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보다 생계형 대출 급증이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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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주담대 보다 생계형 대출 급증이 더 큰 문제 주택담보대출·생계형대출 각각에 맞춘 대책 나와야

기사입력2016-11-01 19:08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국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말 가계부채가 약 13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말 가계부채는 최대 1540조원까지 불어난다. 지난해 전년 대비 10.9% 급증한 가계부채가 올해는 10.6%, 내년에도 9.8% 증가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최근 3년간 10% 수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용도 4~7등급인 중신용고객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이 출시된 지난 7월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고객이 사잇돌 대출을 받고 있다. 사잇돌 대출은 최대 2000만원까지 제2금융권보다 낮은 연 6~10%대 중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상, 사상 처음 3년 연속 2%대 성장을 예고했다. 또 한국은행, 민간경제연구소가 전망한 2017년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에서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만이 유일하게 전망치가 아닌 3.0%, 희망치를 내놨다. 이처럼 저성장기조 고착에 따른 수출부진과 내부위축이 맞물리면서 버는 돈 보다 써야 할 돈이 많은 가계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기활성화 대책과는 별개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총량만으로 보자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주담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4분기 가계대출의 48.2%였던 주담대 비중이 올해 2분기 50.9%(640조원)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 8월 은행 가계대출은 8조7000억원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이 중 70%인 6조1000억원이 주담대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주담대 요건 강화 등 여신관리 강화를 통한 총량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주담대만 잡으면 가계대출 급증세를 멈춰 세울 수 있을까? 저성장기조의 장기화 속에 저임금·소득감소에 따른 저소득층의 이른바 ‘생계형 대출’은 문제가 없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나 신용대출이 주를 이루는 ‘기타대출’의 증가율도 급등하고 있어 가계대출의 질이 현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은행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167조737억원이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은 161조1002억원이다. 제1금융권의 ‘생계비 대출’ 잔액과 제2금융권의 그것이 거의 같은 규모다. 특히 7월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은 작년 말 대비 11조9467억원 늘어 같은 기간 5조744억원 증가한 은행 기타대출의 두배를 넘겨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2금융권 기타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제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무담보자가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생계비로 사용한다는 얘기다. 올 7월 기준 제2금융권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11.20%로 연 2.7%인 제1금융권 보다 4배 이상 높다.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1.25%)는 바닥을 치고 반등의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부채가구 중 금융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넘는 가구 비중이 12.5%(134만2000가구)에서 13.3%(143만가구)로 늘어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금융당국은 주담대에만 목을 맬뿐 생계비 대출 증가, 특히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급증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31일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들께’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금융을 둘러싼 여러 가지 위험관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국지적인 부동산시장 불안과 함께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자”고 당부했다. 기타대출 급증으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통한 주담대 규제에 올인하겠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주담대와 기타대출, 각각의 현실과 성격에 맞는 맞춤형 가계대출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비 대출을 규제하는 경우 이들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시장원리에 따라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간의 금리격차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이 생계비 대출을 저소득층 각각의 판단에 맡기고 방치할 경우 그에 따른 대규모 가계파산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같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타대출 급증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대책마련이 절박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이런때 쓰라고 걷는 것이다. 멀쩡한 강을 파헤치고, 미르니 스포츠재단이니 이런데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부실기업에 수조원 이상 공적자금을 집어넣어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지역경제, 국가경제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마냥 외면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