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中企 일자리 만드는 것은 ‘反시장’ 아니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공공·中企 일자리 만드는 것은 ‘反시장’ 아니다 야당은 추경편성 협조하고, 정부는 대기업 고용증대세 지원 철회를

기사입력2018-03-19 18: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풍토로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해 규제도 없애고 강성노조도 혁파해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가 해외로 나갈 일도 없고, 해외로 나간 일자리가 들어오고, 청년들도 중소기업에 서슴없이 들어갈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이 18일 논평을 통해 “국내 대기업 7곳의 2010~2016년 고용 현황을 비교하면, 국내에서 2만여명 고용을 늘리는 동안 해외직원은 15만명 넘게 늘었다”면서 제시한 청년일자리 대책이다.

‘규제’와 ‘강성노조’ 탓에 ‘기업하기 나쁜 나라’란 얘기는 정말 지겹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시장에서 규제를 들어내고, 일관되게 반노동정책을 시행한 결과 기업과 가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회계층간 극닥적인 양극화만 초래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청년내일채움공제 대상 확대 및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정부의 ‘청년고용촉진방안’에 대한 바른미래당 시각 또한 자유한국당과 다르지 않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공무원 일자리·중소기업 일자리·최저임금 등 모두 국민혈세를 쏟아 부어 해결한다는 발상은 ‘반(反)시장’적이고, 그 실패가 예정돼있다”면서 청년고용촉진 추경예산을 저지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세금으로 이렇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을 거두고, 문재인정부는 노사간의 대타협을 유도해야 한다”며 뜬 구름 잡는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사회적 대타협’,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유 공동대표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공동체의 유지·존속을 위해서도 선결돼야 하는 과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청년고용촉진방안은 베이비붐·에코붐 세대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그래서 일자리대책 발표에 앞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청년일자리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친기업·노동배제 정책밖에 몰랐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한 몸, 유 공동대표 입에서 ‘노사대타협’이란 단어가 나왔다는 사실이 어색하다. 그렇더라도 보수정권 내내 ‘척결’ 대상이었던 노동계를 ‘동반자’ 지위로 격상시킨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내친 김에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 공동대표가 (재벌)대기업을 설득, 양손에 움켜쥔 떡의 일부를 내려놓도록 나서주길 당부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합동 브리핑을 했다. 사진은 브리핑을 위해 이동중인 모습.<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논평에서도 확인했듯이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대기업의 고용창출 여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저성장 기조가 구조화된 가운데 공정자동화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대·중소기업 모두의 취업유발계수도 낮아졌다. 전체 고용의 99%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고용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청년일자리를 포함 일자리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공부문과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혈세를 쏟아 부어 해결한다는 발상’이 왜, 반(反)시장적인가? 재벌기업엔 수십조원 이상의 온갖 특혜와 보조금을 쏟아붓는건 시장적이어서 괜찮다는 말인가.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인 공공부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게 뭐가 문젠가? 또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청년고용촉진방안은 최장 5년, 적게는 3년에 걸쳐 지원되는 중소기업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다.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청년 취업자에게 내일채움공제을 적용하는 등 정부대책이 제대도 작동되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 수준에 근접해 진다. 고용여건 중 임금수준만을 놓고 보면, 획기적인 개선이 분명하다.

물론 청년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임금 이외 근로조건, 미래전망, 사회적평판 등 다양하다. 단번에 이와같은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취업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 방법은 없다. 정부는 취업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으로 먼저 임금을 선택했다. 최장 5년에 걸쳐 중소기업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보완된다면, 연차적으로 중소기업의 인적·물적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임금 이외 추가대책이 얼마나 빨리 가시화되고, 효과를 발휘하는가 여부에 따라 최장 5년의 한시적 기간은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정부에 당부한다. 이번 청년고용촉진방안 중 대기업에 대한 고용증대세제 지원방안을 철회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정규직 채용시 1인당 연간 300만원 한도내에서 최대 2년간 600만원을 대기업에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기업 곳간에 차고넘친게 돈인데, 청년을 고용했다고 지원금을 줘야할 명분은 없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진행속도를 늦추는게 이번 청년고용촉진 방안 취지에도 부합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경고한다. 양당이 각각 10%대 박스권 지지율과 한자리 수 지지율에 만족하고 싶다면 청년고용촉진 추경예산을 막아라. ‘자유시장경제’란 미명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재벌)대기업의 먹잇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추경편성에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