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오르면 납품단가 조정 대상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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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인건비 오르면 납품단가 조정 대상에 포함한다 문제는 실효성…거래단절 우려하는 中企, 대기업에 요구 쉽지않아

기사입력2017-05-22 18:5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실시해 21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14.3%의 업체가 부당 납품단가 결정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8.1%)은 ‘거래처의 가격경쟁에 따른 원가 인하 전가’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중소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에서 나타난 응답률 5.5%보다 높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음에도 사라지기는커녕 늘어난 셈이다.

특히 대기업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대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별다른 대책없이 수용’(62.8%)하고 있다. 납품단가는 이처럼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속수무책 내리고 있는데, 물가 등이 올라 납품단가 인상요인이 발생해도 반영되지 않는다. 인건비도 오르고, 전기요금이 올라도 납품단가는 요지부동, 고스란히 중소기업 부담이다. 납품단가를 올려야 하는 사정이 생겨도, 대기업과의 ‘갑을’관계 때문에 중소기업은 이렇다 할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현재 하도급법 제16조의2에는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에 따라 ‘원재료의 가격변동’에 대해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나아가 개별 수급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회원사를 위해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신청’과 ‘협의’에 그칠 뿐, 반영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협의과정에서 하청업체의 신원이 드러나고 이를 계기로 거래단절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부당 납품단가 인하 뿐만 아니라 불공정 거래가 있어도 해당기업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하청업체가 원사업자를 향해 ‘싫은’ 소리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으로 느낀다. 그런 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익명신고 센터쪽으로 불공정 거래 신고가 더 많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납품단가에 대해 협의를 신청하면, 하청업체의 신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법에는 협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거래단절을 우려하다 보니 하청업체가 가능하면 피하는 입장”이라며 “교섭력 차원에서 협동조합이 대신 협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원사업자가 하청업체의 신원을 알 수밖에 없다. 신원노출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납품단가 조정 대상에 인건비 포함 방침…실효성이 관건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 변동 시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 조정요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재료 가격변동에 따른 조정신청권을 노무비까지 확대한 것이다. 중기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최저임금은 7.1%, 8.1%, 7.3%가 상승했지만, 최저임금이 납품단가에 반영됐다는 중소제조업체는 57.1%에 불과했다. 인건비가 오름에따라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한다면, 중소기업은 임금을 올릴 여유가 생기고 이로인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일정부분 줄어들 수 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는 19대 국회에서 추진했었다. 강기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납품단가 조정협의 대상에 ‘최저임금 변경으로 상승된 인건비’를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된 것이다. 아직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없지만,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실현가능성은 크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가다. 대기업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지난 1월 발표된 중소제조업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원가가 상승한 업체는 52.0%지만, 납품단가가 인상된 업체는 12.8%에 그쳤다. 현재 원재료 상승에 대한 조정신청권이 법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이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건비 또한 같은 수준의 입법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예를들어 표준계약서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치를 사전에 포함하는 것이다. 또 인건비 뿐만 아니라 전기료 등과 같은 경비부분도 협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중기중앙회 한 관계자는 “원사업자에는 중소기업도 있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납품단가 조정을 강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공정위가 표준계약서를 배포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 나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담합으로도 비춰질 수 있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납품단가 인하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상생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중소기업 입장을 반영해주길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납품단가 조정 대상에 인건비를 포함하는 것과 함께, 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서 ‘발주자 직접지급제’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발주 용역 및 건설계약 사업에 대해서는 발주자가 하도급 근로자 임금을 직접 입금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한 후 민간으로 확대하며, 민간의 경우 하도급 근로자 임금 입금용 전용계좌 개설을 의무화해 임금체불을 막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