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죄부 주는 전속고발권 다시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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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기업 면죄부 주는 전속고발권 다시 논의하자 ‘의무고발요청권’으로 변경했지만, 고발건수 2년반 동안 12건

기사입력2017-02-06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이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국내 10대 대기업집단이 공정거래관련법을 위반한 건수는 총 356건이다. 롯데그룹이 73건으로 위반건수가 가장 많았다. 73건 중 공정위가 고발조치를 취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한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속고발권이 결과적으로 대기업을 봐주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발표한 ‘2015 통계연보’를 보면 1981년 공정위가 설치된 이후 신고와 직권조사를 통해 접수된 사건건수는 7만7898건이다. 이 중 고발된 건수는 754건으로 0.9%다. 경고조치가 31.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시정명령이 14.2%다. 공정위 설치 이후 10건 중 3건 이상은 ‘입으로만’ 조치를 취한 것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만약 피해자들이 직접 고발을 할 수 있다면 고발비율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1조를 비롯해 하도급법, 대규모유통거래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전속고발권이 피해자의 직접 고발을 제한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의무고발요청권으로 변경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선 당시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독점화돼 있어, 법 집행의 견제경로가 없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인수위는 이를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고발요청권한을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조달청장에게도 부여’, 즉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무고발요청권’을 도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후 2013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전속고발권은 유지하되, 공정위에 고발요청을 할 수 있었던 검찰과 함께 감사원·조달청·중기청도 공정거래 사건을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의무고발요청권은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에 도입돼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하다. 지난 1일 경실련에서 발표한 ‘2월 임시국회 18개 개혁입법과제’에 따르면, 2015년까지 감사원·조달청·중기청이 고발요청한 건수는 12건에 그쳤다. 또 앞서 유 의원의 자료를 보면, 10대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관련 위반건수는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시행된 2013년 96건에서 2014년 127건, 2015년 13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에 접수된 사건건수도 2006년 이후 매년 2000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의무고발요청권 도입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통계수치다.

중기청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접수된 사건 모두 고발해야 할 건은 아니다”라며 “접수된 사건은 피해를 본 중소기업 수와 업체당 피해규모, 위반행위의 경중,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기준점수를 넘으면 고발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새누리당 홈페이지, 18대 대선 인수위 홈페이지/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의 고봉준 보좌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정위나 의무고발요청권 해당 기관들이 자체 기준점을 가지고 고발을 하고 있다지만, 기준 자체가 면죄부가 되는 면이 있다”며 “기업의 불법행위가 기준점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법을 어겼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한번으로 폐업까지 가는데, 대기업은 전속고발권 뒤에서 면죄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 사건은 신속한 해결이 중요한데, 의무고발요청권을 부여받은 기관들이 짧은 시간안에 사건을 조사하고 고발을 한다는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20대 국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 발의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최운열 의원이 지난 6월28일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대규모유통거래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하는 발의안을 낸 상태다.

고 보좌관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공정위가 소극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행해왔고, 이로 인해 법을 어기고도 그만큼의 처벌은 받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많은 중소기업과 만나보니 전속고발권 폐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법을 잘 지키자는 것이며, 법을 어기면 처벌 받도록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