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공휴일…5인↓ 사업장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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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근로시간 단축, 공휴일…5인↓ 사업장 제외됐다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 불인정도 논란 예상…보완대책 필요

기사입력2018-02-27 14:1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노사간 최대 쟁점이었던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따라 휴일근로 8시간에 대해 사용자는 현재 실무관행과 동일하게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수당만 지급하면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 현재 68시간인 1주 최대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27일 새벽 ‘전격’ 통과시켰다.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 불인정은 중복할증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는 경영계와 야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지만,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개정안은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을 부정하고 대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민간기업에 적용하도록 했다. 5인이상 30인미만 민간기업 노동자도 2020년부터는 공무원과 동일하게 1년 평균 15일가량의 법정공휴일(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등)을 유급휴일로 보장받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민간기업 노동자의 법정유급휴일은 주휴일(통상 일요일)과 노동절(5월1일), 2일뿐이다.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반대급부 성격으로 삽입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민간기업 적용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법정유급휴일은 2일, 변함이 없다. 또 30인이상 사업장 대다수는 개정안과 무관하게 취업규칙 등으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노동계에 ‘당근효과’로 작동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이다. 기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1주일을 5일로 해석, 평일근로와 휴일근로를 구분했다. 이에따라 실무에선 1주간 최대노동시간은 68시간(평일 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요일 각각 8시간씩 16시간)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1주일을 토요일·일요일 포함한 주 7일로 명시함으로써 평일근로와 휴일근로 구분없이 1주 최대노동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최대 16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 적용했다. 300인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하고 50인이상 300인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 5인이상 50인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미만 민간기업 노동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수혜에서도 소외됐다. 5인미만 민간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고, ‘귀족노조’ 오명을 쓰고있는 노동계가 이같은 사정을 외면하고 개정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또 개정안은 1주 52시간근로제 연착륙을 위해 30인미만 사업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시간’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5인이상 사업장에 1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시점인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노사합의를 전제로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인정된다. 장시간근로가 많아 근로시간단축 필요성이 가장 높은 30인미만 사업장에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다시 두는 꼴이어서, 근로시간단축 실효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시간 단축 일정을 못박았다는 점 ▲5인이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최대 15일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했다는 점 ▲휴게시간·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업종에서 5개업종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에서 심리중인 노사간 최대 쟁점인 ‘휴일·연장근로 수당 중복할증’ 문제를 노사합의없이,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근기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식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흔쾌히 수용하지 않을 것임은 불보듯 명확해 향후 노정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재벌개혁,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 등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추동세력에 균열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번 근기법 개정안이 노동계와 합의없이 결정되기 전까지 최소한 노동계의 주력이 촛불정부의 지지기반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서다.

비정상적인 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 수 있는 키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다. 이번 근기법 개정안 ‘전격’ 통과가 집권여당과 정부 나름의 정치적 판단 아래 실행된 것으로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번 근기법 개정에 따른 수혜를 받지 못하는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조만간 내놓야야 한다. 아울러 1주 52시간 근로제가 예정대로 산업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특히 30인미만 영세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 또한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계를 설득하고, 영세 자영업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정부가 목표하는 경제민주화 전략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