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에 골프존 4곳…“하루 버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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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한 건물에 골프존 4곳…“하루 버티기 힘들다” 파리바게뜨보다 많은 4817개 매장…②영업지역 보호대상 안돼

기사입력2017-09-15 07: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6년째 계속된 ‘골프존 갈등’ 해법은 ②영업지역 보호의무]㈜골프존과 골프존 사업자들간의 6년여간 계속되는 갈등은 골프존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스크린골프 시장이 과밀해지고, 이로인해 골프존 사업자들의 매출액이 감소한데서 시작됐다. 2000년 스크린골프장 운영장비 판매사업을 시작한 골프존은 2015년기준 누적 2만4530대의 골프시뮬레이터를 판매했으며, 이 시스템으로 영업 중인 매장은 전국적으로 4878개다. 2012년에는 시장점유율이 91.4%에 이른다.

경남 창원에 골프존이 밀집된 건물. 왼쪽에는 한 건물에 두개의 골프존 매장이 오른쪽에는 한 건물에 4개의 골프존 매장이 들어섰다. <사진=익명의 제보자>

골프존 사업자들은 골프존의 무차별적인 영업으로 시장이 과밀화상태가 됐고, 이로인해 도산하고 폐업하는 사업자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골프존에 대한 행정지도감독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는, 가맹점 매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가맹사업자보다도 골프존의 장비를 설치해 운영중인 매장 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6년기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정보공개서 등록현황에 따르면 편의점을 제외한, 가맹점을 가장 많이 보유한 가맹사업자는 파리바게뜨로 3316개의 가맹점이 영업 중이다. 이어 해법공부방은 3192개, 해법영어교실이 2741개, 세븐콜택시가 2636개, 크린토피아는 2271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감사원이 밝힌 2016년 골프존 매장은 4817개다.

한 건물에 4곳…옆 건물, 앞 건물에도 마트상품처럼 진열된 골프존

경남 창원에 나란히 서 있는 세 건물에 골프존 매장이 각각 들어서 있는 모습.<사진=익명의 제보자>

지난해 가맹사업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골프존은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가맹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골프존 사업자들의 영업지역 보호에 대한 어떠한 의무가 없었다.

이에따라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골프존 매장이 촘촘하게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기존 매장의 바로 옆 건물에 심지어 같은 건물에도 두세개의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결과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에는 골프존 가맹점인 ‘골프존 파크’를 포함, 골프존 기계로 영업하는 60여개의 골프존 매장이 있었다. 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창원시청 인근에는 27개 골프존 매장이,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는 66개의 골프존 매장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한 건물에 2, 3개의 골프존 매장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건물에는 골프존 매장이 3층과 4층에 각각 위치해 있다. 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의 한 건물에는 4개의 골프존 매장이 있었으며, 그 중 한 곳은 골프존 가맹점인 골프존 파크였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는 한 건물에 골프존 매장이 2곳 이상인 건물이 3곳이 발견됐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왼쪽)에는 66개의 골프존 매장이,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오른쪽)에는 60여개의 골프존 매장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자료=골프존 매장찾기 화면>

중기이코노미 취재결과 한 건물에 2개 이상의 골프존 매장이 입점한 사례만 경기, 인천, 부산, 경남, 전남 등 10여곳이 넘었다. 골프존 사업자들은 전국적으로 이러한 곳은 더욱 많을 것이며, 골프존이 아닌 타사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경남 창원시 중앙동의 골프존 한 사업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 건물에만 골프존 사업장이 3개이고, 앞 건물에도 2개, 길 건너에도 라인마다 골프존이 들어서 있어 최악의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 이 일대가 임대료도 저렴하고 주변에 대기업도 있고 골프연습장 영업이 잘 된다고 해 창업을 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남 창원의 다른 사업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나란히 있는 3개의 건물에 골프존 매장이 각각 하나씩 들어서 있고, 바로 한 골목 뒤에도 3개 건물에 골프존 매장이 하나씩 마트에 진열된 상품처럼 들어서 있다”며 “골프존의 무분별한 기계판매로 상권이 초과밀화 되고, 점주들의 매출은 끝없이 떨어지고 매장의 주인은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5년 사이 이 근방에서 폐업을 한 매장이 10여개이며, 밀린 임대료와 기타 사유로 문을 닫은 채 기계도 그대로 방치해둔 매장도 있다”고 전한다.

가맹점 아니라서 ‘보호 의무’ 없다…골프존과 사업자간 갈등 지속

전남 순천(왼쪽)과 부산 부산진구(오른쪽)의 한 건물에 2개 이상 골프존 매장이 들어서 있다.<사진=익명의 제보자>

이러한 시장 과밀화는 사업자간의 가격경쟁을 불러왔고, 시장가격이 계속 낮아지면서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골프존의 시장 과밀화로 인해 매출감소 등 피해가 잇따르자 골프존 사업자들은 2009년 경부터 줄곧 골프존에 대해 영업지역 보호를 요구했다. 이에 골프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골프존의 사업형태가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사업에 해당하는지 질의했고, 공정위는 가맹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경기도 수원지역 골프존 사업자 A씨의 경우는 2009년 자신의 인접 지역에 또다른 골프존 점포가 추가로 개설하는 것에 대해 골프존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판결을 받았다. 법원 역시 공정위와 동일하게 골프존 사업이 가맹사업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골프존이 A씨의 영업지역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와 법원이 골프존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동안, 2009년 2493개였던 골프존 매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기준 매장수가 4817개까지 늘었다. 골프존 매장이 증가함에 따라 골프존 사업자의 수익률이 떨어져, 그에 따른 갈등은 깊어졌고 시간도 6년이 지났다. 이처럼 ‘과밀화’ 상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골프존과 골프존 사업자들간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