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모금 전경련…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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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800억 모금 전경련…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부끄럽다…정권 지킴이가 아니라 국민경제 지킴이로 나서라

기사입력2016-09-23 11:0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SK 68억, 현대자동차 68억, 삼성전자 60억’ 신생 문화재단에 불과한 미르재단에 기부한 대기업의 면면이다. 규모도 ‘억’소리가 나거니와 30대 재벌계열사가 총망라돼 있다. K스포츠라는 체육재단에 기부한 명단도 미르재단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미르재단 486억, K스포츠 재단 286억 두 재단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고, 대부분은 대기업의 금고에서 나왔다.

정권 개입설이 파다하다. 정권의 입김과 강요가 없었으면 신생재단이 단기간에 막대한 금액을 모을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정부 여당이 정권 개입설을 극구 부인하고 진실규명도 미온적이라, 아직 실체 전반을 들어다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굴지의 대기업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기부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기업이 체육이나 문화 분야에 기부해 발전을 돕는다는 것을 시비 걸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실적도 전혀 없는 재단에 수십억원을 쏟아 붓는 기부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지 않다. 또 모금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전경련. 이같은 행위가 설립 취지에 맞는 일인지도 궁금하다. 기업에서 수억, 수십억원을 각출해 정권에게 검은 돈을 제공해 왔던 일명 차떼기 사건과 같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다’는 것이 정관에서 밝힌 전경련(사진)의 설립취지다. 그러나 전경련의 역사는 자랑할 것보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중기이코노미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다’는 것이 정관에서 밝힌 전경련의 설립 취지다. 그러나 전경련의 역사는 자랑할 것보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전·노 군사정권의 비자금 사건, 97년 선거자금 사건은 과거의 잘못이라고 치자. 올해 실체가 드러난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여전히 구린 돈을 만들어 정권을 돕고 반사이익을 얻어 챙기는 형태는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지원은 금용실명제법 위반이다. 밝혀진 지원액만 5억원이 넘는데도 아무런 해명조차 없다. 전경련은 툭하면 정권과 독대해 각종 규제 철폐를 주문했다.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규제 특별법을 반대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인건비가 늘어나 고용을 줄이게 되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든 ‘임금인상=일자리 감소’ 논리도 전경련의 주장이다.

하반기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인다고 한다. 청년 실업률 9.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통계에 잡힌 수치일 뿐, 세간에는 셋 중 하나가 백수라는 진단이 더 우세하다. 임금인상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줄이니 실업이 늘고 실업자의 대량양산이 가계경기를 위축시켜 내수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다. 실업과 경기침체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대책은 고용을 늘리는 것이고,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앞장서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전경련의 역할은 기업의 돈을 모아 정권과 검은 이익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위한 모금액 800억원이 청년들의 신규채용에 쓰일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하는 것이 전경련 본연의 일이다. 기업이 살아야 국가가 살고 국민도 산다. 오래된 익숙한 표어다. 그러나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국민이 살아야 국가도 살고 기업도 산다. 가정경제 없는 국가경제·기업경제가 무슨 소용인가. 전경련, 정권 지킴이가 아니라 국민경제 지킴이로 나서라. 그게 국민과 국가와 기업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