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약탈적 대출’ 관행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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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김기식 금감원장, ‘약탈적 대출’ 관행 뿌리 뽑아야 금융공공성 회복 통해 금융·가계·산업이 공존·상생할 기틀 마련해야

기사입력2018-04-02 21:3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2일 금융감독원장 직무를 시작한 김기식 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진단한 우리사회 금융기관의 현주소다. 아울러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금융소비자의 피해’, ‘가계부채문제’ 등 금융감독 기능을 해태했던 금감원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

금감원장 취임 일성을 통해 김 원장은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란 한 마디로 한국사회 금융기관의 영업행태를 꼬집었다.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대출하고,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채무자 또는 보증인이 제공한 담보를 ‘약탈’함으로써 금융기관 사익만을 극대화했던 대출관행을 근절하겠단 의지로 보인다.

이미 파괴된 금융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뿌리 뽑아야 할 핵심고리중 하나가 약탈적 대출관행이다. 이를 허용해선 금융의 공공성 회복은 고사하고, 금융과 가계 그리고 금융과 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 통계는 차고 넘친다. 임계치를 넘었거나 다다랐다고 평가받는 ‘가계부채 1400조 시대’는 많고많은 지표중 하나일 뿐이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2017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하나·KB·농협 등 9개 금융지주회사 순이익은 10조896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대비 2조8625억원 늘었지만, 임직원은 11만4534명으로 전년대비 2204명 감소했다. 지난 1년동안 이들 금융지주사 순이익이 36%나 증가한 이유중 하나가 2000명이상 인력감축이다. 점포 통폐합을 통해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제한하고, 일자리를 없애는 등의 ‘금융혁신’이란 미명으로 사회적책임은 외면하면서 금융만 ‘나홀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금융산업의 성장은 국민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구조조정 방식의 금융혁신에 따라 퇴출인력에 소요되는 사회적비용을 금융계가 아닌 우리공동체가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산업 성장에 따른 과실을 금융계 ‘이너서클’에 속한 소수 ‘엘리트’가 독점해서다. 고용보험료를 몇푼 냈다는 이유로, 금융사가 쫒아낸 인력에 대한 뒷감당을 사회적비용으로 분담하라는 요구는 금융사의 사회적책임을 논하기 앞서 죄악이다.

다소간 비약과 과장을 보태 제안한다. 금융산업의 성장세를 멈춰 세우고, 이제부터라도 금융 공공성 회복을 위한 사상 초유의 규제를 작동시켜야 한다. 인력구조조정이 전부인 금융혁신 추세를 중단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비용을 금융계에 분담시키는 등의 획기적인 대책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양질의 일자리인 금융산업노동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해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금융산업에서 일자리를 보장받는 대가로 금융산업노동자들 역시 그에 따른 사회적책임 이행 차원에서 자구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기관·금감원 개혁방안으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건전성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 조화와 균형’을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선 다소간의 역편향은 불가피하다. ‘조화와 균형’에 앞서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한국의 금융기관이 약탈적 대출관행을 폐기하고, 금융의 공공성 회복을 통해 금융·가계, 금융·산업이 공존·상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금감원의 신임 수장이 된 김기식 원장에게 거는 국민적인 기대가 크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또 정치입문 이후에도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 재벌개혁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며 걸어왔던 김 원장의 발자취에 주목한다. 약탈적 대출관행 근절과 함께 김 원장 스스로 언급한 가계부채문제 연착륙을 도모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채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을 주문한다. 아울러 여전히 잔존하는 ‘금피아’·‘모피아’를 척결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원할 든든한 우군, 금융감독기관으로 만들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