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월세 1만원 인상에 담긴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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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몰랐다…월세 1만원 인상에 담긴 의미를 상가임대차보호법 있지만 ‘환산보증금’ 초과시 예외

기사입력2016-12-08 11:12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을 주고 장사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임대인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았다. 월세를 251만원으로 올리자는 것이었다. A씨는 ‘뭐, 만원정도야’ 별 생각 없이 승낙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월세를 1만원 인상할 경우, A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A씨가 속한 지역의 환산보증금 기준액은 3억원인데, 임대료 인상으로 환산보증금이 3억1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임대인 요구에 따라 점포를 비워줘야만 했다.

환산보증금이란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보증금+월세x100)으로 계산한다. 지역별 환산보증금 기준은 ▲서울 4억원 ▲과밀억제권역(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시) 3억원 ▲광역시 2억4000만원 ▲그밖의 지역 1억8000만원이다. 이 금액을 초과하면 상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보호 내용은 ▲5년 동안 계약기간 보장 ▲건물주가 바뀌어도 이전 계약 적용 ▲임대료 인상 상한선 9% ▲권리금 약탈 방지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대인들은 법대로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임대인들의 월세 인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상가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월세를 받고 임차인에게 상가건물을 빌려준 사람이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중 조세·공과금 부담이 증가했거나, 주변 상가건물의 시세가 올랐거나, 경제 사정에 변동이 생겼을 경우 임차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에게도 권리가 있다. 임차인은 월세를 내고 상가건물을 빌려 쓰는 사람이다. 임대인이 위와 같은 사유로 임대료를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임차인도 같은 사유로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처럼 법적으론 쌍방의 권리가 동일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 상가건물은 수익창출의 대상이나, 임차인에게는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각자가 처한 위치가 다른데 동일한 권리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게 임차인들의 논리다. 임대인들은 “법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임차인들은 “법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유명가수가 임대인으로 바뀌며 임차인이 강제퇴거를 당한 사건의 중개를 맡았던 임영희 공인중개사(맘편히장사하고픈모임 정책국장)는 “임차인들은 임대인이 재계약을 거절하면 건물에 들인 비용도 회수하지 못하고 비워줘야 한다. 그러니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임대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고, 들어주지 못하는 임차인들은 자리를 떠나는 것”이라며 “한 건물의 임대료가 올라갔다는 소문이 돌면 도미노처럼 주변 상권 임대료가 올라간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김용희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임차인들이 상권을 활성화시켜도 그에 따른 이익은 임대인에게 돌아간다. 부동산이 스스로 몸값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