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인삼공사 “중소한약상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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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민간기업 인삼공사 “중소한약상 어렵게 한다” 주변시장과 둘레길 조성, 한방산업센터 건립…재정비 서울약령시

기사입력2017-03-17 20:2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70%의 한약재가 유통되는 서울약령시. ©중기이코노미

조선시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의술과 탕약을 베풀어 새 삶과 희망을 주던 구휼(救恤)기관이 ‘보제원’이다. 보제원이 있었던 그 자리,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는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한약재 전문시장 ‘서울약령시’가 우리나라 한의학의 명맥을 잇고 있다. 서울약령시는 해방이후 당시 경춘선의 시발역이었던 성동역 주변에 조성된 경동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서울약령시가 전국적인 약재집산지로서 규모와 구색을 갖추게 된 것은 1970년대 종로4가와 종로5가에 모여있던 전통 한약재상들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70%의 한약재가 유통되는 곳. 서울약령시에는 한의원, 한약방, 한약국을 비롯해 약초상회, 제분소, 탕제원, 수입약제상 등 한의학 관련업체 1004곳이 모여있다.

하지만 17일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서울약령시협회 강경태 사무국장은 “국내 한의학 산업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서울약령시는 전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한약재 시장이며, 한의학의 모든 분야를 한곳에 망라해 놓은 전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는 강 국장은 “최근 경기불황과 한약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이곳 약령시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약은 고가이고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업종이라는 것이다.

서울약령시협회 강경태 사무국장은 “최근 경기불황과 한약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이곳 약령시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2015년 내츄럴앤도텍이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를 백수오 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사건이 터지고, 최근에는 천호식품이 가짜 홍삼액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한의약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또 한약재 시장에서 식품 비중이 커지면서 서울약령시의 업태구조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한의원과 의약재 취급업이 90% 이상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한의원과 한약방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식품으로 분류되는 한약재를 취급하는 소규모 점포들이 늘고 있다.

공기업인 듯 시장 독점하고 있는 민간기업 ‘한국인삼공사’

특히 홍삼 위주로 시장이 커지면서, 홍삼으로 규모를 키운 정관장이 한약재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강 국장은 “국내 대표 홍삼브랜드 정관장을 생산하는 ㈜한국인삼공사는 전매가 해제된지 14년이 지난 민간기업이지만 여전히 기존 명칭을 쓰며, 공기업 당시의 시장독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삼공사는 홍삼뿐만 아니라 각종 한약재 제품을 생산해 팔며 중소 한약재 종사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약과 양약분야 종사자들의 밥그릇 싸움도 한의학을 어려움에 빠뜨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강 국장은 “한의학은 경험의학”이라며 “한의학은 학문적 근거가 있는 정식 학문이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와 불평등 속에서 설 곳을 잃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의 경우 병원설립시 한의학이 필수적으로 들어가 한의학과 양의학이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한의학 전문가도 워낙 적고, 양의학 중심으로 제도가 만들어지다 보니 한의학은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삼공사는 민간기업이지만 여전히 기존 명칭을 쓰며, 공기업 당시의 시장독점을 유지해 중소 한약재 종사자를 힘들게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한 업체에 쌓여 있는 한약재. ©중기이코노미

서울약령시는 규모도 크지만 서울에 위치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의학 발전을 위해 보존하고 육성해야 할 한방산업특구다. 하지만 최근 식품산업 위주로 발전하다보니, 이곳의 중소한약재 관련사업자들이 한약식품 공장설립을 위해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는 영세규모의 한약 관련업체들만 남아 있다.

특히 사업이 어려워진 상인들이 사업을 접고 다른 가게의 종업원으로 들어가고, 종업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빈 가게에 창업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업체수 변동은 거의 없지만, 폐업과 창업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 추진…시대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

강 국장은 한의학 산업도 시대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약령시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내 전통시장들이 환경개선과 재건축으로 시장 본래의 모습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시장을 파괴하지 않고, 시장의 전통을 보존하면서 국내외 방문객들이 찾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청은 서울약령시에 한방산업진흥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한방산업진흥센터에는 옛 보제원을 복원해 한방의료 체험시설로 개방하고, 한의약박물관·한방카페·약선요리 체험장 등을 둬 한의학 체험관광 메카로 내외국인이 함께 즐기는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약령시는 1995년부터 매년 가을 한의약문화축제를 연다. 한의약문화축제에서는 한약재 썰기 경연대회·한방백일장 등의 참여프로그램과 한방차 시음·한방약재 체험·한방 염색체험 등의 체험행사, 한방음식·떡 시식회 등의 행사가 열린다. 올해 한의약문화축제 즈음에는 한방산업진흥센터도 선보일 전망이다.

이밖에도 서울약령시는 한방산업진흥센터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변의 경동시장, 광성상가, 청과물시장, 청량리시장, 수산시장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둘레길도 조성할 계획이다. 한방산업진흥센터와 둘레길이 조성되면 전통시장 관광특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동대문 제기동과 청량리 일대는 한방이란 특화상품과 함께 전통시장의 참모습을 외국에 알리는 메카로 탈바꿈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