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경고장 받으면 청구범위부터 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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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특허침해 경고장 받으면 청구범위부터 분석을 정당한 경고라면 유효권리, 동일발명, 사업적 실시, 위법성 판단

기사입력2017-04-10 21:12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스타트업 지식재산 레벨업 ④다른 특허 침해 했다고? 어떻게 대처할까

최근 스타트업의 지적재산권(지재권) 분쟁사례가 늘고 있다.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 유형이 다양해지고, 제품을 직접 생산·판매하지 않고 보유특허로 수익을 내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무차별적 소송제기도 빈번해진 것이다. 제조·생산기업에 비해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지재권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기이코노미는 스타트업이 알아둬야 할 지재권 활용전략을 취재, 소개한다.

국내 스타트업 A사는 미국의 거대기업 가운데 하나인 B사로부터 공정특허를 침해하고 있으니, 모든 침해행위를 중단하고 로열티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받았다. A사는 침착하게 경고장을 분석했고 권리의 정상유지 여부, 정당 권리자 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정당한 권리자에 의한 정당한 경고임을 알게 됐다.

이후 A사 대표는 실제 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특허권의 범위를 결정하는 특허청구범위를 분석했다. 공장으로 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검토 결과 ‘문언적 침해’(침해 가능성이 있는 발명이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모든 구성 요건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따라 특허청구범위를 축소해석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심사경과서류를 입수했다. 서류 검토과정에서 B사의 특허청구범위를 축소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었고, 이를 근거로 회신을 보내 해결할 수 있었다.

특허침해란 출원을 통해 심사를 거쳐 특허를 받은 발명을 정당한 권리가 없는 자가 무단으로 실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행기술조사를 통해 미리 조사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타사로부터 특허침해 경고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 당황할 수 있으나 침착하게 대응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경쟁사나 제3자가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특허권자는 경고장을 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신인이 특허를 침해하고 있고, 특허 발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내용증명을 통해 보내는 경고장은 문서내용을 등본에 의해 증명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법적인 효력은 없다. 당황하지 말고 우선 상대방의 경고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검토하면 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문제특허의 특허번호, 특허침해 제품의 특정여부 등을 검토한 후 터무니없는 주장일 경우 무시하면 된다. 정당한 경고로 판단될 경우 특허권자의 의도, 심각성, 요구사항의 수용가능 및 협상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회신을 작성해 보내야 한다. 성실하게 대응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필요한 사항만을 간결하게 서술하면 된다.

경고장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면 추후 소송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를 봐서 회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인이 명기한 시일이 촉박할 경우 언제까지 회신할 것인지, 합리적인 시간을 제시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대표가 직접 회신을 한 경우 추후 소송에서 증언녹취, 증인심문을 청구해 올 수도 있어 가능하면 담당자가 서명해 보내면 된다.

이후 현재 실시품(또는 실시방법)을 기준으로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특허의 등록번호 및 청구항과, 어떠한 실시기술이 침해라고 주장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특허의 등록번호를 알면, 한국특허정보원이 제공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http://www.kipris.or.kr)를 이용해 해당 특허권의 등록공보를 검색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소송까지 진행할 만한 업체인지 등 대응전략 수준에 대해 파악해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상대방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판단할 때는 유효한 권리인지, 발명이 동일한지, 사업적으로 실시됐는지, 실시의 위법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특허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허권자의 권리가 유효해야 하며 ▲실시발명과 특허발명이 동일해야 하고 ▲사업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정당한 권한없이 실시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입수한 자료와 상대가 제시한 증거의 신뢰성이나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침해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침해여부에 대해서는 일반기업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리사 또는 변호사를 통해 감정을 받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도 상대방 특허가 무효사유를 가지고 있어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면 소송에 유리하다. 따라서 등록된 특허에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는지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권리자의 권리 불행사 언동을 믿은 실시자를 보호하는 원칙(금반언) ▲등록된 특허와 동일한 발명이 이미 타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항변(선발명의 항변) ▲상대방으로부터 제소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미연에 방지(부제소 특약의 활용) 등과 같은 무효항변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상대방의 특허권에 대해 무효사유를 찾을 수 없다면, 회피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회피설계란 해당 제품의 기능 및 성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당해 문제특허의 권리범위에서는 벗어나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향후에는 특허침해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면 로열티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대응책 없이 로열티협상에 들어가는 경우 권리권자가 부르는 로열티는 ‘부르는 게 값’으로 높아진다.

▲경고장 처리와 관련 회사내 처리능력과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대상제품이 기업에 높은 이익을 주는 주요제품이고, 위험이 많은 경우 ▲권리자 또는 대리인이 특허관리전문회사(NPE) 등의 업체로 알려진 경우에는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이피즈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송인호 대표변리사는 서울지식재산센터가 진행한 ‘지식재산 스타트업 교육’에서 “특허침해 판단은 특허낸 기술과 제3자의 기술을 비교하는 과정이 아니라, 특허받은 명세서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내용과 제3자의 기술을 비교하는 것”이라며 “특허청구범위를 작성할 때 발명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최소한으로 기재하면 타인의 특허를 침해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