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시설개선만으론 한계, 휴먼웨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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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전통시장 시설개선만으론 한계, 휴먼웨어 주목 “상인 변해야 소비자 찾는다…전통시장, 지역공동체로 전환을”

기사입력2017-09-13 16: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시설개선뿐만 아니라 상품가격, 품질, 고객서비스 등 소비자 불만요소도 함께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으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는 상당히 이뤄졌음에도, 전통시장이 여전히 고객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얘기다.

공생도시상권재생연구소 강헌수 소장은 12일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특성화시장 향후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대형마트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는 시대이고, 전통시장을 대체할 곳은 많다”며 “단순한 상품거래 기능으로는 성장 및 유지에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 특성화사업은 일방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체계로 인해 전통시장 지원사업 범위가 중복되고, 일회성 지원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부재하다”며 “개별시장의 사업추진 목표와 방향성이 부재하다보니, 사업성과가 미흡하고 성과를 활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제고 ‘특성화시장’ 육성 성과…사후관리 부족

전통시장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시설개선과 일회성 행사지원만으로는 전통시장의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특성화시장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성화시장은 글로벌명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골목형시장으로 나뉜다. 글로벌명품시장은 국내 유명 관광지와 한국적 콘텐츠를 보유한 전통시장으로 대구서문시장, 부산국제시장, 서울남대문시장이 대표적이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지역고유의 관광·문화·예술·특산물 등의 자원과 연계해 시장특성을 발굴개발해 문화와 관광을 접목시킨 시장으로 원주중앙시장, 오산오색시장, 중곡제일골목시장 등이 있다. 골목형시장은 도심이나 주택단지에 위치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시장별 개성과 특성을 발굴해 1시장 1특화한 시장으로 충주옹달샘시장, 송화벽화시장, 대구와룡시장 등이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특성화시장 사업을 시작한 지난 2015년 이후 해당 시장의 매출액은 평균 10%이상 상승했고, 고객 수 또한 10%이상 증가했다. 또 개인구매가 늘어나면서 온누리상품권 누적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그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전통시장 전체 매출액도 2014년 반등 후 2년 연속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특화요소를 발굴하고 소비자 편의를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시장에서 신용카드 결제거부나 상인들의 불친절 등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또 특성화사업 종료후 사업성과물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전통시장 분야의 전문인력도 부족해 성과를 지속시킬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생력, 조직력 부족…‘휴먼웨어’ 시장의 지속성 담보한다

강 소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의 기본요소를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고객편의시설, 공동이용시설 등의 ‘하드웨어’ 요소이고, 2단계는 시장축제, 상권활성화, 쿠폰 및 고객관리, 판촉이벤트 등의 ‘소프트웨어’ 요소다. 3단계는 상인회 조직, 맞춤형교육, 정보화교육, 전문가양성교육, 상인대학 등의 ‘휴먼웨어’ 요소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금까지는 시설현대화사업이 시장활성화사업의 목적이 됐고 활성화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강 소장의 주장이다. 정부의 전통시장 특성화시장 사업으로 소프트웨어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전통시장의 외형을 바꾸는 데만 치중했을 뿐, 근본적으로 ‘휴먼웨어’인 상인들의 변화가 있어야 시장도 지속될 수 있다고 강 소장은 말한다.

강 소장이 지목한 상인 및 상인조직의 문제점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음 ▲자구노력이 여전히 부족 ▲실천의지 부족 ▲추진력이나 자금력 한계 ▲정책과 사업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 등이다. 시장의 활성화는 상인조직 활성화에서 비롯된다. 우선 자생력, 조직력, 상품력 등 상인과 시장의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기본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역생활 생태계와 호흡하는 지역공동체로 기능 전환을”

강 소장이 인용한,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2012년 조사한 ‘소비자의 재래시장에 대한 불신원인과 문제점’ 결과에 따르면, 시장불신요인은 ▲농수축산물 품질 ▲위생 및 안전성 ▲다양한 농축산물 ▲이용시간의 편의성 ▲결제수단의 다양성 ▲판매 서비스의 질 ▲편의 시설 ▲접근성 등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상인 스스로 변화해야 개선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 강 소장의 견해다. 또 상인 편의 중심의 시장개선이 아닌 소비자(지역주민)가 원하는 가치, 시장으로서의 기본적인 가치가 실현돼야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소장은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사업은 모두 필요한 사업이지만 시장의 성장단계와 무관한 포괄적 지원이 문제이며,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이 적절한 단계의 사업인지도 재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앞으로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향으로 ‘지역생활 생태계와 호흡하는 지역공동체 중심 장소’로 기능전환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통시장이 ▲지역의 문화가 담긴 곳 ▲지역 주민의 만남이 있는 곳 ▲지역정서를 순화하는 곳 ▲지역경제의 중심공간으로 거듭나 상품의 판매라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특별한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