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비준과 드루킹 특검 연계 비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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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판문점 선언 비준과 드루킹 특검 연계 비겁했다 한반도 평화의 경제적 당위성으로 자유한국당 설득해야 옳았다

기사입력2018-05-04 10:38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내수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모멘텀(동력)이 필요하다. 한반도 분위기가 이제 막 급변한 상황에서 성급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북한 인프라 구축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일 개최한 ‘문재인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의존성도 높다. 과거 신용카드 보급, 정보통신기기 보편화, 중국 관광객 유치 등의 정책이 내수 활성화에 긍정적인 충격을 줘, 일자리가 늘어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 속에서 한국이 북한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해, 내수경기를 끌어올리고 일자리 창출 성과를 달성하는 미래를 그려본 것이다.

김 연구위원 본인도 인정했듯 성급한 상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불가능하진 않다. 한반도 평화가 현실화되면 단순히 북한 땅을 일구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동북아가 물류, 금융, 에너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새로운 경제공동체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자료=통일부>

남북정상이 11년만에 만난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담긴 UBS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현정부 100대 국정과제중 하나로, 3대 벨트를 구축해 한반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북방경제와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환동해 에너지·자원벨트는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개발한 후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한다. 서해안에는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산업·물류·교통벨트를 건설한다. 접경지역의 경우 설악산, 금강산, 원산, 백두산을 잇는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DMZ를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로 개발한다.

3대 벨트가 형성되면 중국과 북한을 넘어 아세안, 인도, 유라시아까지 진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가스나 석탄 등 에너지 자원을 지하관이나 육로를 통해 가져오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볼수 있다. 물류 역시 육로가 해상보다 훨씬 안전하고 저렴하다.

신경제지도는 더이상 허상이 아니다. 판문점 선언에는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언에 대해 국회비준을 받는다고 했다. 의석수를 헤아려 보면 통과기준인 과반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경제지도 구상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과 드루킹사건 특검을 연계하는 방안을 3일 자유한국당에 제시했다.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당의 조건없는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단식투쟁에 들어갔고 국회는 얼어붙었다.

판문점 선언 비준과 특검 수용을 엮는 것은 비겁하다. 평화의 가치를 근거로 설득해야 한다. 여타 정치적 사안과 거래하는 방식은 진정성을 의심케 할 뿐더러,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일 발표한 논평에서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검증가능한 핵폐기 로드맵이 나오고, 국민 부담을 철저히 따져, 국회 비준여부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先)비핵화-후(後)대화’를 내세워 남북관계 개선을 뒷전으로 미뤄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차치하고, 국민부담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판문점 선언이 넘어야 할 산은 비단 자유한국당뿐만이 아니다. ‘부담되는 한반도 평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민족적 당위성과 더불어 경제적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