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통해 기업지배 차단 상증세 부과 ‘허점’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익재단 통해 기업지배 차단 상증세 부과 ‘허점’ 삼성, 공익재단 통해 편법증여하고 지배 강화…공익목적이 아닌 이유

기사입력2017-08-30 12:0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불법·편법을 이용한 상속 및 증여, 부당한 방법을 사용한 지배권 강화에서도 삼성은 단연 ‘롤모델’이다. 기업총수가 자신에게 유리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뭔가 하고자 한다면 삼성의 역사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공익재단 출연을 통해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 또는 증여하고,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물려줌으로써 삼성계열사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고 경영권까지 승계한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순환출자 해소하라 했더니…공익재단 활용해 기업 지배

2015년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늘어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라고 삼성에 요구했다.

이후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인명의로 삼성물산 주식 130만5000주를 매입한다. 공정위 요구에 따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할 당시, 재단 이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어져,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공정위가 불법을 지적하자 삼성은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불법상태를 해소(?)한 것은 물론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도 16.5%에서 17.2%까지 끌어올렸다.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활용하는 ‘묘수’를 찾아낸 셈이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익재단을 활용한 기업의 경영권 지배와 관련, 법률사무소 ‘휴먼’의 김종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민간재단의 경우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20%까지, 예외적인 경우 35%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 17.2%를 보유하고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꿰차고 있을 경우 삼성그룹 수준의 글로벌회사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런 비율을 설정할 수 있는 이유는 공익재단 운영과 공익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경영은 분리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공익재단이 공익재단의 역할만 하니까 가능한 것이다. 공익재단이 소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배당이든 시세차익이든, 이를 재단의 고유 목적사업으로만 활용하고, 그러한 사회적 약속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총수가 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그룹경영과 엄격하게 구분해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생명 주식 매각과 삼성물산 주식 매입에 대해서는 “삼성이 그룹을 금융지주회사 체제와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은산분리원칙에 따라 이를 정리해야 한다. 이를 중간금융지주회사로 해결하려 했지만 이 또한 은산분리원칙에 걸리고, 또 순환출자구조가 얽혀있다보니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했다. 그 와중에 삼성물산 합병으로 새로 생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했고, 지배권을 재편하는데 삼성공익재단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매수한 삼성물산 지분 200만주,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은 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부회장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증여다. 3000억원에 50%의 증여세율을 적용하면 약 1500억원,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물산 모두에 대해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기업지배 편법 막기위해 상속 및 증여세 부과하지만 ‘허점’

공익재단을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미국은 의결권 보유주식 비율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상속 및 증여세 부과를 통해 공익재단의 의결권 주식 보유를 규제하고 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증법 제16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돈을 상속하면 그 금액만큼 상속세를 면제해 주고, 공익법인에 돈을 기부(증여)한 경우에도 제48조에 따라 증여세를 면제해준다. 또 내국법인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할 경우 공익재단은 5%, 성실공익재단은 10%까지 비과세하며,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처럼 공익재단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출연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취득한 경우,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증여세를 피하고 지배권도 강화할 수 있다. 법망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 취득을 위해 매각한 삼성생명 주식은 당시 시세로 약 5000억원 정도다. 이 매각대금은 상증법상 ‘출연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하며, 동법 제48조 제2항의 1에 따라 매각후 3년 이내에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삼성물산 주식 취득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공익목적사업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동법 제48조 제2항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매각대금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충당하기 위해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중 동법 시행령 제38조 제4항에 따라 ‘일시’ 취득한 재산은 증여세를 부과한다. 여기서 ‘일시’의 의미는 동법 시행규칙 제11조의 2에 따라 ‘그 운용기간이 6개월 미만인 재산’이다.

즉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을 매각해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 재산으로 취득하고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고, 6개월 이상 보유했기 때문에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해당됐고 증여세 부담에서 벗어났다.

공익재단 이사장직 승계해 수조 증여받고 계열사 지배

공익재단을 통한 편법증여 주장에 대해 삼성은 “1%도 되지 않는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익재단이 나선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식 1%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함께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자리에도 올랐다.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주식 매입 이전 삼성생명 주식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문화재단은 삼성화재(145만주), 삼성전자(3만주), 삼성SDS(40만주), 삼성증권(19만주), 삼성물산(12만주), (구)제일모직(110만주) 주식 등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당시 시가로 약 2조2701억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