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인 2세에게 귀금속 기술전수 ‘인력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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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소공인 2세에게 귀금속 기술전수 ‘인력난’ 푼다 ‘Zoy 주얼리’로 판로도 확대…종로 봉익주얼리소공인특화지원센터

기사입력2017-02-23 21:1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가장 먼저 귀금속 등 사치품 소비를 줄이게 된다. 내수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귀금속 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내수가 어렵다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종로 귀금속 집적지에 있는 소공인들의 연령층이 높다보니, 인터넷을 활용해 해외판로 등을 개척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오프라인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주얼리소공인집적지에는 간판은 없지만 건물 각 층마다 적게는 10개, 많게는 20개의 소공인업체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봉익주얼리소공인특화지원센터(이하 봉익소공인센터)의 최용훈 센터장은 “이곳에 있는 620여개의 소공인업체 중 20~30년된 소공인들도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는 처음 겪어 본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귀금속 제조업계는 지방부터 시작해 점점 위축돼, 대표적인 귀금속 제조 소공인들이 몰려있는 이곳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내수·수출 모두 어려워…‘Zoy 주얼리’로 판로 확대

최 센터장은 특히 “40대만 돼도 집적지 소공인 중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며 “몇 안되는 젊은 소공인들은 개별브랜드를 만들고 인터넷을 활용하며 판로를 넓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 문화를 어려워한다. 또 고가제품이다 보니 배송과 반품에도 민감하고 인터넷에 제품을 올리면 디자인을 복제하는 경우도 있어 온라인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귀금속 제조업을 혁신산업으로 지정하고, 한중FTA에 따라 중국제품은 무관세로 수입되는 반면 수출은 20%의 관세가 붙어 주 수출국이었던 홍콩과의 거래량도 줄어든 상태다.

이곳 소공인들은 판로가 확대되기를 가장 원한다. 최 센터장은 “봉익소공인센터가 2015년 문을 연 이후부터 지금까지 소공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판로확대를 통한 매출증대”라며 “개별적으로 판로를 확대하기 어려운 소공인들을 모아, 국내 귀금속 소매점을 연계하고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봉익소공인센터의 당면과제”라고 소개했다.

서울 봉익주얼리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종로에 위치한 620여개의 귀금속 제조업 소공인들을 돕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봉익소공인센터는 우선 공동브랜드인 ‘Zoy 주얼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Zoy 주얼리의 이름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어 전국 7000여개의 도소매점에 배포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판로가 오프라인 위주로 제한적이지만, 찾아오는 사람만 기다리는 것에서 전국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또 홍콩에서 열리는 주얼리박람회에 작년부터 공동브랜드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최 센터장은 “홍콩 주얼리박람회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규모다. 국내 주얼리업계들이 수출바이어를 만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공인들로서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람회에 참가한 바이어들이 소공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14K 금 제품이나 큐빅제품은 봐주지 않는 것이다.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8K나 24K 박람회용 원부자재를 따로 구입해 참가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최 센터장은 “주얼리박람회는 귀금속 특성상 3년정도는 지속적으로 참가해야 바이어들도 신뢰를 가지고 거래를 하기 시작한다”며 “부스비나 체류비도 크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는 원부자재를 박람회를 위해 구입했다가 팔리지 않으면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9월 박람회 참여 희망업체에 제품을 받고, 봉익소공인센터의 매니저들이 박람회에 대신 참가해 제품을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람회에 참가해 12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많은 금액이라 할 수 없지만, 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한만큼 처음치곤 긍정적이다. 최 센터장은 “박람회 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다. 지금은 봉익소공인센터가 대신 참가하지만, 앞으로는 소공인들이 직접 박람회에 참가해 세계의 제품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가가치 낮아 인력난…소공인 2세 중심 교육 진행

봉익주얼리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최용훈 센터장은 “매일같이 집적지를 돌아다니며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소공인센터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주얼리집적지는 판로확대도 과제이지만,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적어 기술전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공인들이 생산한 귀금속 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금 시세’를 검색하면 순도에 따라 현재 시세가 나오는데, 고가의 제품인데다 시세가 정해져 있다보니, 디자인이나 제조과정에서의 부가가치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귀금속을 다루다보니 업계 자체가 폐쇄적이다.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스러기까지도 돈이 되는 업종이다. 10년 넘게 일하던 직원이 몰래 귀금속 파편을 모아 나가버려 배신감에 사업을 관둔 제조업체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가족경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다. 또 부가가치를 만들기 어렵다보니 직원을 고용해도 초봉이 낮아 새로운 인력채용이 잘 안된다”고 밝혔다.

인력난을 해결하기위해 봉익소공인센터는 귀금속 제조업 특성을 고려한 소공인 2세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집적지에 있는 귀금속 제조 명장들과 소공인 사업체마다 다른 제조기술을 배우도록 현장에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현재 소공인 2세를 중심으로 12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소공인 가족들 뿐만 아니라 청년층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잠깐 일을 배우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귀금속 제조업에 전념할 수 있는 장인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집적지의 명인들로부터 고급기술을 배우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도록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봉익소공인센터의 목표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국내 귀금속 제조업 기술은 세계 기능올림픽에서도 18년 연속 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세계 정상”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센터가 해줄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지만, 도와드리면 충분히 잘 될수 있는 산업이다. 봉익소공인센터는 소공인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시너지를 낼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