEO출신 이학희 파트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창업팀 선정·보육 등을 맡고 있다.

실리콘밸리 무료연수 제공, 시제품 제작소 운영

액트너랩은 초기에 2000만원에서 1억원을 창업팀에 투자한다. 이때 10% 이하의 지분내투자를 원칙으로 해 창업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개월간의 무료 연수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액트너랩은 창업팀에 3개월 창업보육 정규과정과 비상시로 운영되는 오픈클래스 등 교육프로그램 ‘스타트업 인스티튜트’를 제공한다. 정규과정은 일방적인 전달강의가 아닌 그룹워크로 진행하며,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멘토링도 제공한다.

액트너랩의 3개월 창업보육 정규 과정 프로그램 예시

<자료=액트너랩>

액트너랩은 창업가들이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시제품 제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본사에 있는 ‘FabLab’과 역삼동 팁스타운에 위치한 ‘메이커스빌(MakersVill)’이 그것이다. FabLab은 창업팀이 아이디어를 시제품화 할 수 있는 기본장비와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팁스타운의 메이커스빌은 창업가의 아이디어를 손쉽고 빠르게 시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제품 공작소다. 이곳은 스타트업 멘토링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장이며, 데모데이 행사와 네트워킹 행사가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메이커스빌은 시제품 제작소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래의 창업가가 될 청소년들이 3D프린팅이나 소프트웨어 코딩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액트너랩 본사<사진=액트너랩>

닷·엔픽스·이오플로우 등 12개 TIPS팀 운영

2014년 9월 TIPS운영사로 지정돼 2015년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해온 액트너랩은 그동안 12개의 TIPS팀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액트너랩이 운영하고 있는 TIPS팀 ‘닷(DOT)’은 유일한 대학생 팀으로 미국 워싱턴대·유타대, 국내 인하대 학생들이 설립한 회사다. 시계 모양의 디스플레이 위에서 점자가 저절로 움직이는 능동형 점자를 구현해 한정된 화면에서도 다양한 점자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닷은 11개의 기술특허를 출원·등록했으며, 액트너랩의 투자와 보육을 거쳐 지난해 9월 다음청년창업펀드로부터 10억원의 후속투자를 받았다.

움직이는 능동형 점자를 구현한 ‘닷(DOT)’의 점자워치<사진=액트너랩>

엔픽스는 포항공대 교수팀이 창업한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회사다. 기존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불산 등을 사용하는 습식 세정공정은 독성물질을 사용해 환경문제와 인체유해 논란이 있다. 엔픽스는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 세정장치를 개발하고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액트너랩의 초기투자를 받고 팁스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5억원을 지원받았으며 현재 후속투자와 해외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주입기 ‘전기삼투펌프’를 개발하고 있는 이오플로우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스마트형 웨어러블 약물주입기 이오패치(EOPatch)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액트너랩의 초기투자를 받은 것과 함께 보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성창업투자 등에서 25억원을 투자받았다.

R&D·시간 오래걸리는 바이오·헬스케어, 차별 정책지원 필요

“최근 감당이 안될만큼 많은 창업팀이 투자를 제의해 오고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조 대표는 “스타트업들의 기술개발 이야기를 듣는 걸 즐긴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투자를 결정한 팀이라면 기술개발에만 전념하면 된다. 다른 것은 다 액트너랩이 해줄 것이다. 사람이 필요하면 뽑아주고,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특허업무도 해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기술개발 이야기 듣기를 즐긴다는 액트너랩 조인제 대표<사진=액트너랩>

특히 “액트너랩은 후속투자 유치와 해외진출을 목표로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도 해당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해당분야 미래시장의 판도를 바꿀 파괴적인 기술이냐를 우선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확보가 용이하고 전문 엑셀러레이터를 연결해 사업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점을 TIPS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꼽는다. 다만 IT나 어플리케이션, 웹 등의 산업에 비해 R&D비용이나 시간 등이 2~3배 소요되는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나 하드웨어산업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지원정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