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대기업공장 유치에 지자체 매달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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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외자·대기업공장 유치에 지자체 매달리지 마라 지역내 자금순환 안돼 실효성 의문…지역순환형 경제발전 방식 주목

기사입력2018-01-15 18: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일본 나가노현의 사카에마을은 인구 약 5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거의 100%에 가까운, 전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지역순환 경제발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마을의 지역경제 발전 토대는 ‘실천적 주민자치’와 ‘내부순환형 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철저한 지역주민운동에 있다.

소규모 지역운동을 표방하는 청년운동가들은 이 지역 주민들의 경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경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도록 했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 즉 우리 마을에서 우리 원재료로 만든 물건은 우리 동네 사람들이 다 소비해, 고용도 창출하고 또 소득도 올리자는 의미다.

사카에마을 지방정부와 생산자·소비자·유통업자 협동조합, 주민들이 함께 만든 제3섹터인 ‘사카에유한공사’는 지역내 전체 생산시스템을 높은 수준으로 조직화하고, 또 생산품에 대한 수요와 소비를 지역 내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카에지역의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자 등을 포함한 지역주민의 90% 이상이 사카에유한회사의 출자자다.

사카에유한공사는 지역에서 지역자원을 이용해 생산된 임업품, 경공업품, 농업품, 서비스, 전통산업생산품 등을 100% 사들인다. 사들인 상품의 70%이상은 지역 내 출자자 등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나머지 30%는 사카에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지출의 목적으로 사들인다. 결과적으로 사카에마을의 사회복지 지출은 지역경제의 내발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15일 개최한 상도 아카데미에서 “외부자본에 의존하는 기존의 지역개발 정책기조를 넘어 지역 공동체 스스로 지역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외부자본에 의존한 지역경제 발전 실효성 없어=최근 전 세계가 내발적(Endogenous) 발전으로 불리는 지역순환형 경제발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지역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자원의 지역내 조달 비중이 높고, 또 투자가 지역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고용과 소득이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경제시스템을 의미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15일 개최한 상도 아카데미에서 “2014년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 주요도시의 시장 후보들이 내세웠던 지역개발공약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보면, 여야할 것 없이 방대한 투자유치를 통해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러한 공약들은 투자의 성격과 일자리 창출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고민도 결여됐고, 유치하려는 회사가 모회사인지 자회사인지에 대한 검증조차 없었다”고 지적한다.

양 교수는 “만약 유치된 기업이 자회사인 경우 해당 지역으로부터 세제혜택 금융지원 등 경제적 혜택을 받고서도, 해당 기업이 그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을 그들의 모회사로 이전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며 “자회사의 경우 해당 지역에 재투자하기는 커녕 지역경제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권한도, 돈도 손에 쥐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해온 대표적인 정책수법은 공공투자와 공장유치, 외국자본 유입 등이었다. 그러나 공공투자는 지자체의 대규모 채무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방대한 재정지출을 동반하는 공공투자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책은 지금 지자체의 살림살이 형편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할 수 없다.

또 국제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각 도시의 공장유치 또는 외자유치 대결 양상을 보면, 기업을 유치하거나 또는 유치한 기업을 잡아두기 위해서 지자체가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해야하는 한계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외국기업이나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더라도 그 기업의 본사가 들어오지 않는 한 해당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하거나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지역공동체 스스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세워야=양 교수는 외부자본에 의존하는 기존의 지역개발 정책기조를 넘어, 지역 공동체 스스로 지역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4가지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첫째는 6차산업화의 촉진이다. 6차산업화는 지역의 1차 산업과 이에 관련된 2차 및 3차 산업 간의 융합에 의해 새로운 지역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가 포도를 활용해, 와인을 생산 판매하거나 관광 콘텐츠로써 와인투어와 연계하는 경우가 6차산업화에 해당한다. 이는 지역의 고용창출과 함께 지역 내에서의 상품, 서비스, 자금의 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지역자원을 활용해 소규모이지만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경작농지가 방치되는 문제나 노인에 대한 요양 및 복지 등 다양한 측면의 사회적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의 과제에 대해 지역 커뮤니티와 NGO가 주체가 된 비즈니스를 활용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통해 행정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지역고용 창출 및 지역 고유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창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교류인구를 확대해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의 인구가 줄면 지역 내 소비 역시 감소한다. 이와 관련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관광을 비롯한 교류 인구의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대응이다. 이는 역외로부터 역내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지역 내에서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축소될 우려가 있는 지역 내 소비와 지역고용을 유지, 창출해 낼 수 있게 해준다.

넷째, 지역을 생각하는 지역의 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끼는 지역사회를 돕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역에 대한 사랑에 깃든 돈을 모아, 이를 활용해 6차 산업화의 추진 및 지역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대응들을 정비할 수 있게 되면 지역 내에서 자금 순환 정도가 높아지게 된다.

지역순환형 경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조건

양 교수는 지역순환형 경제는 공공투자와 외자유치 등으로 피폐화된 지역경제에 있어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그 생명력을 담보하는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또, 지역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지역적 연관성이 강한 투자가 끊임없이 창출돼야한다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에서 시행 중인 ‘지역재투자법’은 돈을 그 지역에서 돌게 하는 모범 정책 사례다. 지역재투자법에 따르면 특정지역에서 모인 돈은 그 지역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투자해야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이 법은 상업은행이 그 은행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저소득자와 중소영세업자들의 금융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출, 투자, 여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법적 책임 조항으로 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은행과 저축은행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각 지역에서 예금으로 모인 돈이 그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쓰이지 않고 외부로 유출되면서 서울과 경기도 이외의 지역경제는 황폐화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와같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돈의 흐름을 시정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전체 지역경제의 발전은 기대할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