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장관후보자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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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국민의당, 장관후보자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라 대통령 ‘측근’이면 중기부장관 할 수 없는 것인가?…어불성설

기사입력2017-10-26 17:4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지난 9월15일 포항공대 교수 출신의 박성진 장관후보자가 뉴라이트역사관 옹호, 창조과학론 신봉 등을 이유로 자진사퇴한 이후 38일만에 나온 인사다.

한달여간 고심 끝에 내정한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의원 불패’라는 인사청문회 관행을 염두에 둔 것이란 일부 언론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인사권을 발동한 대통령의 속내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이란 정도의 가십성 얘기로 관심가는 대목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홍 후보자가 ‘소득주도 성장’, ‘사람 중심의 경제’ 그리고 ‘포용적 성장’으로 표현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지 여부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23일 장관 후보자 지명사실을 발표하면서, 홍 후보자에 대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건강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장관으로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대·중소기업 협력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이 언급한 홍 후보자에 대한 소개와 기대는 새 정부에서 중기부와 그 수장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압축적이지만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홍 후보자의 궤적에 비춰보면, 중기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은 일단 갖췄다.

물론 중기부장관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는 결격사유가 발견되거나, 세간의 평가와 달리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홍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달라져야 한다. 보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이유이고, 여야를 막론하고 각각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해야 할 책무중 하나가 인사검증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대미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낙마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는 정치지형을 고려하더라도, 홍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지나치다.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얘기는 아예 하지 않기로 하고, 국민의당 입장에만 주목하자.

홍 후보자 지명 다음날인 24일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문제는 차치하고 정부 인사행태와 인재풀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40여일 동안 수십명을 접촉해서 찾아낸 인물이 대통령 측근 인사라니, 이러려고 시간을 허비했는지 허탈할 지경”이라고 조롱했다. 이에 앞서 23일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홍 후보자를 “현장 경험도 없는 경제학자, 폴리페서(polifessor)형 정치인”이라고 규정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기부 장관인데 돌고 돌아 친문 핵심 보은인사”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은 양 대변인의 말처럼 ‘차치’할 문제가 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송곳같은 검증을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고, 헌법기관으로서 응당 해야 할 책무다. 말꼬리 잡자는 것이 아니다. ‘자질과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대통령 ‘측근’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양 대변인의 사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홍 후보자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말을 들어본 바 없다. 설사 측근이라는 것이 사실인 경우에도, ‘측근이란 사실’과 ‘장관후보자 지명’이 양립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논리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측근 또는 지인을 국정의 동반자로 지명하지 않고, 국정철학이 다른 인사를 중기부장관에 등용해 국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라는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 등의 국정과제는 지난 촛불대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소득주도 성장 등 새 정부의 경제성장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당사자중 하나가 홍 후보자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한 ‘측근’이 아닌, 누구를 장관후보자로 지명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현장 경험도 없는 경제학자, 폴리페서’라고 폄하했다. 홍 후보자에게 ‘현장 경험’이 있었다면 최상이겠지만, ‘현장 경험’이 중기부장관의 필수조건이 아님은 손 대변인이 더 잘 안다. 장관이란 역할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지,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깨알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다.

홍 후보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을지로위원회 일을 해보니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기댈 곳이 없는 현실을 봤다”며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 재벌이 있다면 저부터 상대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원인이 구조적인 문제임을 홍 후보자는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선택을 받았던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홍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다.

폴리페서는 너무 나갔다. 아무리 양보해도, 이는 홍 후보자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국민의당 의원중 일부가 재벌독식의 산업생태계에 침묵하고 있을 때, 홍 후보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생존을 지켜주기 위해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 싸웠다. 홍 후보자의 희생과 저항 정신에 대해 감사해하지는 못할망정 폴리페서라니, 이건 아니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손 대변인이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폴리페서는 차고 넘친다. 그런 분들한테 해야 할 비난을 애꿎은 홍 후보자에게 돌리는 것은 언어폭력이다.

한편으론 아쉽다. 홍 후보자는 자신의 중학생 딸이 소유한 건물 논란에 대해 “적법한 절차로 상속이 이뤄졌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해명했다. 13살짜리 꼬마가 8억6000만원에 달하는 상가지분을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또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딸의 은행예금액이 1600만원에 이른다. 상가지분도 그렇고, 예금액의 규모 역시 내집한칸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의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청문회 과정을 통해 특히 예금부분은 소명이 돼야 하겠지만, 딸 명의의 건물지분은 홍 후보자가 장관직에 취임하는데 결격사유는 될 수 없다. 사유재산권을 부정하지 않을 요량이면, 서민들의 박탈감을 자극해 정치적인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얕은 수는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의당이 해야 할 일은 홍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중기부장관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