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자치 아닌 정부주도 사회적경제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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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시민자치 아닌 정부주도 사회적경제는 위험” 정부는 지원역할 충실…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

기사입력2017-12-21 14:1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은 정부가 ‘사회적경제’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반갑고 기회요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경제 정책을 중앙집권적으로 펼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사회적경제’ 그 자체를 활성화시킬 대상으로 분명히 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대안에너지·지역간 불균형 등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사회적경제 조직을 유용한 파트너로 인지하고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고 기회요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정책을 또 다시 중앙집권적으로 펼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고 안타깝습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서울센터) 이은애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사회적경제에 중앙정부가 무관심했고 또 혁신적인 정책을 만드는데 실패했지만, 지자체나 지역의 민간조직들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식으로 지역 특성이나 조건에 맞게 정책과 전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바는 지역경제순환이란 점에서 철저하게 자치분권에 기초해 성장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시민자치 주도성을 존중하면서, 중앙정부는 보충성 원리에 따라 미진한 부분을 메워주거나 지역별 편차를 좁히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새정부의 관심과 애정은 기회요인이지만, 사회적경제 정책을 정부가 주도하려는 시도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게 이 센터장의 판단이다.

지역활동가 출신인 이 센터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고, 사회복지·사회적경제·사회투자금융 부문에서 입법운동과 함께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학시절 경기도 안산에서 ‘노동자가족 탁아’ 운동을 하고 아동복지법개정·영유아보육법제정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빈곤계층 문제에 주목했고, ‘대안일터 만들기’ 운동을 하며 ‘함께 일하는 재단’에서 활동했다. 이후 비영리법인 ‘(사)SEED:S’를 설립해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양성, 청년세대가 사회혁신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힘썼다. 2013년부터는 서울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 설립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민관거버넌스 기관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의 허브, 서울센터는 사회적경제 정책을 통합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기반조성을 위해 2013년 1월 설립된 민관거버넌스 기관이다. 사회적경제 부문·업종별 조직과 지원조직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기업과 시민의 참여를 유도한다. 서울센터는 서울시 ‘사회적기업 육성 조례’에 근거해 서울시가 설립하고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요사업

<자료=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후 5년간 서울센터는 사회적경제가 해야 할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민관과 논의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해왔다. 서울센터가 사업을 시작한지 5년이 된 지금, 이 센터장은 이제 서울센터가 자연스럽게 소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만으로도 서울센터는 앞으로도 5년이상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서울센터와 같은 기관이 나서면 민간지원기관 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서울센터 활동으로 민간지원기관 활동이 더 활성화됐는지를 돌아보면, 긍정적인 평가만 내릴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서울센터가 사업을 이 정도로 키우고 전국에 확산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했으니 적당한 시점에, 관료적인 문화가 들어오기 전에, 또 통제가 가능할 때 문을 닫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말이다. 그래야만 지방센터 구성원 역시 그곳을 자신의 밥그릇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혁신의지를 가질 것이라 했다. 시도센터가 활동하며 일정시간이 지나면, 그 역할을 시군구센터와 업종협의회에도 나눠주는 형태가 바람직하고 또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이 센터장은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문제인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의 활동이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해법을 사회적경제가 제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다양한 상품전시 및 구매체험 공간 ‘쇼케이스 세모’<사진=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각종 행사도 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간 ‘스페이스 류流’<사진=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파트너들의 입주 오피스 공간 ‘혁신발전 소笑’<사진=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새해에는 ‘사업조직 연합, 생활밀착형, 산업단지 재생’ 활동

이 센터장은 서울센터 새해 계획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사회적경제 사업간 연합을 강화하고 키우는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경제조직이기 때문에 사업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공정무역기업이나 패션업종, 사회주택 등 사업연합을 강화해 공동의 미션을 조기에 달성하고, 공동 유통회사 설립·운영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두번째는 지난 5년간 서울센터가 축적한 ‘마을공동체’,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 등 여러 협치 플랫폼을 생활밀착형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서울시민 55%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만큼 아파트단지 몇 곳을 사회적경제 시범아파트로 만들고, 그곳에서 주민이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산업단지로 확대한다. 을지로 인쇄촌이나 청계천 등 어려움에 직면한 골목경제·소상공인이 건강하게 살아남으면서,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가 해야 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센터는 이미 종로구 세운상가 안에 작은 거점을 만들어, 서울의 청년들이 전자 등 숙련기술을 가진 세운상가 상인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같은 산업단지 재생사업들이 골목경제 곳곳에 확산될 수 있도록 서울센터가 지난 5년간 축적한 역량을 활용하겠다는게 이 센터장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