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기술…美 대기업 돈주고 사는데, 韓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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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中企기술…美 대기업 돈주고 사는데, 韓 ‘훔친다’ 형사벌·과징금·징벌적손배 등 엄중 제재로 기술탈취 시도조차 못하게 해야

기사입력2018-09-03 15: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기술자료 요구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기술거래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1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요구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5%나 된다. 대기업의 기술탈취·유용행위는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중소기업 혁신유인을 빼앗아 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중 하나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최근 ‘대기업 기술탈취·편취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우리 경제가 재벌 대기업 주도의 경제에서 중소기업도 함께 주도하는 경제로, 또한 독일·일본과 같은 중소기업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탈취와 같은 중소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밀유지협약서 의무화·입증책임은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중소기업 기술을 보호하고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의 기술자료 요구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기술거래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김 변호사는 ▲대·중소기업 간 비밀유지협약서 체결을 의무화하고 ▲원사업자에게 기술탈취·유용행위의 정당성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하도급계약 해지 또는 종료시 기술자료 반환 또는 폐기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은 법률적 지식과 인력이 부족해 기술자료 서면요구, 비밀유지협약서 체결 등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기술탈취 피해를 인지했을 때,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증거자료가 불충분한 사례가 많다. 상생협력법은 기술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대기업은 구두·전화·메일 등을 통해 빈번하게 비밀자료를 요구하고 비밀유지협약서도 쓰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상상협력법을 개정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비밀유지협약서를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위반시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기업의 기술탈취·유용행위는 그 자체로 사회적 비난가능성과 가벌성이 높은 행위이기 때문에, 관련행위는 바로 불법행위가 된다. 위법성에 대한 입증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성’을 입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사업자가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기술유용 심사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게 김 변호사 주장이다.

또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제공받은 기술자료라 하더라도, 하도급계약이 해지되면 기술자료를 하도급업체에 반환하거나 폐기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계약 해지 및 종료 후에도 기술자료를 반환 또는 폐기하지 않고, 해당기술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따라 김 변호사는 기술자료를 서면으로 요구할 때, 기술자료 반환 및 폐기 일자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임치 활성화·거래기록 등록 시스템 등 보호장치 마련해야

원·하청 거래관계에서 기술자료가 오가는 일은 흔하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자료가 대기업으로 부당하게 이전되는 사례가 많다. 기술자료를 취급하거나 거래할 때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정한 조건하에 서로 합의해, 핵심 기술자료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하는 제도다. 기술분쟁시 입증자료로 활용가능하고, 수·위탁 거래시 기술유용을 방지하거나 영업비밀 보호 등 효과가 크지만, 중소기업의 기술임치 활용실적은 저조하다. 기술임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창업·벤처기업의 임치수수료를 감면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규정에 기술임치제도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도급법상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요구하도록 규정했지만, 대기업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구두·전화 등을 통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게 일반적이다. 이같은 관행은 분쟁 발생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돼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술자료의 제안내용, 송부내역·일시 등에 대한 증빙자료를 기록·공증하고, 분쟁발생시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기술거래·M&A 활성화로 기술거래 생태계 구축

대기업의 기술탈취는 갑의 입장에선 저렴하고 손쉽게 중소기업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돈 안들이는 수단이 광범위하게 활용돼,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기술을 구매하거나 M&A를 통한 기술구매는 저조하다. 김 변호사는 “4차산업혁명 핵심 전략의 하나는 융합이고, 이러한 융합기술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평소 다양한 중소기업과 거래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은 기술을 개발해 대기업에 판매함으로써,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술거래 활성화는 대기업, 중소기업·창업기업이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M&A 활성화도 기술거래 생태계 구축의 한 요소다. 미국의 구글, 애플, 인텔 등 수많은 기술을 융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수시로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의 다양한 기술을 구매하거나 해당중소기업 기술을 취득하기 위해 M&A를 활발히 한다. 한국의 대기업도 혁신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지 않고 기술거래를 통해 취득해야 한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를 위해 대기업별 기술거래 실적을 공시하고, 기술거래 실적이 우수한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를 높이 평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기술탈취에 대해 형사벌, 행정상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 엄중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미국 대기업처럼 아예 기술탈취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