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주택 보유세 도입해 투기수단 전락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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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잉여주택 보유세 도입해 투기수단 전락 막아야 다주택보유 ‘혜택’ 축소…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부터

기사입력2017-11-20 17:5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주택 중위가격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과 비슷했고, 일본의 수도인 도쿄보다 1억원이상 높다. 주택 중위가격은 주택매매가를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지점의 주택가격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주택 중위가격은 4억3485만원으로 워싱턴(4억3883만원), 뉴욕(4억4340만원)과 비슷했고, 도쿄(3억1136만원)보다는 1억2249만원이나 비싸다.

IMF에 따르면 2017년 4월기준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2만9115달러로 미국(5만6609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일본(3만8282달러)보다는 1만달러 가량 적다. 그럼에도 워싱턴과 유사하고 도쿄보다 1억원이상 비싼 한국의 주택시장은 ‘거품’이외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주택시장 거품, 그것도 과도하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수요자가 제한적으로 존재하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분포 분석(2015년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은 월 241만원이다. 통계청이 국내 임금근로자 일자리 1500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이들 근로자의 근로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소득이 241만원에 불과했다. 중위소득 근로자가 15년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저축을 해야만 서울의 중위가격 주택 한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 현실이 이 정도라면, 중위소득자를 포함 그보다 낮은 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서민가계 가장에게 ‘자가주택’이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서민가계 가장과 가족 모두가 수십년을 굶어야만 내집마련이 가능한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다. 더욱이 우리 헌법 제35조 제3항은 모든 국민에게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해야 할 책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주택가격 거품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수요와 투기세력 때문이란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약속은 정확한 진단이고 처방이다. 주택이 투기대상이 될 수 없을 때, 서민가계 가장의 ‘내집마련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또 국가가 자신의 존재이유인 헌법상 책무를 이행하는 ‘나라다운 나라’일 수 있다.

중위소득 근로자가 15년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저축을 해야만 서울의 중위가격 주택 한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서민가계 가장에게 ‘자가주택’이란 이룰 수 없는 ‘꿈’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문제는 진단과 처방이 모두 나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의 중위주택 가격이 워싱턴과 맞먹는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이다. 주택을 투기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주택보유세 도입이다. 주거목적 이외 ‘잉여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을 대폭 올림으로써 필요이상 주택을 붙잡고 있을 동기 자체를 없애야 한다.

주택보유세 강화 방안으론 잉여주택 자체에 직접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외에도 다양한 정책수단이 있다. 주택보유세제 연착륙을 위해 잉여주택 조기 처분에 따른 인센티브제 도입, 임대주택업자 등록에 따른 세제감면 등의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고 조합할 것인가는 주택시장 현실을 고려한 정책판단의 영역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주 또는 임대 목적 이외 다주택소유 그 자체를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정부가 갖고 있느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6개월간 3차례에 걸쳐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공급중심의 대책을 선호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부동산대출 규제, 가수요 및 투기 억제 등 수요중심 대책으로 전환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미친’ 전셋값 논란은 주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동산투기세력 등 특정소수가 축재 수단으로 주택을 사용하기 때문이란 점에서 그렇다.

가수요 차단을 통해 치솟는 집값을 일부 잡았다는 평가에도 주택시장 거품은 여전하다.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신규 수요 억제에 맞춰져 있어서다. 다주택보유자가 자신의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지 않으면 손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받지 못해서다. 직접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다주택자에게 잉여주택 처분을 강제하는 확실한 수단이지만 다주택자의 저항, 야당의 반대로 당장 실행하기엔 정치적 부담도 크다.

잉여주택에 직접 보유세를 부과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주택보유에 따른 ‘혜택’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거주 또는 임대 목적 이외 잉여주택을 처분하도록 하는 정책수단도 있다. 이와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촛불대선에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의 단계적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두 제도의 도입의지를 밝힌 바 있다.

두 제도 도입을 통해 임차료 인상 폭을 법률로써 제한하고,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함으로써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물론 두 제도 도입만으로는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수는 없다. 후분양제 도입을 통해 시장수요 이상의 과잉공급을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주택거래, 양도, 상속 등에 따른 각종 세제를 정비해 불로소득의 여지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권 도입은 임대인의 권리를 제한해 주택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분명한 메시지다. 입법례를 따지더라도 상가임대차법에 동일한 내용의 임차인 권리가 보장돼있어 즉시 도입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부동산 불패’라는 오래되고 질긴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권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장관이 직접 나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