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조사 1년 걸려…긴급구제 방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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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불공정’ 조사 1년 걸려…긴급구제 방안 만들자 불공정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제도 발의…“공정위 중지명령 도입을”

기사입력2016-11-22 14:3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맹점이나 대리점, 하도급업체들이 본사 혹은 원사업자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해도 나서기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공정행위를 신고하면, 이를 빌미로 원사업자 등이 거래를 중지하거나 계약을 해지해 ‘생존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가맹사업법·공정거래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길 가맹거래사무소의 정종열 가맹거래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맹점과의 분쟁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로부터 거래조건 협의요청을 받은 가맹본부 11개 중 9개가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한 가맹점과 계약해지를 했거나 계약해지로 위협을 했다. 또 이들 가맹점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형사고소, 손해배상청구,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소송 등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은 위약금 손해배상, 형사고소는 명예훼손 또는 업무방해죄에 해당<자료=길 가맹거래사무소> ©중기이코노미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가맹점 또는 대리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본부(본사)를 불공정행위로 신고한 이후 또는 분쟁조정 과정에서 이처럼 또 다른 불공정행위, 예컨대 계약해지 또는 거래중지를 당해도 이를 즉각적으로 중지시킬 제도가 없다. 또 공정위 조사 결과 불공정행위가 인정됐고 그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법원을 통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민사법원 판결에 앞서 공정위의 행정처분(배상명령) 등 신속·간이한 구제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같은 당 소속 10명의 의원과 함께, 거래중지와 같이 피해기업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불공정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법원의 가처분 신청제도를 신설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개정안은 또 “공정위 심결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액 등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있어,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구제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가 발생한 경우 공정위가 손해액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불공정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제도=법원은 공정거래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다는 전속고발권 취지에 따라 법원이 중지 가처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개인이 불공정행위 중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고 인용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불공정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 사실을 입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이 가처분신청을 하는 경우 법원이 이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사건 접수 후 조사를 완료하고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행정처분을 내리기까지는 평균 1년 정도 걸린다. 법원의 가처분이 인정되지 않으면 공정위의 행정처분 이전에 불공정행위 피해자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학영 의원안은 불공정행위 피해 당자자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막기 위해 법원의 가처분신청 제도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학영 의원실 전재현 비서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고, 조사를 진행해 불공정행위로 판명하기까지 짧게는 몇달, 길게는 몇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중소자영업자들이 도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민사소송을 통해 별도의 구제방법이 있지만,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고한 만큼 공정거래법에도 이를 추가해 중소자영업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입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근 변호사 또한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과정에서 “공정위가 빨리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늑장처리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공정위가 긴급한 판단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위의 행정처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법원의 가처분 신청제도 신설 취지에 공감했다. 나아가 김 변호사는 법원에 의한 가처분보다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중지명령(행정처분)을 인정하는 것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란 입장이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 및 임원의 계약해지 사례

<자료=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중기이코노미

◇긴급구제 차원의 배상·중지 시정명령 신설=공정위와 같이 준사법기관 성격을 가지는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서 근로자의 주장을 인용하는 경우 근로자 생계보장을 위해 임금지급을 명령한다. 가맹점이나 대리점도 거래중지나 계약해지를 당하면 생계보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긴급구제명령 형태의 공정위 행정처분을 통한 배상명령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또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통한 불공정행위 중지명령 그리고 김남근 변호사의 제안과 같이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중지명령 도입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국회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불공정행위 금지 가처분도 그렇지만, 공정위 차원의 긴급구제명령도 현재로서는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이 공정위 입장”이라며 “하도급법이나 가맹점법, 공정거래법 등 공정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관련 사건들이 공정위 소관이라는 의미다. 법원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나설 경우 공정위의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재량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남근 변호사는 “거래단절·계약해지를 당한 피해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따른 3배 보상은 아니더라도, 피해액 보상이 긴급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며 “외국의 경우 행정사건의 경우에도 긴급구제명령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불공정거래 사건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금고’ 선정 기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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