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경쟁…골목문화, 골목가게가 이끈다

프린트

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대기업과 경쟁…골목문화, 골목가게가 이끈다 마을공동체 꿈,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 이우용·김이준수 이사장

기사입력2016-11-26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의 이우용·김이준수 공동이사장은 “마을카페, 골목카페가 마을공동체 혹은 마을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오스트리아 비엔나. 커피를 사랑했던 베토벤이 즐겨찾았다던 그곳 카페거리에는 100년이 넘은 카페들이 지난 시간의 이야기와 문화를 간직한 채 남아있다. 현대사에서 카페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강연도 하며 때로는 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 공간이다.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의 이우용·김이준수 공동이사장은 “마을카페, 골목카페가 그러한 마을공동체 혹은 마을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왜 협동조합일까? 작은 사무실과 원룸이 많은 서울 역삼동 골목에서 ‘카페 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우용 이사장은 단순히 음료를 사고파는 카페가 아니라 손님과 주인, 손님과 손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2011년 카페를 창업했다. 단골이 늘어가며 카페를 운영하는 보람은 있었지만 월매출 600여만원에서 월세, 재료비, 인건비 등을 빼면 100만원 남짓 남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곳곳에 들어서며 상황은 더 나빠졌다.

13개 마을카페가 모여 지난 6월 창립한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AROPA)’의 조합원이 14명으로 늘었다.<사진=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

이 이사장은 평소 같은 생각을 나눴던 골목카페 주인들 그리고 협동조합 관련 기업 등과 뜻을 모았다. 작은카페·골목카페·마을카페가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토론하다 협동조합으로 결론이 닿았다. 그들은 “획일적인 모습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잠식한 국내 카페산업에서 개인카페들이 홀로 살아남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인카페의 개성은 살리되 공동의 시스템을 만들어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골목카페 주인과 카페관련 기업 모여 협동조합 구성

현재 모두 14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이준수 이사장이 운영하는 ‘ep-coop’은 공정무역 커피, 수제초콜릿 등을 취급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이다. 서울 광진구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더로스팅카페’와 정신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 ‘모아협동조합’, 전국 약초생산자들의 협동조합인 ‘이풀약초 협동조합’ 등과 청소년 자립을 돕는 카페 ‘커피동물원’, 홍대 ‘카페 바인’ 같은 골목 커피숍들이 조합원이다.

아로파는 카페주인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공동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다.<자료=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

아로파는 협동조합이지만 프랜차이즈화 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다 같이 사업하는 사람들인데 왜 갑을 관계가 생겨날까요.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지배하는 구조는 말이 안된다. 점주가 프랜차이즈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이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가 지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첫 번째 공동커피숍은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센터에 있는 ‘모두의 카페’다. ‘아로파’ 라는 공동브랜드가 있지만 개별 카페들의 개성과 이름을 훼손하지 않기로 했다. 골목슈퍼에 ‘나들가게’ 하나 붙여놓듯, ‘아로파’라는 브랜드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공동물류·공동시스템 개발…삶의 공유가 목표

소셜카페협동조합의 첫 번째 공동커피숍은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센터에 있는 ‘모두의 카페’다. ‘아로파’ 라는 공동브랜드가 있지만, 개별카페들의 개성과 이름을 훼손하지 않기로 했다. ©중기이코노미

아로파는 카페주인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공동물류 등 공동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공동구매를 통해 원부자재와 생두를 구매할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성장이 필요하지만, 원부자재 비용을 줄이는 것은 개인카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또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면 조합카페들의 개성있는 메뉴와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어, 혼자서 신메뉴를 개발하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어느정도 규모가 갖춰지면 공동산지를 개발해 조합원들이 직접 산지를 방문해보도록 하고 공정여행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교육, 마케팅과 홍보 등도 함께 진행하면 비용 절감과 미디어 노출 확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우용 이사장은 “사업분야 뿐만 아니라 삶의 공유도 이뤄질 수 있다. 조합 내에서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서로의 관심분야에 대해서도 소통할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인문학 강의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로파는 현재 조합원을 늘리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각자 운영하는 사업체가 있어 속도는 다소 더디지만 무리하거나 서두르지는 않는다.

김이준수 이사장은 “이렇게 작은 가게들, 작은 가게들의 협동조합이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남고 성공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대기업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골목가게들도 경쟁을 통해 살아남고 골목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