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납품단가에 임금인상 포함여부 점검을

프린트

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공정위, 납품단가에 임금인상 포함여부 점검을 서면실태조사 항목에 추가…조정신청 대상도 수탁거래로 넓혀야

기사입력2018-04-23 20:07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요건을 ‘원재료 가격 변동’에서 ‘공급원가 변동’까지 확대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오는 7월17일부터 시행된다. 수급사업자 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원청기업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는 기존 요건에 임금인상이 배제됐던 점을 개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분담하도록 했다.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을 받으면, 10일내 신청업체 또는 조합과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이와관련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설계도 중요하지만, 시행과정에서 불공정 거래실태 파악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도가 사문화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철저하게 관리·감독”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가 23일 공동 주최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대응을 위한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제도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제껏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 개정 후 실제 적용은 현장에 맡기면서, 시행여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런 관행을 반복하면 하도급대금 조정협의 제도 개정 노력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 개정내용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구현되는지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평량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제도 활용도는 매우 낮다.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건수는 2014년 5건, 2015년 4건, 2016년 0건 등 총 9건이며, 성립건수는 2014년 3건이 전부다. 제도활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신원노출에 따른 거래상 불이익 우려(43.7%), 협동조합 미가입(23.6%) 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제도활성화 위해 공정위 서면실태조사 설문항목 보완을”

©중기이코노미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거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그 방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서면실태조사 설문항목을 보완해야 한다는게 위평량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에 따라 매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위 연구위원은 “하도급법 제16의2 개정에 따라 설문항목에 임금인상시 납품단가 반영여부를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급사업자 피해상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사업자로부터 다양한 보복조치가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복조치 경험여부 항목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급사업자의 설문조사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서면실태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급사업자 조사표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며 “원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수급사업자에 대해서도 조사표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급사업자 조사표회수율은 2011년 48.7%, 2012년 47.2%, 2013년 46.6% 수준으로 50%를 밑돌고 있다. 수급사업자 설문내용을 통해 우월적 지위남용을 파악할 수 있으며, 불공정행위 상당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위 연구위원은 하도급 납품단가를 둘러싼 대-중소기업간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공적기관에 의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가 23일 개최한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제도 활성화 방안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위 연구위원은 “매년 또는 2년마다 주요산업 및 업종, 품목별 납품단가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생산성과 원자재 가격, 임금, 물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납품단가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며 “공정위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신규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수탁기업협의회도 납품대금 조정 신청하도록 해야”

이날 토론회에선 납품대금 조정신청 대상을 하도급거래에서 수탁거래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하도급법에 적용되는 거래관계는 넓지 않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수탁기업협의회에도 신청권한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원사업자와 하도급사업자간 하도급거래뿐 아니라, 상생협력법상 수탁기업협의회도 납품대금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상생법에 하도급법 제16조의2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하도급거래는 원사업자를 연간매출액·종업원이 수급사업자대비 2배 이상인 사업체로 규정하고 있어, 수탁거래보다 범위가 협소하다. 수탁거래는 위탁기업을 규정함에 있어 규모와 상관없이 위탁여부만을 기준으로 한다.

김남근 정책위원장은 또 원사업자 보복조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불공정행위 신고 등을 이유로 한 보복조치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으나, 손해배상 수준이 3배에 그쳐 실효성이 미흡하다. 10배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