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률 2% 안되는데 신용카드 수수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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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순이익률 2% 안되는데 신용카드 수수료 2.5% 중소가맹점 “월세보다 더 높다…수수료율 1% 상한, 단체협상권 보장”

기사입력2017-04-12 20:0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금없는 사회가 곧 도래한다’는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은 일상화된 신용카드 결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결제수단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자금조달비용·대손비용·일반관리비용·거래승인매입정산비용(VAN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데, 신용카드 사용비용 대부분을 가맹점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이 떠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전체 수익 중 60%를 차지한다.

신용카드 거래는 신용카드 회원이 가맹점에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수수료를 공제한 다음 거래대금을 가맹점에 선지급하고, 신용카드 회원은 정해진 날짜에 카드사에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을 개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우대수수료율은 2단계로 나눠 적용된다. 연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은 개정 전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인 가맹점의 경우에는 이전 2.0%에서 1.3%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했다.

3억 초과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제외…2.5% 수수료 적용

문제는 연간 매출액 3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법정 최고 수수료율(2.5%)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마트연합회 김성민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은 연매출 3억원 이상 사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일제히 2.5%로 인상했다”며 “조정사유는 영세사업장 우대수수료율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전국마트연합회 김성민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은 3억원 이상의 사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일제히 2.5%로 인상했다”며 “조정사유는 영세사업장 우대수수료율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자료=전국마트연합회>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를 보면, 전국에 3300여개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파리바게트’의 2015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6억6000만원이다. 전국에 163개 가맹점을 거느린 분식업체 ‘용우동’의 2015년 평균 매출도 3억원이다. 또 전국 7500여개 가맹점이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연평균 매출액은 4억8200만원이다. 편의점 BIG4(GS25·세븐일레븐·CU·미니스톱) 소속 2만8203개 가맹점의 2015년 평균 매출액은 5억9000만원이다. 여전법이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3억원 이상 매출액 가맹점 대다수가 소상공인이란 얘기다.

여전법은 직전연도 1년 동안의 매출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개인 또는 법인 신용카드가맹점을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으로 정하고 있다. 여전법 제18조의3 제1항에서 신용카드업자는 신용카드가맹점과 수수료를 정함에 있어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며, 부당하게 가맹점 수수료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연매출 3억원 이상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협상력 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가멩점 수수료 차별받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재광 회장은 “연매출 3억원 이상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카드사 수수료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내려 생색을 내고, 나머지 가맹점의 수수료를 높여 수익을 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스트코의 신용카드수수료는 0.7%로 알려져있고, 대기업가맹점도 1.5%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 카드사와 직접 수수료율을 협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5년 국감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 대비 81.5%지만, 매출액은 14.2%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은 0.4%지만, 매출액비중은 48.7%에 이른다. 영세가맹점과 대기업 중간규모인 중소가맹점(18.1%)은 전체 매출액의 37.1%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대형가맹점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인데다가 협상력도 높아 1.7%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에서는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내려 ‘착한’ 척하고, 뒤로는 대형가맹점의 낮은 수수료를 협상력이 없는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려 카드사의 수익만 키우는 ‘나쁜 짓’을 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낮췄음에도 지난해 국내 신용카드 8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약 11조1000억원, 2015년 10조7000억원과 비교해 약 4000억원 증가했다.

임대료·순수익 보다 더 많은 카드수수료

지난 1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중소상인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소마트 상인은 “중소마트의 경우 대부분 1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지만 순이익률은 2% 이하로 박리다매이며, 카드결제가 많은 구조” 라면서 “지난해 카드수수료 조정으로 연매출 3억원 이상 가맹점에 2.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1% 저금리 시대에 2.5%는 엄청난 고리대이며, 임대료보다 카드수수료가 더 많다”고 호소했다.

전국마트연합회에 따르면 중소마트가 지출하는 연평균 임대료 지출액은 1억8000만원이다. 이들의 평균매출액은 100억원이고, 신용카드 수수료는 2억5000만원이 된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임대료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민 회장은 “금융당국은 지난해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내리면서 신용카드사는 손해를 본다고 생색을 냈지만, 연매출 3억원 이상의 중소가맹점들은 높아진 신용카드 수수료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익이 2%대인 유통소매업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가 수익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카드사의 일방적인 카드수수료 결정 방식 문제

가맹점들은 카드수수료 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여전법에서는 상시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 소상공인이거나,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인 가맹점에 한해 단체를 설립해 신용카드업자와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여전법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2억원을 초과한 중소가맹점은 점주 스스로 재벌기업인 카드사와 직접 수수료 협상을 해야 한다. 가맹점 단체구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중소가맹점에 단체설립 및 협상권을 빼앗은 것이 현행 여전법이다.

중소상인살리기 대선행동은 1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소상공인·중소기업부 신설, 카드수수료는 1% 상한, 상가임대료는 3%로 규제, 재벌복합쇼핑몰 규제 등을 요구하며 ‘중소상인살리기 대선공동행동’을 선포했다. <사진=중소상인 살리기 대선행동>

수수료율의 차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대수수료율로 보호받는 매출액 3억원 미만의 가맹점과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 사이의 중소가맹점은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며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가맹점들은 대기업과 차별없는 수수료율을 주장한다. ‘중소상인 살리기 대선행동’ 이성원 사무처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비용을 사실상 중소상인들이 모두 떠안는 것은 가혹하다”며 “신용카드사도 이 비용을 나눠야 하며, 적어도 대기업과의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 상한으로 제한하고, 중소 및 일반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 단체협상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