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연봉 최저임금 577배…‘분배참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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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조양호 연봉 최저임금 577배…‘분배참사’ 맞다 편의점주와 알바생 간 전쟁, 정치는 ‘구경꾼’이 아닌 ‘해결사’ 돼야

기사입력2018-08-27 11:4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요즘처럼 현실감 있게 다가온 적도 드물다. 장사해서 돈을 벌었다는 말보다, 어디에 아파트가 당첨됐는데 얼마가 올랐다는 얘기가 성공신화처럼 난무한다.

유난스런 ‘갑질’로 올해 가장 큰 지탄을 받았던 한진그룹 일가의 가장, 조양호 회장의 연봉이 지난해보다 75%나 올랐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조 회장이 받은 보수총액은 58억2700만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464만6000원이다(58억27000만÷6개월×209시간). 올해보다 10.9% 인상된 내년 최저임금 시급 8350원을 두고, 편의점주와 알바생이 대립하는 현실은 차라리 구차스럽다.

돈이 돈을 불려주고, 자리가 돈을 벌어준다. 편의점 알바보다 조양호 회장의 노동 가치 또는 가격이 577배(2018년 최저시급 7530원 기준)인 이유는 노동의 질이나 강도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조양호 회장 연봉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자리값’이다. 돈이 돈을 벌고, 자리값이 한없이 오를 때, 노동은 천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다. 돈 가진 자, 권력자의 부는 점점 더 커지는 반면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는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쪼그라드는 이유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간, 부자와 빈자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은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자리값을 과대평가해서다.

지난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경제정책 기조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은 “양극화의 고통을 가져 온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할 수 없다. 국가경제∙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이 잘 사는 성장정책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경제구조를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경제정책 방향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지난 23일 발표된 2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하위 20% 가계 1분위 가구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15.9% 줄었다. 반면 같은기간 상위 20% 5분위 가구소득은 10.3% 늘어, 2003년 통계집계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분기 가계조사 발표 직후 자유한국당은 ‘고용참사’에 이은 ‘분배참사’라는 주장과 함께,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하고 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분배가 ‘참사’에 이르게 된 원인이 과거 정권의 기업프렌들리에서 비롯됐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기업 이익 극대화를 위해 손쉬운 해고를 제도화하고, 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해 노동가격을 통제한게 자유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이다. 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어떻게 분배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분배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라는 자유한국당 주장. 통용될 수 없는 궤변이다.

편의점주나 편의점 알바생 모두 노동의 대가만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자산도, 온갖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시급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을 자리도 꿰차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몸뚱이 하나가 자산이고, 노동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추구하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는 저소득 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자산의 가치나 자리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 사회경제여건을 만들려는 정책이다. 편의점주와 알바생을 진흙탕 싸움판에 몰아놓고, ‘한×만 패자’며 문재인 정부와 날을 세우는 자유한국당. 들개처럼 사납고도 야비하다.

일자리도 최악이고 경제적 불평등도 최악이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뤄, 출산율은 최저고 고령화 속도는 최고다. 국민들 삶의 질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게 과거 정권의 잘못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오롯이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살기 위해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

편의점주와 알바생이 최저임금을 놓고 진흙탕 싸움에 빠져 있다면, 정치는 구경꾼이 아니라 해결사가 돼야한다. 최악의 각종 지표와 통계가 쏟아질 때마다,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 등 국민이 밥그릇을 키운 탓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라는 자유한국당.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조양호 회장의 연봉이 노동자임금의 577배인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