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실사없이 단 한푼도 지원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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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한국지엠 실사없이 단 한푼도 지원해선 안된다 영업손실 5천억, 영업외손실 1.5조…비정상적 재무구조가 문제다

기사입력2018-02-19 15:2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지엠(GM)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13일 전격적으로 통보한 군산공장 폐쇄 방침은 정부와 산업계 전반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2013년 약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된 경영악화로 불거지기 시작한 한국지엠의 한국철수설이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5월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창원공장과 부평1·2공장 통폐합, 수년내 한국지엠의 전면철수 등 온갖 시나리오가 나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글로벌지엠과 한국지엠이 주도하는 해법은 대안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3조원이상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2대주주인 산업은행(17.02% 지분)에 5000억원이상 출자를 요구했다. 한국지엠 소재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 한국지엠은 공장부지 절반을 한국정부 지원으로 조성할 수 있다. 또 7년간 법인세와 소득세가 면제되고, 그 이후 3년 동안은 50%만 세금을 납부하는 특혜도 받는다. 터무니없는 요구이고, 지금까지 보여준 지엠의 경영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단 한푼도 지원해서는 안된다.

한국지엠의 특이한 재무구조를 한번 보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5년간 영업손실액은 5279억원인데, 당기순손실 규모는 무려 2조원에 이른다. 차를 생산·판매해 발생한 영업손실액의 약 3배(1조5000억원)가 영업외부문에서 발생했다. 이쯤되면 한국지엠을 자동차 제조·판매사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비정상적인 재무구조의 원인을 찾아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당연히 좋은 차를 만들 수도 없고, 시장점유율 확대는 더더욱 불가하다.

지난 5년간 한국지엠의 영업외손실액 1조5000억원 대부분은 글로벌지엠의 ‘영업외이익’으로 귀속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는 차고 넘친다. 지난 2012년, 2013년 2년에 걸쳐 한국지엠은 총 1조5000억원을 들여 산업은행이 보유한 우선주을 매입했다. 이후 한국지엠에 대한 산업은행 지분율은 28%에서 17.02%로 떨어졌지만, 글로벌지엠의 지배력은 그만큼 높아졌다. 2016년기준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되는 한국지엠의 차입금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우선주 매입대금 1조5000억원 이외 나머지 차입금 9000억원의 용처 역시 자동차 생산에 투입됐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반면 글로벌지엠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한국지엠으로부터 뜯어갔다는 입증자료는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GM)이 지난 13일 경영악화를 내세워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은 14일 오전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군산공장 페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 위).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들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만나 면담했다.<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의 비정상적 재무구조를 설명할 열쇠중 하나가 매출원가율이고, 이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2016년)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 평균은 93.8%, 국내 완성차 4사(현대·기아·쌍용·르노) 평균 80.1%보다 13.7%p 높다. 이를 근거로 지 의원은 “한국지엠이 타사 평균 매출원가율에 근접하는 수치를 적용했다면, 현재 3년 평균 당기순손실 6600억원은 약 1조원의 당기순이익으로 바뀌게 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우선주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우선주 배당에 따른 손실을 논외로 하자. 그렇게하면 매출원가율만 제대로 책정했어도 한국지엠의 부채는 제로(0)가 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지 의원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2012년부터 약 2조4000억원 차입금에 대해 2013년 이후 4년간 이자비용(연리 4.8~5.3%)으로 총 4390억원을 글로벌지엠에 갖다 바쳤다. 기업대출 이자가 2%내외인 초저금리 시대에 글로벌지엠은 한국지엠을 상대로 고리의 돈놀이를 했다. 또 한국지엠은 최상위지배자 업무지원비 명목으로 2014년부터 3년간 1279억원을 글로벌지엠에 지불했다.

한국지엠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업계종사자만 적게는 15만명(정부)에서 30만명에 이른다. 올해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 정도 규모의 대량실업 사태를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우리경제가 호황국면이 아님은 분명하다. 시장의 논리에만 맡길 수 없고,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에 앞서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상책은 한국지엠 부실규모와 그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이번 대량실업 사태를 초래한 정부의 자성과 함께, 지엠의 부실경영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의지도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