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극동지역 중심 전략적 경제협력 구축하자

프린트

세계시장 ㅣ 유럽 한·러 극동지역 중심 전략적 경제협력 구축하자 中企 교류확대, 전력·양식업 진출…동방경제포럼과 한국기업 참여

기사입력2017-07-20 19:26

박종호 객원 기자 (lucosp@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9월초 열리는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에따라 포럼 개최 전까지 한·러 양자간 경제협력 그리고 북한을 연계한 삼각 경제협력 의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통령이 직접 한·러 경제통상 협력 확대를 공언해 왔기에, 거시적인 전략방향과 구체적인 실천과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예전의 경우처럼 추상적이고 모호한 정책 선언에 그칠 공산도 크다. 명확한 전략이나 구체적인 실천동력이 부재하거나, 또는 북한 변수에 가로막혀 대러정책 이른바 ‘신북방정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상시 존재하는 것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서, 우리가 주도적인 평화 정착 이니셔티브를 확보해 가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관계강화 노력 이외에도 한반도 비핵화 찬성, 남북통일 기반조성에 보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한반도 4강외교 중요도를 ‘미-중-일-러’에서 ‘미-러-중-일’ 순서로 지정학적 협력 구도를 짤 필요도 있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 메세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특히 러시아 극동지역에서의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해 북방경제 영토를 확장해 나간다면, 미래 통일 기반을 선제적으로 조성해 나갈 수 있고, 때때로 고착상태에 빠질 수 있는 외교안보 지형을 경제적 이점에서 보완 또는 완충해 나갈 수도 있다.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우리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적시에 손을 잡아주고 호흡을 맞출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의 상호관심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극동지역 잠재 협력 프로젝트를 검토해야 한다. 아래는 북한 변수가 있는 남북러 삼각 협력은 일단 제외하고, 러시아측 혹은 한국기업 입장에서 관심있는 사업 위주로 구성했다.

극동지역 한국기업 진출 전망 분야

▲북극항로 상업 운항 인프라 개선사업 참여 및 공동 시범운항 확대…특수선, 냉동컨테이너, 북극 거점항만 인프라, 위성통신기술 협력 분야

▲러시아 가즈프롬(Gazprom)의 블라디보스톡 LNG 기지 건설 참여방안 검토…북한 변수를 고려한 남북러 가스관 건설 대안 프로젝트. 극동 조선소 현대화 사업 연계, 일본의 사할린 LNG 사업발전 모델 고려

▲극동지역 가스화학 플랜트 건설사업 참여…한국 EPC기업 진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금융지원, 플랜트 건설 후 비료 등 가스화학 제품 아태지역 수출

▲극동 전력망 인프라 거점 사업참여 방안…극동지역의 풍부한 수력, 재생, 전력망 인프라 개선에 한국의 선진기술과 자금 투자. 향후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과 연계

▲극동 연해주, 사할린주 근해 양식업 진출…한국의 우수한 양식기술을 기반으로 러시아와 공동투자, 러시아 내수시장 진출

▲극동 혁신 중소기업 수출입 지원 자유무역지대…한·러 중소기업들의 수출입 활성화를 위한 제조업 산업단지. 반가공, 완성품 조립, 전자상거래, 면세혜택, 물류센터 등 중소기업간 복합적인 통상 협력 확대

▲극동 한·러 IT Park 건설…양국 혁신 벤처기업 연구센터와 기술·인력 교류 플랫폼 구축, 투자 인큐베이터 결합, 제품 거래장터 운영

▲극동지역 경제협력 발전을 위한 투융자 지원 플랫폼 구축…양국 기업간 합작,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양국 금융기관 지원제도 마련

◇진출 목적은 러시아 ‘내수시장’ 공략=기업이 극동지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선 ‘돈이 되는’ 시장성(market)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세제혜택이 있다고, 비즈니스환경이 나아졌다고, 극동의 지리적 이점이 중요하다고 해서 기업이 무작정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예전처럼 정부가 강력히 드라이버를 걸어 등떠밀려 투자를 결정하는 시대도 지났다.

물론 기업이 시장성을 보고 투자하거나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을 보고 참여하고 싶은데, 역량이 모자라거나 역부족일 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요하다. 예를들어 정부간 협력을 통해 기업의 통상협력을 돕는다거나 금융지원이 해당될 수 있다. 이는 러시아 극동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정부-기업 간 협력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극동하면 수산업, 농업, 교통물류, 항만개발, 에너지자원개발 등 일부 산업에만 국한해 온 시각과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가스관, 전력망, 북극항로 등 메가프로젝트 역시 정치적 담론에서만 맴돌게 아니라, 구체적인 접근방법 특히 상업적(commercial) 측면에서의 실천방안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바꿔 말해,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인 ‘시장의 잠재성’과 ‘투자회수 방안’ 등에 대한 확신없이는 그 어떤 이상적인 투자 프로젝트 제안도 허상에 불과하다. 경험상, 한국기업의 대러시아 직접투자 결정요인의 70%이상은 현지 ‘내수시장 공략’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극동지역 양식업 진출시장 고려할 만=근래에 와서 한국의 명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겨울철 동태찌게가 국민 생선으로 사랑받던 때는 이미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한국의 명태 연간 소비량은 최근 20만톤 남짓으로 줄었다. 한·러 어업협정에 따라 한국 국적기업이 러시아 영해로 들어가서 받는 쿼터량은 3~4만톤, 그리고 한·러 현지 합작회사를 설립해 약 10만톤 정도 수준이다. 이런 현지 합작선사들이 국내로 들여오는 수산물에는 수입관세 22%가 감면된다.

러시아 정부 추진 극동지역 양식업 발전 전략 개요도<자료=러시아 ‘극동개발펀드’ 양식업 발전전략 보고서>

러시아 베링해나 오오츠크해에서 잡힌 명태는 한국과 일본으로 공급되지만, 대부분은 중국으로 가서 흰살고기 생산포로 가공돼 전 세계로 공급된다. 그래서 극동지역에 명태 등 수산물 가공공장을 건설하는데 현지 기업들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으로 가져 가 저렴하게 가공해서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이윤이 더 많고 세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RFC’ 등 러시아 대형 어업기업들은 대부분 모스크바나 연해주 유력인사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역시 대량 조업쿼터를 가지고 있다. 소위 이권 사업중에 하나다. 연해주를 비롯한 극동지역 항만이나 주변 배후지도 대부분 개인 사유지로 조성돼 있어, 수산물 가공공장 인프라를 건설하는데도 제약이 많아 보인다. 돈되는 사업이 수산물 가공단지 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매번 열리는 극동투자유치 행사에 가보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극동 수산물 가공공장이나 클러스터 구상은 냉정히 봐서, 러시아 어업기업이나 한국의 원양어업 업체나 수산물을 유통하는 트레이더에게도 큰 메리트가 없다. 사업적 이윤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근 러시아 대형 조업기업들도 회사 지분을 팔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갈수록 ‘큰 돈’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간섭과 제재도 많아지고 있는데다, 극동 연근해 어획량이나 어족도 갈수록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동의 수산가공 클러스터 프로젝트 분야에 한국기업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업환경 변화와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극동개발부’나 ‘극동개발기금’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연해주-사할린주 근해 양식업 부문 진출이 오히려 더 전망이 있어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양식업 기술이 거의 전무하고 수산물 내수조달 부족현상도 나타나, 각종 수산물 공급기지로 극동의 양식업 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우수한 양식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양식 인프라를 제공하고, 극동기금 등 한·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파이낸싱 구조를 마련할 경우, 양국 공동 합작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특히 양식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업체나 연구기관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적지않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