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없는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는 것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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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계약서에 없는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는 것 위법 공사지연에 따른 비용 수급사업자에 떠넘긴 원사업자 시정명령

기사입력2018-04-05 19:1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하도급법 ③부당한 특약의 금지]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는 행위를 ‘부당특약’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계약서에 없는 비용을 전가하거나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처리, 산재비용 등 수급사업자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내용을 특약의 형태로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조항을 위반하는 원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한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부당특약으로 간주되는 유형은 ▲원사업자가 계약서면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원사업자가 입찰내역에 없는 사항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그 밖에 하도급에서 보호하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약정 등이다.

◇공사기간 연장 비용 전가한 에스디종합건설=에스디종합건설㈜와 우방이엔씨가 2014년 원사업자로서 수급사업자 B사에 공사를 위탁하면서, 계약서와는 별도로 현장설명서에 원사업자에게 유리한 특약조건을 설정한 것은 하도급법 제3조 4항의 부당한 특약의 금지 조항을 위반한 행위다.

에스디종합건설㈜와 우방이엔씨는 A주택 건설공사의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면서, B사에 공사의 일부를 2014년 4월부터 7개월여 간에 걸친 기간동안 위탁했다.

두 원사업자는 B사에 이 사건 공사를 위탁하면서 정해진 기한 내 작업완료가 어려울 경우,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통보한 후 잔여공사를 원사업자가 직접 수행하고 그 공사비용을 수급사업자의 기성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현장설명서에 명시했다. 또 공사 중 발생하는 민원처리, 산업재해, 추가작업과 관련된 비용 일체를 수급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도 현장설명서에 담았다.

에스디종합건설과 우방이엔씨 현장설명서상 부당특약 조항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원사업자는 공사기한 내 공사완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공정부진의 원인, 책임의 귀속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급사업자와 상호 협의 하에 후속공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원사업자는 정해진 기한 내 공사완료가 어렵게 된 책임이 수급사업자에게 있지 아니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사업자가 해당 공사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변경계약을 통해 공사기간의 연장 또는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책 등을 마련해 줘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 수급사업자의 귀책으로 원사업자가 하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잔여공사를 직접 시공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계약해지의 절차와 방법은 계약서 또는 관계법령 등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져야 하고, 계약해지 후 원사업자가 직접 수행한 직영공사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사업자들은 현장설명서의 특약조항을 넣어 공사지연이 예상될 경우 수급사업자와의 협의 없이도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잔여공사를 직접 수행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공사 부진 등 수급사업자의 귀책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원사업자가 임의적으로 하도급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약서에 없는 부당한 특약은 위법=따라서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현장설명서에 설정한 조항은 하도급계약을 통해 정당하게 획득한 수급사업자의 공사수행권리를 제한하고, 하도급계약에 근거해 공사 진행정도에 따라 취득이 예정돼 있는 수급사업자의 공사 관련 수익을 원사업자가 대신 취득하게 되는 점, 그리고 원사업자가 직영으로 수행한 잔여공사 비용을 합리적인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제한하는 약정에 해당해 하도급법 제3조의4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와함께 원사업자들이 장래 발생 가능한 각종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조항을 현장설명서에 명시한 행위는, 하도급법 제3조의4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이며 부당특약으로 위반이라고 봤다.

공정위는 2016년 5월 원사업자들의 이와같은 부당한 특약 설정행위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행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반행위로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금지하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