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역활동’이 뚝도시장 분위기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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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청년·지역활동’이 뚝도시장 분위기를 바꾸다 서울 3대시장 명성 사라져…도시·예술 그리고 청년, 상인을 움직이다

기사입력2017-08-27 15:5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뚝도’는 서울시 성수동·자양동·구의동 일대를 일컫는 뚝섬의 다른 말이다. 이 뚝섬에는 1962년 개장한 ‘뚝도시장’이 있다. 한강에 인접해 있는 이곳은 동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과 더불어 서울 3대 시장으로 한때 명성을 날렸지만, 이제는 131개의 상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많은 시장들이 현대화 작업을 마치고 고객센터를 설치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뚝도시장은 옛 명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침체돼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가 찾은 날이 평일 낮 시간이기는 했지만, 뚝도시장의 옛 명성을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침체된 분위기였다. 다른 많은 시장들이 현대화 작업을 마치고 고객센터를 설치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시장관계자들에게 들어보니, 뚝도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시장을 양분하는 산업도로가 들어서면서 침체가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9년 4월 성수동 일대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개발사업 소식에 시장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장이 돼 버린 뚝도시장에는 외지인들이 하나둘 건물주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내 시장의 활기도 사라졌다.

도시, 예술, 상인…지역활동가가 주축이 된 ‘뚝도’ 살리기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뚝도시장번영회, 성동협동경제사회추진단 등 지역 활동가와 예술가들은 ‘으라차차 뚝도기획단’을 설립하고 쇠락해가는 뚝도시장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중기이코노미

뚝도시장을 이대로 둘수 없다며 발벗고 나선 건 지역 활동가들이었다.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뚝도시장번영회, 성동협동경제사회추진단 등 지역 활동가와 예술가들은 ‘으랏차차 뚝도기획단’을 설립하고 쇠락해가는 뚝도시장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소장이자 뚝도청년상인창업지원단장인 김 강 단장은 “이 곳 일대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과거 10년 동안 허물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10년 안에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4년 전 이 곳 시장 안에 빈 점포를 임대해, 연구소를 차리고 지역 생태계를 살려보기 위해 시장 전수조사를 했다. 또, 무기력하고 무관심 일색인 상인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기위해 각종 이벤트도 기획했다. 뚝도기획단은 뚝섬지역이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사냥터였던 점을 착안해 ‘뚝도시장 사냥축제’를 기획해 진행한다. 시장 상인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잊혀져가는 시장을 알리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뚝도기획단은 뚝도활어축제를 기획해 성동구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해 뚝도활어축제 모습.<사진=성동구청>

2015년에는 뚝도활어축제를 기획해 성동구와 함께 행사도 진행했다. 한강에 인접한 위치이기 때문에 서해 연평도에서 값싸고 질 좋은 수산물을 직송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청년상인 횟집, 뚝도시장 번영회 및 상인들, 서해5도 어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행사도 진행했다. 서해 5도에서 출발해 아라뱃길과 한강을 거슬러 뚝섬나루터까지 총 200㎞, 9시간에 걸쳐 올라온 어선 입항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다양한 색깔의 청년상인 뚝도시장에 둥지를 틀다

김 단장은 지난해 5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전통시장 청년창업사업 ‘뚝도청춘’도 시작했다. 39세 이하 청년상인을 대상으로 서류심사, 면접심사를 거쳐 7팀을 선발하고 총 40시간의 창업경영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해 지난해 6월 7개의 청년점포가 문을 열었다. 즉석떡볶이 삼삼오칠, 돼지고기전문점 전주식당, 치킨전문점 감닭5900, 젊은 예술가들의 아트샵 충전소 등 다양한 색깔의 청춘들이 시장 곳곳을 채웠다.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소장이자 뚝도청년상인창업지원단장인 김 강 단장은 “이 곳 일대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과거 10년 동안 허물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10년 안에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단장은 “청년상점은 일부러 시장곳곳에 배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상점이 너무 튀지않고 기존 상점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죠. 이 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사업취지가 있었기 때문에 상인들과 위화감없이 자연스레 어울리며 상생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1기 청년상인창업지원단은 지난 4월 계약기간이 끝나고, 2시 사업단을 시작해 새로운 청년 상인을 모집하고 있다. 앞으로 7팀의 청년 상인이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1기 청년상인들은 10개월의 정부 임대료 지원을 끝으로 홀로서기를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시장번영회, 자력으로 시장 살리기…“고객 불편 해소한다”

청년들의 열정은 상인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상가건물이 모두 독립된 사유재산이라, 정부의 환경개선사업 지원을 받기 어려워 낙후된 모습을 속수무책 지켜보기만 했던 상인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뚝도시장번영회의 새로운 회장단이 선출되고, 신임 회장을 주축으로 시장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준한 뚝도시장번영회 회장은 “그 동안 상인들은 방법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서 시장을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대형마트 때문에 시장 상인들이 어려워졌다고 체념해서는 안된다”며 “이제 상인들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번영회는 그동안 주자창 운영을 통해 모아둔 수익금 5000만원을 밑천으로 해, 정부의 도움이 없더라도 노후된 아케이드도 정비하고 하수도 청결도 관리하는 등 시장 환경을 편리하게 개선해 가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시장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어 시장 상인이 참여하고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문화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