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완화해 ‘기괴한’ 형태의 ‘지주회사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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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요건 완화해 ‘기괴한’ 형태의 ‘지주회사제’ 됐다 ‘부실전이’ 초래한 순환출자 막기위해 도입했으나 경제력 집중 여전

기사입력2017-08-04 16:5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는 1999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지주회사제 도입 1년전인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기아·한보 등 재벌그룹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들 재벌그룹사는 순환출자 방식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결과, 계열사의 자금담보력은 허약해지고 순환출자에 따른 부실이 계열사 전체로 전이되면서 연쇄부도를 맞았다. IMF에 따른 연쇄도산 사태를 경험한 정부는 ‘부실전이’ 결과를 초래한 순환출자를 제한하기 위해 지주회사제를 도입한 것이다.

세차례 걸친 요건완화로 ‘기괴한’ 형태의 지주회사제만 남았다

순환출자를 통한 자본 ‘뻥튀기’를 차단함으로써 연쇄부실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고자 했다. 이와함께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배권을 강화함으로써 책임경영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도 지주회사제 설립을 허용한 이유다.

그러나 이후 세차례에 걸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완화해 줌으로써 당초 도입취지는 간데 없고 ‘기괴한’ 형태의 지주회사제만 남았다.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 제2조에 따라 주식의 소유를 통해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지주회사 밑으로 자회사, 손자회사로 내려가는 수직적 구조가 형성된다. 지분구조 측면에서 지주회사는 순환출자회사와 달리, 자회사 상호간 또는 손자회사 상호간에는 출자가 없는 수평적 구조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 설립요건은 ▲자회사 주식(지분)을 소유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대차대조표상 자산총액 1000억원이상이어야 하며,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해야 한다. ’주된 사업‘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1999년 지주회사제 최초 도입 당시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은 ▲과도한 부채를 동원한 계열사 지배방지를 위해 부채비율 상한선을 100%로 제한했고, 지주회사 설립시 부채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1년의 유예기간 내에 부채비율을 줄여 상한선 이내로 맞춰야 한다. 또 ▲문어발식 계열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율 기준인 상장사 30%이상, 비상장사 50%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외 ▲사업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주회사는 손자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부채비율 상한선 높이고, 지분율 낮추고…사업관련성 요건은 폐지

하지만 IMF 이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은 완화되기 시작했다.

2005년 1월 정부는 행위제한 요건을 변경해 자회사가 손자회사 지분을 상장사 30%이상, 비상장사 50%이상 보유한 경우 해당 손자회사를 지주회사에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사업관련성을 전제로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없이 손자회사 지분을 자회사가 100% 보유한 경우에만 지주회사 편입이 가능했다. 행위제한 요건 변경을 통해 자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손자회사 지분요건을 완화해 줌으로써 지주회사가 사실상 손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또 부채비율 상한선 100% 초과분을 해소하기 위한 유예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2007년 7월에는 100%인 부채비율 상한선을 200%로 올렸고,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율 기준을 상장사 20%이상, 비상장사 40%이상으로 10%p씩 내렸다. 자회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 의무보유율 기준도 동일하게 10%p 내렸다.

이어 같은해 11월 정부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한번 더 손본다. 손자회사의 사업관련성 요건을 폐지함으로써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지배를 전면 허용했다. 손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배력이 강화된 것은 물론 사업다각화란 명분으로 문어발식 경영도 가능해 진 것이다. 또 부채비율 해소를 위한 유예기간을 2년 더 추가로 연장, 최초 지주회사 도입 당시 1년이었던 유예기간은 4년까지로 늘었다. 이와함께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에 100% 지분을 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증손자회사의 지주회사 편입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