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누워있는 형상으로 ‘아웃백’ 변형시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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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여성 누워있는 형상으로 ‘아웃백’ 변형시켰다면 상표권 침해 아니어도 브랜드가치 손상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기사입력2017-10-28 06:30

양한나 객원 기자 (hnyang@kanghanip.com) ㅣ다른기사보기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양한나 파트너 변리사

작년에 글로벌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을 모방해 경기도 양평에서 ‘루이비통닭’이라는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루이비통측에 14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 있었다. 이를 두고 유명 상표를 모방한 데 따른 정당한 판결이라느니, 글로벌기업의 과잉대응이라느니 설전이 오갔다.

사실 ‘루이비통닭’이 워낙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돼서 그렇지, 이러한 판결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4년에는 프랑스 명품브랜드 ‘샤넬’이 서울 상계동에서 ‘샤넬 스파’라는 상호의 마사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또 2009년에는 영국 명품브랜드 ‘버버리’가 충남 천안시에서 ‘버버리 노래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소송을 청구한 사건에서 2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에는 ‘아웃백’, ‘아웃백 무인텔’이라는 상호로 무인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와 B에게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이 있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아웃백모텔의 서비스업이 서로 유사하다고 할 수 없어 상표권 침해는 아니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상표를 나체의 여성이 누워있는 듯한 선정적인 형상으로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킨 것이므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A와 B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 각각 4000만원,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상표를 나체의 여성이 누워있는 듯한 선정적인 형상으로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킨 것이므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란 판결이 나왔다.<자료=양한나 변리사>

이처럼 타인이 특허청에 등록 받은 상표와 표장 및 상품(또는 서비스업)이 유사하지 않아 상표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서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표 등과 동일,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다목에서는 ‘가목외에도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표 등과 동일,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유명 상표와 상품 또는 서비스업이 달라 혼동 염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유명 상표의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경우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기와 같은 판결이 가능한 것이다.

글로벌기업이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 과하다는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명품브랜드 회사로서는 자기네 회사상표가 희화화되는 상황을 마냥 손 놓고 볼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개인사업자에게 사업을 시작할 때 유명브랜드를 모방하는 것 외에도 무수히 많은 상표 선택지가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루이비통닭’이나, 아웃백 로고를 여성이 누워 있는 형상으로 변형시킨 것은 기발한 패러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명 상표를 모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은 어쩌면 쉬운 길을 가려는 것이 아닐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명품 브랜드가 되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