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인프라 부족하지만, 글로벌 이커머스 각축

프린트

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결제인프라 부족하지만, 글로벌 이커머스 각축 印尼, 온라인결제 80%가 현금 인터넷뱅킹…인구 36%만 계좌 보유

기사입력2018-07-31 15:03

한민수 Qoo10 과장 (rampage@qoo10.com) ㅣ다른기사보기

Qoo10 인도네시아 사업부 한민수 과장

[글로벌 오픈마켓 큐텐이 전하는 동남아 시장 ④인도네시아]온라인 시장에 대한 관심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네시아로 향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TechCrunch’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이 연평균 50%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0년에는 1300억달러(약 143조52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에서 중국, 인도에 이은 세 번째의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총 인구는 2018년 1월 기준 2억6540만명으로 세계 4위 규모다. 평균연령이 29세에 불과하고, 15~64세 사이인 생산가능인구가 67%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1억3270만명에 달하고, 이 중 90%를 상회하는 1억2000만명이 모바일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쇼핑은 주로 19세에서 45세 사이, 특히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남성 73%, 여성 27%가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대형 온라인 업체들이 주로 디지털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글로벌 쇼핑플랫폼 Qoo10(큐텐) 이용자의 성비는 여성 65%, 남성 35%다. 여성의 비율이 2배 정도 높은데, 이는 주로 패션과 뷰티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에 대한 잠재수요가 높은 것과 비교해 온라인 결제 인프라는 많이 부족하다. 신용카드를 발급하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가 있어, 온라인 결제의 약 80%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금 결제의 대부분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이뤄지는데, 일반 은행계좌 개설 역시 규제가 심해 인도네시아 인구의 36%만이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은행계좌를 보유한 성인 인구의 비율을 2019년까지 7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와 은행송금 외에 비현금성 지불(Cashless Payment) 방식의 온라인 전자 화폐(Electronic Money)가 주목받고 있다. 우버가 2014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2016년부터 고젝(Gojek), 그랩(Grab) 같은 교통수단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결제수단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전자지갑 플랫폼 OVO의 성장으로 온라인 결제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배송사인 JNE가 2015년부터 온라인 쇼핑 배송에 집중하며 배송 현황은 많이 개선된 상태다. 이전에는 7일 이상 걸리던 국내 배송이 기본 3일로 단축됐다. 또한 고젝과 그랩과 같은 교통수단 업체들이 퀵서비스를 포함한 배송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자카르타, 보고르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1일 배송도 가능해졌다.

Qoo10 인도네시아 사무실(사진 위)과 물류창고(패션 아이템)<사진=큐텐>

자전거래 등 부정거래 발생…철수 사례도 속출

현재 인도네시아 온라인 시장에서 라자다(Lazada)와 토코피디아(Tokopedia) 등이 주목받고 있다. 라자다는 2016년 알리바바가 인수했고, 토코피디아는 작년 8월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았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업체인 부깔라팍(Bukalapak)을 비롯해 쇼피(Shopee), 일레브니아(Elevenia) 등 10여개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구축단계에서 시장 독점에 포커스를 맞춘 거대 자본들이 투입되며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다. 많은 온라인 쇼핑업체가 외연 확장을 위해 가격할인, 수수료 0%, 배송비 무료 등과 같은 현금성 할인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자전거래와 같은 부정거래가 나타나는가 하면, 여러 업체들이 인도네시아 온라인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예를 들어 11번가가 엑스엘 악시아타(XL Axiata)와 협업해 일레브니아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지만 3년만에 철수했고, 인도네시아 최대 리테일 업체인 리포 그룹(Lippo Group)의 마타하리 몰도 막대한 금액을 쏟아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현재 잠정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일본의 라쿠텐도 세번이나 진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라자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기준 약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Qoo10 인도네시아는 2011년 3월 오픈해 현재 1300만 이상의 월간 트래픽을 기록하고 흑자를 실현하는 등 견실하게 내실을 다지며 성장하고 있다. 패션과 뷰티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Qoo10은 온라인 결제 인프라가 확충돼 소액거래가 활성화될 때를 대비해, 관련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시장이 자리잡기까지는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oo10은 작년 중반부터 자전거래 차단 작업을 시행하고, 새로운 판매자를 유치하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3개년 전자상거래 로드맵(Presidential Regulation No 74 Year 2017)’ 및 11월 체결된 ‘한국-인도네시아 간 전자상거래 진출 활성화 협력 MOU’ 등을 기반으로 현지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한국인 셀러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Qoo10 인도네시아에 등록된 셀러는 약 1만명인데 한국인 셀러는 300명 정도에 불과하고, 한국상품 비중은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은 전체 뷰티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지 셀러층이 영세하고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셀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데다, 국내제품에 대한 인식도 좋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온라인 시장은 인구규모 뿐만 아니라 ICT 인프라 확충, 모바일 결제 환경개선, 배송시스템 안정화 등 중요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한국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상황이며, 온라인 시장도 초기단계여서 향후 시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온라인 시장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