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청과직판 이전 협상결렬, 해답 못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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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가락시장 청과직판 이전 협상결렬, 해답 못찾다 “30년간 시장 일군 상인 왜 지하로 몰아넣나”…“공기업 한계 양해”

기사입력2017-03-13 17:4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락시장 청과직판 상인들이 공사측 협상안 수용 여부를 정하는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2년 넘게 이어온 가락시장 청과직판 상인들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의 가락몰 이전 갈등이 최근 협상분위기를 이어오다 또다시 갈등국면으로 돌아섰다. 13일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가락시장 청과직판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설명회 및 임시총회’에서 청과직판 상인들은 투표를 통해 공사가 제시한 ‘가락몰 이전을 위한 협상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날 총회에는 청과직판 상인들과 김근렬 이사 등 공사측 관계자가 참석해 현대화사업에 따른 갈등해결을 위한 상호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과직판 상인 330여명은 기본적으로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 가락몰 이전을 반대하며 700일 넘게 공사와 대치해왔다. 이날 김이선 청과직판상인조합장은 “물리적 충돌로 서로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보와 대안을 가지고 지난 주 공사와 조합이 협상을 진행했고,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기 위해 오늘 총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김금렬 이사는 “현대화사업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면서 “지난 한달간 서로 마음을 열고 협상한 결과 흡족한 결과는 아니지만 한걸음 가까워졌다. 하지만 공사가 공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김금렬 이사는 “지난 한달간 서로 마음을 열고 협상한 결과 흡족한 결과는 아니지만 한걸음 가까워졌다. 하지만 공사가 공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가락몰 점포공간 원점에서 재배치하자”

상인측은 그동안 주장해오던 현재 청과직판동 존치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공사측에 대안을 제시했다. 상인측이 제시한 대안은 ▲가락몰로 이전할 경우 공사측의 보장방안과 ▲수평상권의 대체부지 제공방안이다.

상인들은 공사의 현대화사업 강행으로 인해 가락몰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점포공간을 원점에서 재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상상권 대비 150%의 점포면적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공사측은 이미 이전한 상인들과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현(現)점포에 대한 법적 권리는 이전상인이 가지고 있어 이들의 동의없이 재배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전상인이 동의할 경우 전문가를 통한 상권분석을 하고 점포 재배치 연구를 수행해 필요할 경우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전상인으로부터 점포 재배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상인은 “청과직판 상인 660여명 중 330여명이 700일 넘게 힘든 싸움을 했다. 현재 가락몰도 장사가 안된다고 하는데, 백번 양보해 가락몰로 들어간다 해도 장사 안되는 후미진 자리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인은 “우리 청과직판 상인들은 가락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하며 오늘날의 가락시장을 일군 사람들이다. 현대화사업을 한다면 우리 상인들이 장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청과직판상인들만 지하로 다 몰아넣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인측 “공사 제안은 수용 불가능한 대체부지”

대체부지 제공방안에 대해서도 상인측은 당초 기본 3000평의 수평상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공사가 제시한 부지확보 내역은 “상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청과직판상인협의회 지상도 부회장은 “현재 330여 상인들이 578칸의 상점을 확보하고 있다. 한칸은 두 평 정도 되고 통로와 상점은 1:1의 면적이기 때문에 영업을 위해 필요한 전용면적만 2400평, 주차공간까지 더하면 3000평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공사가 제시한 부지확보 내역을 보면, 지상에서 수평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예전에 다농마트가 있었던 부지 600평이 전부다. 가락몰 지하2층과 정수탑 인근에 제공하겠다는 공간은 작업장과 창고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가락몰의 지상층인 1·2·3층 공간 593평을 제공하겠다는 안은 청과직판 상인들이 해당층에 맞는 업종으로 전환을 했을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

지 부회장은 “현재도 상권이 구시장과 가락몰로 이원화 돼 영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공사의 부지 제공안은 이 상권을 더 쪼개겠다는 것”이라며 “가락몰 지상층 사용조건도 30년 이상 채소장사를 해온 상인들에게 지상점포를 사용하기 위해 업종변경을 하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이어서 상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란부분이 현대화사업 2단계 부지. 현재 가락시장 청과직판동이 위치한 곳이다. 북문은 공사측이 대형차량 2대로 입구를 막아둔 상태. <자료=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사·서울시 “공사 지연시 손실발생 불가피”

청과직판동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2단계 사업이 추진될 부지다. 청과직판 상인들이 점포를 비워준 후 철거를 하지 않으면 예정된 공사가 불가능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사임대팀 이니세 팀장은 “가락몰 지하1층 상인들이 영업이 어렵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현재 입점이 이뤄지지 않은 채소부분의 경우 구색이 맞춰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영업이 어려울 수 있으나 나머지 부분은 정상화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상결렬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적으로 숙의과정을 거쳐야 향후 대책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2월 예정된 현대화사업 2단계 공사를 착공하기 위해서는 3월중에는 기존 상인들이 퇴거하고 철거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공사 지연으로 향후 공사지연비용·기회비용 등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더 이상 내어줄 대체부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시장관리팀 김형금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서울시의회와 함께 꾸준히 협의과정을 거쳐왔다”며 “공사에서도 상인들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줄 수 없고, 상인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양파·대파 등 먼지가 많은 야채를 중심으로 배치할 수 있는 부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포 전면 재배치와 대체부지 이외의 지원방안들에 대해서는 예산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비용은 서울시 예산을 통해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오늘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랐는데,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이선 조합장은 “이제 남은 것은 가시밭길 뿐이다. 공사가 예고한 단전, 입구폐쇄, 명도집행이 이뤄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겪게 될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도 각오를 해야한다”며 앞으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기이코노미

김이선 조합장은 “전체 330명 상인 중 23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가 넘는 225명이 공사의 협상안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이제 남은 것은 가시밭길 뿐이다. 공사가 예고한 단전, 입구폐쇄, 명도집행이 이뤄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겪게 될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도 각오를 해야한다”며 앞으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