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구입 강제하고, 단체만들면 부당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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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물품구입 강제하고, 단체만들면 부당해지도” 전국 가맹점주, 가맹본부 ‘불공정’ 성토…‘가맹거래법’ 개정 필요

기사입력2016-10-26 18:5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맹본부는 혼합미를 도정한 쌀 등을 본사로부터만 구입하도록 필수물품으로 설정해 구입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본부는 필수물품에 식용유, 일회용 숟가락, 볼펜손잡이 등 일반공산품까지 다수 포함시켜 폭리를 취해 왔습니다. 결국 원부자재 비율이 너무 높아 분식집 월 매출이 4000만원이 넘어도 가맹점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항의하자, 가맹본부는 점주단체 대표 및 주로 활동한 3명에 대해 가맹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했습니다”(‘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

#“믿고 개점까지 한 프랜차이즈가 ‘불법’이라고 합니다. 프랜차이즈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까지 등록·공개된 가맹사업인데. 우리나라 의료법상 마사지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업은 현행법상 불법이랍니다. 어떻게 불법사업이 전국 100여개가 넘는 매장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가맹사업이 가능하도록 그간 공정위에서 방치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더풋샵’ 가맹점주)

#“피자헛은 현재 배달시 30%, 방문 포장시 40%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인폭이 큰 프로모션을 하면서 프로모션 비용 전액을 가맹점에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물류대금조차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본사는 매월 10일 물류대금을 내지 못하는 가맹점주들에게는 피자헛 가맹본부가 내용증명을 보내 가맹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겁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2일에는 물류대금이 이틀 늦었다고 4개 매장을 가맹계약 해지하는 갑질을 자행했습니다”(‘피자헛’ 가맹점주)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맹점·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전국의 가맹점주들이 모여 가맹점 횡포에 대해 성토했다. ©중기이코노미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맹점·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전국 가맹점주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윤경·이학영·김해영 의원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및 21개 가맹점주 단체가 참여해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은 OECD 평균 두배 정도로 높고, 자영업자 상당수가 창업이 용이한 프랜차이즈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가맹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거래법)과 대리점법은 어느 법률 못지않게 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지만 현행법은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은 “본사와 가맹점 가맹점주 간의 강자와 약자 구도는 세습제도 처럼 굳어졌다”며 “점주들은 쉬는 날도 없이 장시간 일을 하면서도 출혈경쟁과 본사의 횡포로 소득은 줄고 빚만 느는 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를 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박정만 변호사에 따르면, 2015년 말 전국의 가맹본부는 3910개이며 소속 가맹점은 20만8104개에 이른다. 가맹점 당 평균 종사자가 3인에서 4인으로 예상할 때 가맹점 관련 종사자는 최소 약 60만명에서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맹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업종이 많아지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행위를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인사말에서 “가맹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거래법)과 대리점법은 어느 법률 못지않게 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지만, 현행법은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에 있어 가맹본부의 주된 불공정행위는 ▲가맹계약 부당해지 ▲상생협약 미이행 ▲‘필수물품’ 구입강제로 인한 폭리 등이었다.

박정만 변호사는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맹거래법 제13조에 의한 가맹계약거래 갱신거절 조항과 제14조 가맹계약해지 제한에 대한 단서조항은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가맹해지 남발의 근거조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가맹계약 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제한하는 가맹거래법 제13조 제2항은 단순히 시간이 경과했다는 사유만으로 가맹점주들의 법적지위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 현행법 제14조 2항에서는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와 거래조건에 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근 가맹본부들은 가맹단체 설립을 주도한 점주에 대해 계약해지, 위생점검 등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 박 변호사는 “가맹본부가 협의에 불응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고 설령 상생협약이 체결돼도 협약불이행에 대한 제재규정도 없어 제도취지가 무색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가맹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정종렬 가맹거래사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가맹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가맹점사업자들을 보호하고 집단적 대응을 강화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장석 경기도 상생협력팀장은 “경기도내 불공정거래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광역자치단체에 조사권과 분쟁조정권이 없어 분쟁조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동두천시 연천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을 통해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제안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광역자치단체에 분쟁조정조사권 부여 ▲가맹사업자의 법정해지권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신설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 및 부당한 경업금지의무 강요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