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만원 식용유…BHC, 가맹점에 6.1만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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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2.8만원 식용유…BHC, 가맹점에 6.1만원 받아 필수물품은 거래조건…본부와 점주단체 간 협상 통해 정해야

기사입력2018-08-31 09:57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필수물품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탓에 가맹점주의 수익이 쪼그라드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입법을 통해 필수물품 기준을 마련하고, 가맹본부와 점주가 협상을 통해 필수물품을 정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이런 조건을 법제화해도 가맹점주 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에 타당한 필수물품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해 협상을 요구하면, 가맹본부가 의무적으로 협상에 응하도록하는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하자는 대안이 뒤따른다. 현행법 역시 집단적 대응권을 인정하지만, 가맹본부가 협상에 응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맹사업, 외형 성장했지만 점주 수탈구조 고착화

정의당이 최근 주최한 ‘중소상공인 3대 갑질 근절법안’ 토론회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 김용신 의장은 “IMF 경제위기 이후 프랜차이즈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1999년 45조원이던 연매출액이 2016년 100조원을 넘어섰다. 가맹점주만 22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산업은 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가맹본부가 온갖 갑질로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구조가 됐다. 김용신 의장은 “본래 프랜차이즈산업의 핵심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이익공유를 기본으로 서로가 상생하는 경제공동체 형성이다. 현재 프랜차이즈산업 행태를 보면 필수물품 구입 강요 등 각종 불공정행위가 만연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집단적 대응권이 미약해 가맹점주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맹사업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면서, 경영 및 영업활동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가맹금을 받는 거래구조다. 가맹본부 주수익은 경영노하우에 대한 대가여야 한다는 얘기다.

BHC본부 …2.8만원 식용유, 가맹점주에게 6.1만원에 공급

그러나 가맹사업 현실을 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과도한 마진을 더해 원재료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장은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범위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공산품과 농산품까지 폭넓게 설정해 유통폭리를 취하면서 영업이익을 높이는 행태가 가맹점주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BHC본부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씨오일을 필수공급품목으로 지정해 롯데푸드에서 15ℓ당 2만8890원~4만3000원에 구입해 가맹점에 6만1000원~6만4500원에 공급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에 단가인하를 요청했으나, 가맹본부는 해당식용유는 BHC가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롯데푸드가 만들어 단독으로 공급하는 물품이기에 연구개발비와 유통비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개별 매장이 일정한 품질기준을 충족해야하는 가맹사업 특성상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원재료 사용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개별 가맹점주가 협상력이 없기 때문에 필수물품 선정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보지 못한 채 본부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도한 유통마진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부당한 필수물품 구매강요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허 등 타당성 인정될 때만 필수물품 지정해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박기현 실행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필수물품이라는게 시중에서 구매할 수 없거나, 가맹점의 동질성과 특징을 위해 특허를 받은 경우에는 유효하지만, 그외에는 필수물품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며 “고올레산 해바라기씨오일을 단독으로 공급받는다는 BHC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고올레산 해바라기씨오일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파리바게뜨도 사용한다. 반면, BBQ가 사용하는 올리브유의 경우 특허를 받았다.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필수물품으로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가맹본부가 필수물품 범위를 넓게 잡아 가맹점주에게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착취하는 구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금지는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무늬만 집단적 대응권, 본부가 교섭에 응하도록 의무화해야

필수물품을 결정하는 기준을 정해야하는 과제도 남아있는데, 그 기준에 대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맹본부와 점주 간 협상은 필수과정이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행 가맹거래법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수수료, 로열티 등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지만,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단체구성을 방해하거나 협의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은 없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박기현 실행위원은 “현행법은 집단적 대응권을 인정하긴 하지만 본사에서 응하지 않아도 제재수단이 없다. 의무적으로 응하게끔 해야 한다”며 “필수물품은 거래조건에 해당한다. 필수물품도 교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하면 필수물품을 통한 착취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