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무슬림 느는데 인프라 부족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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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한국관광 무슬림 느는데 인프라 부족해 떠난다 할랄인증 한식당·기도실 마련…세계가 ‘할랄투어’ 서비스 주목

기사입력2016-09-08 16:57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이태원을 관광중인 무슬림 관광객. ©중기이코노미

관광산업 역시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 무슬림 관광객으로도 눈을 돌리고 할랄식당, 기도실, 숙박시설 등 현재 턱없이 모자란 무슬림 관광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무슬림 관광객은 중국인만큼 대규모로 움직이지는 않으나, 한 곳에 오래 머무는데다 씀씀이 또한 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무슬림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은 12.4일으로 외국인 관광객 평균 체류기간인 6.8일에 비해 약 2배정도 길다. 1인당 평균지출액도 1894~1942달러(한화 약 206~212만원)로 여타 외국인 관광객 평균지출액(약 180만원)보다 많다.

최근 한류로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38만4710명이던 방한 무슬림 관광객이 2014년 75만1931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무슬림을 위한 관광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많고 소비력 커…세계가 주목하는 ‘할랄투어’

전 세계가 무슬림 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소비력도 높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각국 시장조사기관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는 2015년말 기준 약 17~18억명으로 추산한다. 2030년엔 22억명(전세계 인구의 26.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13억5000만명의 중국보다도 많다. 또 무슬림의 해외여행 소비지출은 2011년 기준 1261억달러로 전 세계 해외여행 소비지출의 12.3%를 차지한다. 이슬람 교리에서 여행을 장려함에 따라 앞으로도 해외여행을 가는 무슬림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무슬림은 경전에 따라 일상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할랄에 대한 규정이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 ‘신이 허락한 것’이란 뜻으로 무슬림에게 일상적으로 허용된 모든 것을 총칭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할랄에 관광을 더한 ‘할랄투어’ 수요가 늘고 있다. 할랄투어는 코란(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의 생활양식에 맞춘 여행서비스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할랄인증을 받은 식당에서의 식사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 기도실, 메카방향 표시 등 기도를 위한 편의시설 제공 ▲스파, 수영장, 헬스장, 교통편 등 대중시설의 남녀 구분 등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할랄투어의 주요 고객은 무슬림 비중이 높은 중동과 동남아 지역이다. 관광지출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연간 178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이란(143억달러), 아랍에미리트(112억달러), 카타르(78억달러)의 순으로 집계됐다.

무슬림 느는데 할랄인증식당, 기도실 등 인프라는 부족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식을 체험하고 싶어도 할랄인증을 받은 한식당이 거의 없다. 사진은 이태원에 위치한 할랄 한식당. ©중기이코노미

한류영향과 입소문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은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2014년 방한 무슬림 관광객은 75만1931명, 집계가 시작된 2008년(31만3298명)과 비교하면 2.4배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무슬림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11.5%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 점유율은 5.3%에 불과하다. 바꿔말해 관광인프라 등 할랄 관련 편의시설을 갖추면 무슬림 관광객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은 할랄인프라가 미흡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동남아 무슬림 관광시장 마케팅 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여행 중 가장 우려하는 요소로 음식’을 꼽았다. 한국여행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50.6%가 음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고, 35.7%가 음식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할랄인증을 받은 국내식당은 12곳에 불과하다. 수도 적고 대부분 수도권(이태원)에 몰려있다. 또 한식을 체험하고 싶어도 할랄인증을 받은 한식당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태원에서 할랄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한식 주재료인 장류 등 할랄한식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식당 할랄인증제를 도입해 무슬림이 언제 어디서든 안심하고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무슬림 전문 여행사 대표 B씨는 “말레이시아나 중동 국가들은 할랄호텔을 짓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먹는 것에 민감한 만큼 주방이라도 할랄인증을 받으면 관광객이 늘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기도실의 확충도 필요하다. 이슬람에서는 모든 무슬림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다섯 가지 중요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하루 5번 메카(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출생지)를 향해 기도를 해야 하는 살랏(Salat)이다. 보통 새벽, 일출, 정오, 오후, 저녁 또는 밤으로 구분하며 일출시간, 지역에 따라 기도시간이 달라진다. 또 율법에 따라 남녀 별도의 기도실이 필요하고, 우두(세정)를 위한 시설이 있으면 좋다.

일본은 2013년부터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안에 있는 16개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와 알콜을 제외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공항터미널에 할랄인증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무슬림 기도실도 마련했다. 비무슬림 국가 가운데 최고의 무슬림 친화공항으로 선정된 방콕의 수바르나부미 국제공항은 세정시설을 갖춘 기도실과 할랄음식을 제공한다.

따라서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공항, 관광지, 공공기관, 숙박시설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마련하고 기도실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관광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할 필요가 있다. 또 무슬림 숙박시설을 지정해 메카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키블랏)을 부착하고 객실내 코란을 배치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게 관련업계의 요구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문여행사인 ㈜이투어리즘의 이희 대표는 “과거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없던 가이드가 무슬림 여성에게 히잡을 벗어보라고 하는 등 실례를 한 적도 있었다”며 “정부차원에서 무슬림의 행동양식에 대해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무슬림 관광객과 소통하고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할랄음식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최지아 대표는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관광부문 역시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최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한류붐이 불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