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된 공정거래법, 재벌개혁·혁신성장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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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38년된 공정거래법, 재벌개혁·혁신성장 어려워 공정경제 이끌기 위해 법제 개선 특별위원회 출범

기사입력2018-03-19 15:4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보루로서 혁신성장을 이끌고 공정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시장경쟁의 룰 선진화’를 목표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980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로 지금까지 27차례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다. 그 시대 상황에 따라 중요한 조항들이 삽입되고 추가되다 보니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법인 공정거래법이 그 전체 체계로 보면 정합성이나 완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정합성 제고=공정위가 밝힌 공정거래법 개편 필요성에 따르면 첫째, 법체계 및 구성을 재정비해 정합성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이해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합성이 미흡한 사례로는 ▲불공정거래행위 조항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조항 간 중복 적용 ▲경제집중력 억제를 위한 부당지원·사익편취조항이 불공정거래행위금지 조항(5장)에 위치하는 문제 ▲기업결합 조항과 경제집중력 조항(지주회사 등) 등 이질적인 조항을 동일한 장(3장)에 함께 규정한 것 등이다.

◇신유형 경쟁제한 행위 규율 필요=두번째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알고리즘 담합, 데이터 독점 등 신 유형 경쟁제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보완의 필요성이다.

보완이 필요한 주요 내용을 보면 ▲현행 열거형식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금지조항이 최근 발생하는 위반행위를 포섭할 수 없음 ▲항공권 예약, 온라인 쇼핑 등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알고리즘 담합은 ‘사업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어 현행 담합조항으로 규율하기 어려움 ▲현행 매출액 기준에 기반한 기업결합 신고제도의 경우 기업가치는 크지만 매출액이 작은 빅데이터 기업 간 기업결합 신고가 제외된다는 점 등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업집단 법제 보완 필요=셋째, 상위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및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기업집단 법제의 보완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설립이 허용됐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과도한 지배력 확대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한 사익편취 규정 도입 이후 지분매각 등 규제회피 행위가 발생하는 점 등이다.

◇공정위 운영절차 법제 보완 필요=네번째는 공정거래위원회 구성·운영의 독립성, 적법절차 측면에서도 보다 신뢰성 있는 법집행을 위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 가령 ▲사건조사·심의과정에서 피심인 방어권 보장과 관련된 많은 사항이 하위고시에 위임된 부분을 개선해 피심인 방어권 보장 ▲심결의 질 제고와 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임위원제도 등 위원구성 방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마련을 위해 민·관합동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별위원회는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와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게되며, 경영·법조계 등 전문가 21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특별위원회는 ▲경쟁법제분과 ▲기업집단법제분과 ▲절차법제분과로 나뉘어 7월까지 운영하며, 총 17개의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특별위원회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해 금년 중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산업화시기에 고도성장기를 배경으로 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기업 개혁이든 갑질 근절이든 또는 혁신성장이든 한국경제가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보루로서 혁신성장을 이끌고 공정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