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에만 징벌적 손배 “공약 이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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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하도급법에만 징벌적 손배 “공약 이행인가?” “현실성있게 조정한 것” vs “공정거래 전체 도입이 공약 핵심”

기사입력2017-01-07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등으로 인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과제는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탈당 의원들로 구성된 개혁보수신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4일 발표했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맞는 것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19일 ‘경제민주화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 설명’ 보도자료를 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하도급법에 도입됨에 따라 경제민주화 국정과제 20개 법안중 하나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대선 공약)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자료=새누리당, 18대 대선 인수위 홈페이지>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공약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지, 공정위 소관법 중 하나인 하도급법에 도입한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행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하도급법 이외에 공정위 소관법인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소비자기본법 등에도 도입했어야 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행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정부와 여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의지 자체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공약으로 내건 측은 박 대통령과 여당인데, 실제 추진한 쪽은 야당이다. 20대 국회에서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개정안은 무소속 서영교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야당의원들이 제출한 것이다. 이들 법안을 보면 모두 3배에서 5배, 또는 최대 12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명시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율하는 별도법안을 만들어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안이 제정되면 개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규정이 없어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대선 직후인 2013년 당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공정거래법에 최대 10배의 손해배상액을 규정한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직후의 ‘생생한’ 시점임에도 이 법안에 서명한 새누리당 의원은 12명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동법에 2배의 손해배상액을 규정한 당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안에도 10명의 의원만이 이름을 올렸다.

20대 국회에서 민생입법이란 주장과 함께 박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발의하고, 122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동참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사실상 대선용·내세우기용 공약이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대 총선 당시에도 새누리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이 20대 국회에 제출한 발의안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가맹사업법 개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경제민주화 국정과제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경쟁정책과 김성삼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약을 국정과제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기술유용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는 하도급법에 우선 추진하는 것이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하도급 관계가 가장 큰 이슈라 도입하기 용이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과장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공약이긴 해도, 국정과제로 전환되면서 현실성있게 조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행정부는 정해진 국정과제를 추진하며, 공약이행은 정당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실성있게 조정된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결론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다시말해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 권오인 팀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소비자부터 시작해 공정거래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이라며 “하도급법에 적용하는 정도로는 실효성도 적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권 팀장은 또 “공약 이행률은 말 그대로 제정했느냐, 안 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19대 국회에서도 발의안이 제출되고 심사에 들어가서 통과가 되지 않았다”며 “정권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해도 공약 이행률의 변동은 없다. 경제민주화 의지가 실종된 것이다. 결국 거의 차기정부로 떠넘겼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