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국경제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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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재벌개혁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국경제 어둡다 대선후보, 일감몰아주기 지분율 조정 한 목소리…특별사면 제한도

기사입력2017-04-26 20:0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치공간에, 또 시장영역에 재벌총수들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의 전제는 재벌개혁이다. 특히 이번 ‘탄핵대선’이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차기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재벌개혁이다. 무엇보다 재벌 등 대기업의 불공정과 부당 거래행위 그리고 경제력 집중현상을 눈감는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후보들 역시 이를 알기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수 있는 재벌개혁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시장적 행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2015년 2월6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13.39%를 매각해 지분율을 29.99%로 떨어뜨렸다. 1주일 뒤, 14일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준(30%)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당시 제기됐다. 일감몰아주기는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독점하고, 독점한 기회로 생긴 수익을 총수일가의 편법승계에 사용하는 전형적인 반시장적 행위다. 반대로 말하면,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함으로써 재벌들의 사익편취 및 편법승계를 막을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대상 지분율을 조정하고, 거래요건도 강화한다. 현재 총수일가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대상인 것을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조정한다. 또 최근 1년간 회사별 매출입 상호의존도 50% 미만이 되도록 한 계열분리 인정요건을 부활시킨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상시점검 및 적발시 직권조사도 시행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지분율 요건을 강화한다. 친족기업 및 해외계열사에 대해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한다. 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일감몰아주기가 인정되는 예외적 허용사유도 엄격하게 적용한다. 일감몰아주기 예외대상인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의 범위를 축소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공약에는 빠져있다. 다만 지난 4월 총선에서 당론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를 정했기 때문에 제윤경 의원이 20대 국회에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수준의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없이 지분율을 20%로 낮추고, 공익법인이나 분할·합병 등을 통한 간접지분율까지 규제대상 지분율에 포함했다.

<자료=각 정당 홈페이지/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공약은 지분율 요건을 조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총수일가들이 현재 보유한 지분까지 정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한 총수일가의 개인회사 설립을 금지하고, 여기에 총수일가 개인회사와 그룹내 타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도 금지한다. 또 동일기업집단에서 분리된 친족 재벌기업간 ‘서로 밀어주기 거래’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현재처럼 내부거래를 하고 싶다면, 총수일가의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일감몰아주기를 포함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규제대상 지분율을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낮췄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이익 적용대상을 확대하며, 거래액 전체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감몰아주기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독과점 기업에 대한 사후적 제재방안으로 기업분할명령제와 계열사분할명령제를 도입한다. 안철수 후보는 기업분할명령제만 공약에 포함했다.

◇재벌 ‘범죄행위’ 봐주는 특별사면 사라져야=광복절 등에 행해지는 경제사범들에 대한 ‘특별사면’과 재벌총수들의 ‘표준형량(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정치권 및 사법부의 재벌총수 편애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SK 최태원 회장은 박근혜 전직 대통령과 자신의 사면을 둘러싸고 ‘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복되는 재벌총수들의 경제범죄는 이런 ‘봐주기식’ 처벌과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죄진 만큼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 또한 재벌개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후보는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내세웠다. 중대범죄를 저지른 재벌에 대해 기업경영 참여금지와 집행유예 불가,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유승민 후보도 재벌총수의 가석방·사면·복권을 ‘경제살리기’와 바꾸는 후진적 관행과 단절하겠다고 했다. 이외 유승민 후보는 총수일가의 비공식 경영간섭을 근절하기 위해 재벌총수와 그룹총괄기구의 법적지위·권한·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일정수준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인사의 경영참여를 제한한다.

심상정 후보는 50억원 이상의 배임·횡령죄는 집행유예가 불가하도록 하고, 재벌들의 황제노역·면회 금지와 형집행정지·가석방·사면 제한을 밝혔다. 또 횡령·배임 등 특가법으로 징역형을 받으면 기업 임원등록을 제한하도록 했다.

안철수 후보는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기업범죄에 대해 형량을 강화해 집행유예 선고를 어렵게 하며,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홍준표 후보 공약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

◇10대 재벌 집중규제, 최저임금 연동 임금상한제=문재인 후보는 10대 재벌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당내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차원으로 격상하는 안도 제시했다. 재벌들의 기부금 형식의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 또는 성금 등으로 구성된 준조세를 금지하는 ‘대기업 준조세금지법’ 도입도 공약에 들어 있다.

심상정 후보는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한국기업연합회(이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공약으로 내놨다. 또 공기업·대기업 최고경영자와 고위임원 임금은 최저임금에 비례하는 ‘최저임금 연동 임금상한제’ 도입도 발표했다. 2016년 기준 공기업은 최저임금의 10배, 대기업은 30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