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기술력 뛰어나지만 콘텐츠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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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증강현실 기술력 뛰어나지만 콘텐츠가 없어 한국 증강현실 상용화 수익 12.4% 불과

기사입력2016-08-15 18:17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 고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강현실’이란 현실 세계의 이미지에 디지털 정보를 입력해 가상의 관련 정보들을 보거나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디지털 전문 컨설팅업체 디지캐피(Digi-Capital)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시장이 2020년에는 1500억달러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가상현실 콘텐츠는 실행을 위해 값 비싸고 무거운 기기 등이 필요한 반면 증강현실 콘텐츠의 경우 평소 소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손쉽게 이용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킬러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술력 있지만 어울리는 ‘킬러콘텐츠’는 부재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사실 포켓몬 고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GPS를 활용한 증강현실은 신기술이 아니다. 오픈소스로 웬만한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구현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게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과거에 직접 증강현실 게임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KT가 2011년 개발한 올레 캐치캐치는 캐릭터를 잡으면 상품권, 쿠폰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이었다. 위치정보를 제공해주고, 캐릭터를 잡기 위해 현실을 이동하고, 캐릭터를 잡아야 하는 등 포켓몬 고와 전체적으로 유사한 방식이지만 결과는 달랐다. 포켓몬 고는 7월6일부터 13일까지 약 일주일간 미국에서만 최소 15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다. 반면 캐치캐치는 1년6개월여 만에 소리소문 없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포켓몬고의 성공요인은 증강현실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에 있다는 분석이다. 포켓몬고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전세계에 숨어 있는 포켓몬을 길들여서 서로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의 사물을 활용하는 AR 기술에 잘 어울리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또 20년전 출시돼 이미 전 세계에 팬을 확보하고 있는 유명 IP이기도 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던 증강현실 기술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킬러 콘텐츠인 포켓몬을 만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양병석 연구원은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포켓몬 고의 개발사인 나이앤틱의 증강현실 게임인 ‘인그레스’의 매출은 2년간 고작 13억원에 그쳤다”며, “유명콘텐츠는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의 팬들을 영입함으로써 설치에 대한 반감을 낮출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과 딱 맞는 새로운 형식의 킬러콘텐츠개발은 신시장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게 양 연구원의 의견이다.

게임문화재단의 강동구 사무국장도 “최근 국내 게임개발사가 고전게임인 틀린그림찾기에 디즈니 IP를 결합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익숙하고 매니아가 많은 IP는 아이콘의 이용자 저항성을 낮춰 신규 이용자 영입에도 큰 효과를 내는 등 매출상승으로 이어진다”며 킬러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증강현실 상용화 수익, 고작 12.4%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은 콘텐츠가 없으니 기술력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증강현실 관련 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2010년∼2014년 연평균 619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의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최고기술보유국 대비 83.3%의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5년 기술이전·사업화 조사분석 자료’에 따르면 증강현실 관련 기술이 성공적으로 제품, 서비스생산 및 공정개선에 활용돼 수익을 얻는 경우는 12.4%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전된 기술의 48.5%의 경우에는 기술의 활용이나 사업 추진 현황조차 파악이 안됐고, 7.3%는 현재 활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상용화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콘텐츠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포켓몬 고 열풍에서 발견되는 5가지 경제적 함의 보고서’ 에서 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 및 불합리한 규제 개선, 창의성과 상상력을 위한 교육강화와 게임·만화 소비에 대한 인식 전환 등 장기적으로 콘텐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아닌, 실질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R&D투자가 실질적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국가 R&D 예산중 일부를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위한 재원으로 별도 조성해 우수한 R&D 과제의 사업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