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일리지 거래시장 확대 막으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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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한항공, 마일리지 거래시장 확대 막으려 고발? 마일리지 활용 여행상품 판매한 키위투어 ‘컴퓨터 사용사기죄’ 무엇

기사입력2018-05-04 17: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항공의 항공마일리지를 활용해 여행상품을 판매한 ㈜키위투어 전기훈 대표는 대한항공이 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라는 죄목을 적용해 키위투어를 고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 대표는 또 대한항공이 신생기업에 범죄혐의를 씌워, 항공마일리지 거래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압박을 가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허위정보 입력 혐의가 입증돼야

형법상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해당죄가 인정되면,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복수의 변호사에 따르면,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통상 타인의 신용카드를 가져와 몰래 비밀번호를 집어넣고 돈을 인출하거나, ▲타인의 컴퓨터나 모바일폰에 접속해 부정한 방법으로 계좌이체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타인의 사무처리시스템 프로그램 등에 부정한 정보나 명령어를 입력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 등에 해당해야 한다. 즉 키위투어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했다는 혐의가 입증돼야 하고, 이를 통해 본인 또는 제3자가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사실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

“마일리지 관련 컴퓨터 업무는 미국 파트너업체가 처리”

실제 경찰 수사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전 대표 이외 직원 3명 모두에게 한 질문내용 대부분은 키위투어가 대한항공의 서버에 접근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이었다는게 전 대표의 전언이다.

그러나 전 대표에 따르면 키위투어는 마일리지 구매를 요청한 고객의 영문이름과 스카이패스 회원번호만 전달하면, 미국의 에이전시가 마일리지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키위투어는 마일리지와 관련해 어떤 업무도 처리하지 않았다. 항공사의 마일리지 관련 컴퓨터 업무는 미국 파트너업체들이 직접 처리하고, 키위투어는 마일리지를 구매해 국내 고객에게 중개하는 한편, 이 마일리지로 항공권 발권업무만 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의 항공마일리지를 활용해 여행상품을 판매한 ㈜키위투어 전기훈 대표는 “키위투어 외에 국내에서 항공마일리지 활용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2~3개가 더 있다”며, “대한항공이 그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키위투어를 고발함으로써 수조원대의 항공마일리지 거래시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압수수색 등 강남경찰서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문 제기

특히 전 대표는 강남경찰서 지능수사과 사이버수사팀의 강압적인 수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강남경찰서는 고발건에 대한 범죄명만 제시했을 뿐, 키위투어의 어떤 행위가 위법한 행위인지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강압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게 전 대표의 주장이다.

또 강남경찰서는 마일리지 거래와는 전혀 관련없는 경리직원까지 포함해 4명 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복수의 변호사에 따르면, 설령 대표이사의 범죄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직원 전체를 피의자로 특정해 수사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전 대표는 “변호사를 통해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죄명만 알려주고 어떤 구체적인 혐의가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통상 고발사건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혐의사실이 뭔지 알려주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특히 직원 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에 대해서는 “이런 사건에서는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피의자로 전환하는 것이 보통인데, 경리직원까지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는 것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경찰서·대한항공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게 없다”

이와관련 강남경찰서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해당사건은 지금 수사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키위투어에 대해 수사의뢰를 한 것은 사실이다. 스카이패스 약관에는 가족을 제외한 개인 간의 제3자 거래가 안되는데, 이와 관련해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나 업무방해 등으로 수사의뢰를 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더 설명드릴 수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답했다.

약관위반, 민사소송 해결…범죄혐의로 고발하는 것 무리

약관위반 주장에 대해 전 대표는 “키위투어의 마일리지 거래 프로세스는 모두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키위투어는 국내 고객과의 중개 역할만 담당하기 때문에 약관을 위반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의 약관은 대한항공과 고객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고, 약관을 위반했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다툴 일이지, 범죄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전 대표는 “수사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은 키위투어 외에 다른 업체도 소환받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관련 비즈니스가 확장되기 전, 수조원대의 항공마일리지 거래시장을 고사시키려 압박하는 것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