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갈등…중기부 장관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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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소상공인연합회 갈등…중기부 장관이 나서라 700만 소상공인의 대표성을 가진 단체로 자리잡도록 도와줘야

기사입력2018-03-23 15:4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700만 소상공인 대표를 자임하는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오는 30일 예정된 회장선거를 앞두고 회원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회장후보자등록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그에 앞서 ‘임원선거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잇따른 법정다툼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법정 지도·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30일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소상공인연합회 내분사태 해결은 갈등 당사자간 조정이 아닌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30일 예정된 선거는 지난 2월23일 치렀어야 할 회장선거가 법원의 선거중지 결정에 따라, 재공고 절차를 다시 밟아 진행되는 선거다. 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22일 법원이 ‘임원선거공고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소상공인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선거권자의 투표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선거 직전 불거진 특정 후보의 사전선거운동 논란, 총회·이사회 결정의 적법성 논란, 선거권자 투표자격 박탈 논란 등 소상공인연합회 내홍은 심각했다. 중기부장관이 당시 그 사정을 몰랐다면 직무해태고, 알고도 지도·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고 판단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근거법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법)’ 제26조는 중기부장관에게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부여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의 ‘업무’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면, 중기부장관은 소상공인법 제27조에 따라 업무의 시정과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선거중지 결정이 나기까지 벌어진 이런저런 논란이, 중기부장관이 지도·감독권을 발동할 수 있는 소상공인법상 ‘업무’에 해당되지 않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선거 중지를 명한 법원의 결정이유인 ‘선거권자 투표자격 박탈’의 문제는 소상공인연합회 정관해석의 문제였다. 법령해석에 대한 판단기관이 아닌 중기부 입장에선 ‘적극적’ 행정을 못한 부작위에 대한 비판을 넘어 법적책임 당사자로 거론되는게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가 무산된 이후 다시 30일 선거가 진행되고, 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소상공인법상 직무해태 또는 직무유기로 의심되는 중기부장관의 처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중지 이후 소상공인연합회 선관위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다시 선거 일정을 재공고 했다.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지난달 선거 당시 선관위와 이번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의 구성원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잘못 관리해 선거를 파행으로 끌고 갔음에도, 소상공인연합회는 선관위원장을 포함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나아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회는 선거가 무산된 책임있는 당사자에게 다시 선관위 위원장직을 맡겼다. 이때도 중기부장관은 소상공인법이 정한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선관위 ‘업무’가 법령에 위반됐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했음에도, 중기부장관은 선관위 위원장 교체 등 소상공인법에 따른 지도·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는 지금,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 앞서 중기부장관이 먼저 답해야 하고, 그 방법은 간단하다. ‘소상공인법’에 따라 정해진 권한을 행사해 소상공인연합회가 700만 소상공인의 대표성을 가진 단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중기이코노미

이번 선거에 2명의 후보가 등록해 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 큰 사달이 발생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 일부로 구성된 ‘소상공인 정상화추진위원회’가 지난 19일 “최승재 후보가 소상공인연합회 정관에 따른 회장후보 요건인 소상공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법원에 ‘회장후보자등록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달 22일 회장직 임기가 종료되고 차기 회장후보로 등록한 최 후보가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아 소상공인이 아니란게 정추위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선관위가 53명의 선거인단에게 보낸 홍보물에 최승재 후보는 소상공인 자격을 입증할 자신의 사업체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다. 반면 상대 후보는 운영 사업체 이름을 명시했다.

‘소상공인이 아니어서 최승재 후보가 회장후보 자격이 없다’는 정추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 후보의 자격 논란은 소상공인연합회 자치 법규위반 여부를 넘어 법률위반의 문제다. 소상공인법 제24조는 소상공인연합회 대표자(회장) 자격을 소상공인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는 지금,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 앞서 중기부장관이 먼저 답해야 하고, 답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다. 소상공인법 제26조에 따르면 중기부장관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에 관해 연합회에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합회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 중기부 장관이 소상공인연합회 선관위 또는 최 후보에게 소상공인 자격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 최 후보의 자격 논란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7년 7월기준 전국 7개 광역지역에 7개 지회, 91개 기초지역에 지부조직을 운영하며 69개 업종, 직능별 협회 및 단체로 구성된 전국조직이다. 또 소상공인법 제24조에 따라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함으로써 소상공인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된 법정단체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발의할 개헌안을 통해 헌법상 보호·육성 대상으로 소상공인을 명시함으로써, 벼랑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헌법상 명문규정이 아니더라도 700만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그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고 제도화됐다면, 골목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30일 회장선거일까지 일주일 남은 지금, 아직 늦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설립목적에 따라 소상공인의 삶을 지켜주는 단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선관위 스스로 주어진 권한을 사용해, 이번 논란을 종식시키고 갈라진 회원들을 하나로 모으는게 최상책이다. 그게 안 된다면 중기부장관이 나서야 한다. 소상공인법에 따라 정해진 권한을 행사해 소상공인연합회가 700만 소상공인의 대표성을 가진 단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