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제작했는데 ‘창작성’ 인정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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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지도를 제작했는데 ‘창작성’ 인정받을 수 있나 회화적 요소가 강한 그림지도의 경우 저작물성 인정 용이

기사입력2018-07-12 17:12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전 엔터테인먼트법·저작권법 겸임교수)

A사는 20년 전부터 각종 지도를 제작·판매하는 업체이며, B사는 A사로부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법적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영세업체다. A는 B에 대해 2건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그 책임(침해정지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민사책임과 형사고소 등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

그 하나는 B가 자신(A)이 제작한 ‘강원도전도’와 매우 유사한 외관과 내용의 ‘강원지지도’를 제작했는 이유이며, 두번째는 자신이 제작한 ‘영월5일장지도’와 내용이 거의 같은 ‘영월장터지도’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A의 ‘영월5일장지도’는 영월의 명소와 장터 등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표시해 장소 간에 근거리로 보이게 하고, 여행자들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도록 왜곡된 축척법을 사용했다. B는 A의 방식보다 확대크기만 20% 줄인 것에 불과했다.

▲A는 B의 ‘강원지지도’ 제작을 저작권 침해로 책임 추궁할 수 있는가? 또 ▲A는 B의 ‘영월장터지도’ 제작을 저작권 침해로 책임 추궁할 수 있을까?

◇문제점=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내지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이다. 그 요건으로는 첫째, 인간의 사상 내지 감정의 표현이어야 한다. 둘째,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즉 저작물의 표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 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도형저작물인 지도 및 건축저작물인 아파트 등은 창작성의 인정여지가 좁다.

도형저작물은 지도, 도표, 설계도, 약도 및 모형 등으로(제4조 8호) 인간의 사상 내지 감정이 지도, 도표, 설계도, 약도, 모형 그 밖의 도형에 의해 표현된 저작물을 의미한다. 지도는 미리 합의된 특정한 기호를 사용해 객관적으로 표현하며, 지도 제작의 수단인 합의된 기호(예를 들어 깊은 바다, 높은 산의 색상, 학교 내지 기차역의 모양 또는 수도 도시의 모양 등) 이외의 기호를 사용할 수 없기에 지도 제작의 독창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 역시 창작성이 보이는 미적 수준이 인정돼야 건축저작물성이 논의될 것인데, 흔한 주거용 아파트라면 저작권의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회화적 요소가 강한 그림지도(예:장터지도, 관광지도 등)의 경우에는 그 저작물성의 인정이 용이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왜곡된 축척법을 사용해 제작된 (회화적 요소가 강한) 관광지도에 대해 기존의 관광지도와 구별되는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가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규정=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1호). 지도는 지구 표면의 일부 또는 전체의 상태를 일정한 비율로 줄여서 평면상에 나타낸 그림이다(다음 국어사전).

◇판례=지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표상의 산맥, 하천 등의 자연적 현상과 도로, 도시, 건물 등의 인문적 현상을 일정한 축척으로 미리 약속한 특정한 기호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지도상에 표현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은 사실 그 자체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지도의 창작성 유무의 판단에 있어서는 지도의 내용이 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을 종래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는지의 여부와 그 표현된 내용의 취사선택에 창작성이 있는지 여부가 기준이 될 것이고, 한편 지도의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미리 약속된 특정의 기호를 사용해야 하는 등 상당한 제한이 있어 동일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한 그 내용 자체는 어느 정도의 유사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대법원 2003.10.9. 선고 2001다50586 판결).

다만 회화적 요소가 강한 그림지도(예:장터지도, 관광지도 등)의 경우에는 그 저작물성의 인정이 용이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왜곡된 축척법을 사용해 제작된 (회화적 요소가 강한) 관광지도에 대해 기존의 관광지도와 구별되는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가 있다. 춘천시의 전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관광지도 제작에 있어서, 의도적인 왜곡표현으로 다운타운 지역을 크게 나타내고, 다운타운 지역으로부터 원거리에 산재돼 있는 관광명소들을 실제보다 가까운 거리에 배치함으로써 관광객으로 하여금 한눈에 관광명소를 볼 수 있도록 제작한 관광지도에 대해 기존의 관광지도와 구별되는 저작권이 인정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8. 11. 선고 2005가단12610 판결)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