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정보 공개 확대해 조세행정 신뢰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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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과세정보 공개 확대해 조세행정 신뢰도 높이자 ‘원칙적 비공개, 예외적 공개’…제한된 정보로 세부담률 논란만 불러

기사입력2017-05-08 17:0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증세대상으로 거론되는 법인세, 소득세와 관련한 세부담률 논쟁이 벌어질 때 상반된 양측이 제시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 필요에 따라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을 자의적으로 선택한다. 또 실효세율을 얘기하는 경우에도 학자·기관에 따라 각기 다른 수치를 제시한다.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위평량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법인세 실효세율 논란이 있을 때, 정확한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기업이 외국에 납부하는 세금까지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며 “현재 법인세 논란은 과세정보 부족에 따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납부세액 추정치가 서로 달라 실효세율을 정확히 산정하는게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국세청이 소득구간을 세밀하게 나누고 세액공제감면 역시 소득구간에 따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면, 고소득자가 얼마만큼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하는지 등, 세금부담률 관련 논쟁이 한결 단순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세청이 제공하는 정보는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세금과 관련된 정보는 당연히 국세청으로 모인다. 국세청은 성명·주민등록번호·이메일·전화번호와 같은 개인 및 사업자 고유식별정보는 물론 고지·체납세액, 총수입금액, 가산금 등 각종 수입 및 소득정보와 관련 세액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부처 및 지자체·법원·경찰서·건강보험공단·한국은행 등 정부 주요기관으로부터 주택보유 현황, 소송관련 자료 및 의료비·교육비·보험료·개인연금·직업훈련비 등 개별 납세정보도 제공받는다.

과세정보 공개에 대한 국세청의 기본 입장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원칙적 비공개, 예외적 공개’다. 국세청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조세업무 ▲국가기관의 조세쟁송이나 조세범 소추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법관의 영장 발부 ▲세무공무원 간 조세업무 ▲통계청장의 국가통계 작성업무 ▲사회보험의 운영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의 소관업무 수행 ▲국가행정기관·지자체·공공기관이 급부지원 등을 위한 자격조사·심사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목적 범위내에서 과세정보를 제공 또는 공개한다. 이같은 예외적 공개 방침 역시 제공 또는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지, 제공 또는 공개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와관련 위 연구위원은 “소득이 고소득자인지 저소득자인지 소득계층별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며 “과세정보 공개 범위가 국가의 발전·문화·통념 등의 영향을 받는다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율의 경우, 명목세율을 올리는 의견과 함께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조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로 상위 1%의 실효세율은 얼마인지, 소득을 어디서 더 나눌 수 있을지 제대로 추산하기 힘들다. 상장회사들은 공시의무가 있다지만, 부과금액이나 납부기한 등 일부 정보만 공시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또한 공제감면세액도 총 금액만 나와있으며, 분류 기준치가 크고, 공제감면 명목은 제공하지 않는다. 세액공제 신고현황은 중소기업과 일반법인으로 구분될 뿐, 소득금액이나 과세표준 기준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 거친 수준의 정보만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공제감면세액에 있어서도 명목에 따라 소득구간을 나눠 제공한다면, 공제감면 구간의 조절과 함께 실질적인 조세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테지만, 이런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자료=국세청> ©중기이코노미

美 의회 요구시 정보제공 의무…북유럽, 정보공개 범위 넓어

과세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국회에서는 현재보다 효율적인 국세행정 감시가 가능해지며, 학계에서는 과세정보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조세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또 납세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알권리를 강화할 수 있으며, 국세행정의 투명성 증대로 과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가 한국보다 민감함에도 불구하고, 과세정보 공개와 관련 의회의 조세관련 위원회가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경우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외 위원회 업무수행 도중 위법행위, 잘못된 행정, 납세자 부패 관련 조사를 할 경우 위원회나 권한을 위임받은 개인에게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또 통계작성이나 연구목적을 위해서도 개별납세 자료를 공개한다.

노르웨이는 2001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누구든 과세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핀란드 세무당국은 법원 허가 없이 국민들이 은행계좌 및 해외재산을 검색할 수 있고, 매년 국민들의 소득과 재산에 관한 과세내용을 공표하고 있다. 스웨덴은 과세공문서에 한해 포괄적 접근권이 허용되며, 세무당국은 매년 납세자들의 소득 및 자산규모 등을 책자로 출간하고 있다.

위 연구위원은 “북유럽의 경우 매우 넓은 범위까지 공개하고 있지만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법이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다. 과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과세정보 공개를 확대함으로써 조세행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