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어음으로 결제기간·관리비용 줄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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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전자어음으로 결제기간·관리비용 줄었지만… 어음 부도 위험성 여전하고, 수취기업 할인비용 부담도 문제

기사입력2016-07-18 13: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자어음은 종이어음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업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4년 도입했다. 2014년 4월 시행된 개정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전자어음법)’에 따라 외부감사대상 주식회사 및 전년도 말 자산총액이 10억원 이상인 법인 사업자는 약속어음을 발행할 경우 전자어음을 의무적으로 발행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전자어음은 종이어음과 달리 발행인, 수취인, 금액 등의 어음정보가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된 약속어음이다. 전자어음의 발행인이 전자어음결제시스템에 접속해 수취인, 어음금액, 만기일 등 어음발행정보 등을 입력하면, 중앙관리기구의 전자어음결제시스템을 통해 어음 정보가 수취인의 계좌에 송부되고 만기일에 당좌계좌로 자동 입금되는 시스템이다.

전자어음을 도입함에 따라 어음수취인은 어음분실, 도난 등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 어음 발행이나 현금화 등 어음행위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또 어음의 보관·관리가 편리해졌으며 유통·교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발행기업 입장에서도 실물어음을 이용함에 따른 발행·유통·관리비용 및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에 적합한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어음대금 결제시기를 앞당겼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4년 중소기업의 어음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기업의 72.2%는 어음 대금결제 지연으로 곤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어음법에 따라 전자어음의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1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단계적으로 단축하도록 했다. 지난 5월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어음법 개정안에는 전자어음의 최장 만기를 현행 ‘1년’에서 단계적으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라 전자어음의 만기는 공포 후 2년 경과시까지 6개월로 단축 시행하고, 3년이 경과한 후부터는 매년 1개월씩 단축해 공포 후 5년이 되는 해에는 최장 만기가 3개월이 된다.

종이어음 및 전자어음 발행 추이

단위:천건<자료=금융결제원>

법무부는 “전자어음법 개정에 따른 만기 단축으로 대금결제 기간이 단축되고 어음할인을 받을 필요가 줄어 자금 부담이 감소할 것”이며 “자금순환이 원활해져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자어음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만기제한 위반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종이어음과 비교해 전자어음의 발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결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476만2000건이었던 종이어음의 발행건수는 지난해 53만6000건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 2006년 8000여건이었던 전자어음 발행건수는 지난해 197만건으로 종이어음 발행건수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올해 1분기 전체 어음 대비 전자어음의 발행비율은 80%를 넘었으며, 발행금액도 77%에 육박했다.

종이어음 및 전자어음 발행 현황

단위 : 건, 억원<자료=금융결제원>

하지만 어음의 변형된 형태라는 점에서 전자어음은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음부도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어음의 조기 현금화를 위한 할인비용을 어음 수취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음이 부도가 나면 이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미국의 경우 일정 한도를 정해 어음 부도시 어음 발행자가 이를 책임지게 하고 있다. 어음 부도의 피해가 수취기업에 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진 IBK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자어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누가 이자를 부담하느냐가 현재 가장 큰 쟁점”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현행 어음제도에서는 어음의 조기현금화를 위한 할인비용을 전적으로 어음 수취기업이 부담하고 있고, 이는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 단계별 어음 할인율은 2·3차 하도급 단계에서는 7.04%, 4차 하도급에서는 8.62% 수준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어음결제 제도는 신용 창출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 악화와 이자 부담 가중, 고의 부도의 위험 등 단점이 더 크다”며 “부작용 없이 어음제도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체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