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최종·최소’ 정리해고 요건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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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최후·최종·최소’ 정리해고 요건 강화 움직임 경총 “외국은 요건 완화한다” vs 한노총 “요건 강화는 여야 공약”

기사입력2016-10-04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안은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이외에는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만 있으면 정리해고가 가능한데, 개정안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정도가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행법에 따르면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정리해고가 가능한데 개정안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20대 국회 정리해고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자료=국회> ©중기이코노미

정의당 노회찬 의원안은 정리해고가 필요한 경우 영업이익·자산규모 등 재무현황, 사업현황, 외부기관 신용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또 ▲단순 인건비 절감이나 노무관리 편의 등을 위한 구조조정 내지 업무형태의 변경 ▲신기술의 도입 등 기술적 이유 ▲장래 경영위기에 대한 대처 ▲일시적인 경영악화 ▲업종의 전환은 정리해고 요건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노 의원안은 ‘신기술의 도입 등 기술적 이유’ 또는 ‘장래 경영위기에 대한 대처’를 위한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기존 대법원의 주류적 입장을 뒤집는 법안이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안은 이인영 의원안과 같이 긴박한 경영상 이유 외에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함과 동시에 노회찬 의원안이 규정한 긴박한 경영상 이유에서 제외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경총 “해외에서도 정리해고 요건 완화하고 있다”=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법제연구실 이형준 실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국내 경제상황이 2000년 이전처럼 고성장기가 아닌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기업경영에 여유가 없는데,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이런 추세에 따라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해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추구한 법 본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해고요건 강화는 여야 모두의 공약”=노동계의 입장은 다르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여야가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명확히 해 법에 명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은 대법원 판례의 방향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근로기준법의 취지는 근로자 보호가 가장 기본이다. 정리해고법의 취지가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기업이 망하면 그 피해가 결국 근로자에게 돌아가니 그 이전에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것이지 기업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해고회피 노력·고용노동부장관 승인 등 정리해고 요건 강화

근기법에서 정한 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업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은 해고회피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해고회피 노력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느 정도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대 국회 발의안을 정리하면 ▲자산매각 ▲근로시간 단축 및 업무의 조정 ▲순환휴직 ▲전환배치 또는 전직 등 대법원 판례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을 보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했다.<자료=비자트>

해고회피 노력의 정도와 관련해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사회 통념상 ‘최선을 다했다’가 인정될 정도면 근로자도 받아들인다. 그러나 통념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준에서 정리해고가 시행되니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에만 맡기면 기준이 그때그때 달라지고, 그렇기에 노사간 갈등이 더 깊어진다. 20대 국회 발의안 내용과 같이 법에 명시함으로써 기준이 생기고 논란은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들은 절차적 요건에 엄격성을 더했다. 현행법은 사용자가 해고회피 방법과 해고기준에 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 50일 전까지 통보하도록 했다. 세 법안 모두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노회찬 의원안은 여기에 ▲해고시기·절차 ▲법정외수당 지급계획 ▲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소명자료 및 고용유지노력을 기재하도록 했다. 윤종오 의원안은 여기에 더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소명할 수 있는 경영 및 회계자료 ▲해당 사업장에 고용돼 있는 동종 근로자 총수도 기재하도록 했다. 이인영 의원안은 이러한 내용을 협의절차 진행 중 근로자가 원하면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행정적 통제도 강화했다. 현행법은 정리해고 시행시 고용노동부에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의무 위반시 제재규정은 없어 사전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20대 국회 개정안들은 고용노동부 신고의무를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승인을 받지 않은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 보도록 했다.

근로자 입장에서 해고를 피하는 것도 관심사이지만, 해고가 된후 재고용될 수 있느냐 여부도 중요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리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 해고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에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해 재고용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인영 의원안과 노회찬 의원안은 이 경우 해고근로자에게 우선적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정부는 해고근로자에게 자녀교육비·주거비 등을 지원하고 재취업·직업훈련 조치를 우선적으로 이행하도록 했다.

◇경총 “저성과자를 재고용하는 것은 반기업적인 생각”=재고용의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총의 이형준 실장은 “정리해고 우선 대상자들은 저성과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능력있는 근로자들은 이직 기회가 많고, 일반적으로 정리해고 시점에 능력있는 근로자들이 이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다른 직원들보다 성과가 떨어져 해고된 직원들을 우선 고용하라는 것은 성과가 낮음을 알면서도 고용하라는 반기업적인 생각”이라며 “기업으로서는 능력있는 근로자를 뽑아야 하는데 해고근로자 우선 고용은 기업의 생태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실장은 “경영상 어려움을 사용자 측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결과로 여기는 의견도 있는데, 손해보는 투자를 일부러 하는 사용자는 없다”며 “정리해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추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정리해고 요건 강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 “경영난 책임없는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그러나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저성과자란 단어는 최근 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통해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근로자가 경영권이나 결정권을 가지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달라고 해도 사용자가 거부하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측이 정리해고까지 이르게 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근로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