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권리를 주장하려면 의무도 이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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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소상공인, 권리를 주장하려면 의무도 이행해야 최저임금 적용 5일만에 보완책…사회보험 가입률 제고방안 나와야

기사입력2018-01-05 18:1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획재정부 고형권 제1차관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보완대책을 1월중 발표하겠다고 5일 말했다. 고 차관은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이 참석한 ‘제13차 최저임금 태스크포스 회의’ 직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인건비 부담이나 고용불안 가능성 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건비 부담이나 고용불안 가능성’은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대안마련을 포함해 충분하게 논의됐던 사안이다. 해서 지난 7월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보증금 상향,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발표했고, 지금 시행중이다. 그리고 전년대비 16.4% 인상된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한지 이제 5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1월말 예고한 소상공인 지원방안 추가대책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오늘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뭔가 찜찜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게 소상공인 지원방안은 무조건 환영할 일이지만, 왜 지금 추가대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다. 불과 6개월 전에 관련대책을 수립했고, 지금 시행중인 정책에 따른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또 다시 보완대책을 낸다니 하는 말이다.

혹여 일부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몰려, 졸속대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당장 중지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시점에 존재했던 대내외적인 환경, 경제·사회 여건은 최저임금 결정 이후 약 6개월 지난 지금도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일부에서 왜곡에 더해 거짓말까지 동원하면서 최저임금을 공격하는 강도와 세기, 빈도만이 다를 뿐이다. 이들의 공격목표는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이지, 최저임금 그 자체가 아니다. 예상컨대 1월말 정부가 보완대책을 제시하더라도 또 다른 트집을 잡을 것이기에, 다소 과하게 표현하면 귀를 막아도 무방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방문해, 소상공인에게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물을 직접 나눠주면서 설명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뉴시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수해야 할 추가적 부담을 외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서 부족할지 모르지만, 이들의 부담을 덜기위해 국민세금으로 근로자 1인당 13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예산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최소한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월급을 한번은 받아보고, 또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만 올해 최저임금에 맞춰진 정부지원책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어느 부분을 버릴 것인지에 대한 계산이 선다. ‘무조건 반대’만을 주장하는 이들의 악다구니가 귀찮아서 보완해야 할 것을 버리고, 버릴 부분을 거꾸로 강화하는 오류를 막자는 얘기다.

정해진 국가재원은 그 속성상 한쪽 예산이 늘어나면, 다른 한쪽은 줄어드는 제로섬구조이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 정부지원은 그 속성상 한번 시행되면, 권리화되는 관성이 강하기에 더욱 그렇다. 행정법 교과서에 나온 행정의 일관성을 이유로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게 아니다. 일단 시행된 정책을 바꾸고 보완하고자 한다면 그에 합당한 논리와 근거가 필요한데, 그게 거짓정보에 기초한 것이라면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4대보험가입 사업주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업주가 많다고 말한다. 4대보험 가입은 사업주 의무이고, 가입하지 않으면 법위반이다. 법위반자의 생계를 위해 국민세금으로 보전해 줄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근로자가 4대보험 가입을 기피해 사용자도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 또한 핑계다. 4대보험 가입·납부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사회보장혜택만 취하려는 근로자와 사업주간의 야합은 질타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사연이야 어떻든 정부가 공언했기에 1월말 예고된 보완대책을 지켜보겠다. 이번 기회에 절반밖에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소상공인과 근로자 모두에게, 권리를 행사하려면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