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일몰 코앞…‘생계형 업종’부터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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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적합업종 일몰 코앞…‘생계형 업종’부터 법제화 지역 소상공인 무너지면 지역경제 생산·유통·소비 타격…법안 발의

기사입력2017-02-1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1년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들이 최장 6년간의 지정기간이 끝나면 해제를 앞두고 있어,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생계형 업종에 해당하는 소자본 품목부터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979년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업종에 대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규제해왔지만, 이 제도는 2006년 폐지됐다. 고유업종 폐지 후 전통적으로 소규모 영세·소상공인들의 주력업종인 음식료, 제과, 도소매 등의 분야에 대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면서 소상공인들은 매출·시장점유율 하락 등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졌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민간자율합의 형식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도입, 동반성장위원회가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규제가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동반위 적합업종 지정으로는 영세소상공인 보호 한계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인태연 회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사업조정대상이 돼, 동반위가 권고까지는 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동반위가 실태조사를 해 중소기업청에 신고를 해야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행명령 위반에 대한 처벌도 약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 회장은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중기청이 적합업종을 법제화하고, 선정위원회 등을 별도로 설치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적합업종은 74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동반위에 따르면 적합업종은 최장 6년간 지정이 가능하지만, 제도 도입 후 6년이 경과하는 올해 3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는 품목이 발생한다. 2017년 간장·고추장·김치·두부 등 49개 품목이, 2019년에는 플라스틱봉투 등 17개 품목이 해제될 예정이다. 2022년에 이르면 적합업종 지정 품목은 모두 사라진다.

생계형 업종은 대체로 지역생산제품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고, 지역에서 서비스가 이뤄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그 지역에서 판매가 된다. 생계형 기업의 경영난은 곧 지역경제의 생산·유통·소비시장의 어려움으로 쉽게 전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생계형 업종에 속한 소상공인들의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계형 업종을 지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보호범위 한정한 법안 발의

적합업종 법제화는 19대 국회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이 처음 시도됐다. 오 의원이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1월에는 같은 당 이훈 의원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우 의원의 발의안에서 정한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중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보호범위를 한정하고 구체화한 것이 이 의원의 발의안이다.

주요내용을 보면 ▲중기청장은 대기업 등이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함으로써 해당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다수 소상공인의 영업이 위축되거나 현저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는 사업영역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고시하고(안 제7조) ▲대기업 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해서는 안되며, 위반 시 중기청장은 시정명령을 거쳐 이행강제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안 제8조부터 제10조까지). 이밖에 중기청장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고시 이전에 해당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중기청장의 승인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 등에 대해 생계형 소상공인 육성 부담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안 제11조).

‘생계형 업종’ 정의·기준 ‘사회적 합의’ 필요

문제는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한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2008년 한국은행은 ‘생계형 서비스산업’을 단순노동투입 중심의 저부가가치 업종으로 구성돼 있고 진입장벽이 낮아 완전경쟁시장 형태를 갖는 서비스업종이라며, 118개 생계형서비스 업종을 제시한 바 있다. 2012년 중소기업연구원은 ‘생활형서비스업’ 개념을 정의하면서 최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분야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분야로 구분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는 ‘생계형업종’을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심의 단순노동투입형 저부가가치 업종으로 저마진 구조를 가지며 가계생계유지 위주로 운영되는 업종, 또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은 특징을 지니는 업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행하는 ‘적합업종 법제화에 관한 연구용역’에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기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훈 의원실 강정욱 비서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우원식 의원 발의안이 중소기업기본법이 정하는 모든 중소기업의 업종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 의원의 발의안은 해당 업종시장이 대기업에 잠식됐을 때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영세·소상공인 업종으로 범위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 국회에 상정됐으며 앞으로 토론회 등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생계형 업종에 대해 구체화하고,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